박상우 국토교통부장관은 18일 "국무위원으로서 현 시국상황에 이르게 된 데 대해 사과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시국 혼란과 대통령 직무정지로 국민들께서 정부 정책이 계획대로 추진되는지 걱정 많은신 것으로로 안다"며 "행정부처장으로서 하루빨리 이런 자리를 마련해 정부 입장과 계획을 말씀드려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기자간담회는 12·3 내란사태 이후 처음으로 열린 것이다.
그는 "지난 토요일 탄핵안이 의결된 직후 임시국무회의와 국무위원간담회, 긴급비상경제관계장관회의 등을 통해 논의했다"며 "(한덕수) 권한대행께서는 국정에 한치의 공백도 있어선 안 된다며 모든 공직자가 맡은 바 책임을 다할 것을 당부했다"고 전했다.
이어 "저도 비상간부회의와 실국장회의를 통해 간부들과 직원들이 각자 위치에서 흔들림 없이 소임을 다할 것을 당부했다"면서 "국민들이 걱정하지 않으시도록, 추진 중인 정책이나 예정된 행사를 당초 계획대로 일관되게 추진해나갈 것임을 말씀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뉴빌리지 선정사업 연내 발표 △연내 도입기로 했던 20년 임대 실버스테이 시범사업 공모 △가덕도신공항 사업 내년 말 부지조성공사 착수 △철도지하화 통합개발 시범사업 선정 발표 등 예정한 도로·철도 정책을 원활히 추진하고, 연말 개통할 중앙선 안동~북영천 구간·GTX 운정~서울역·구리~안성 고속도로 개통식도 계획대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부동산 시장 상황에 대해 박 장관은 "우려와 달리 최근 가격, 거래, 심리 등 여러 지표가 안정적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금번 사태의 시장파급효과를 예의주시하며 가격 급등이나 급락 없이 안정적으로 관리되도록 관계부처와 높은 경계감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8·8대책 등 공급대책 후속조치 이행, 재건축촉진법 등 주요 법안 통과를 위한 국회 협의, 지방 미분양 해소 등에 대한 정책지원 의지도 재차 밝혔다.
특히 우려가 많은 1기 신도시 선도지구 재건축 사업에 관해 "각 신도시(분당, 일산, 중동, 산본, 평촌) 생활권별로 재건축 이주가구를 수용할 주택 공급 총량이 충분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다만 지역별로 일부 보완이 필요하다고 판단돼 일부 지역은 유휴부지에 7700호를 추가 공급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1기 신도시 선도지구 유휴부지에 7700가구 공급…분당·평촌·산본 이주수요 보충
박 장관에 따르면 2027년부터 현실화할 1기 신도시 선도사업 이주수요와 관련해 분당과 평촌, 산본의 경우 1~2년 정도 초기 이주수요를 받아줄 공급물량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됐다. 일산과 중동의 경우 인근 다른 개발사업 진행으로 이주수요를 충당할 공급물량이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이에 성남시 중앙도서관 인근 보건소 부지에 1500호를 짓는 등 유휴부지를 활용해 3개 신도시에 총 7700호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박 장관은 1기 신도시를 둘러싼 우려에 대해 "과천이라는 신도시가 굉장히 긴 기간 전부 재건축됐고 그런 프로세스를 거친 경험이 행정부에 있다"며 "과천시와도 성남시와 공유해서 프로세스를 관리해나가면서 (추진)하면 1기 신도시 재건축 관련 수요불안 문제는 안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12·3 내란 사태와 탄핵 정국이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1기 신도시특별법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여당 후보와 야당 후보가 거의 같은 내용의 공약을 내걸었다. 국회 통과도 여야 합의로 했다"며 "윤석열 정부가 특별히 만들어낸 일이 아니라서 지금 상황과 관계없이 차질 없이 진행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시장 가격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과 관련해 박 장관은 "저희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올해 3만 7천 호 정도로 추계되고 내년도엔 서울에 4만 8천 호 정도가 입주할 걸로 예상된다"며 "지난 5년 평균이 3만 8천 호였기 때문에 5년 평균치보다 20~30% 더 많은 물량"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비교적 우등재라 할 수 있는 정비사업물량이, 새로 지어서 더 좋은 위치에 공급되는 물량이 3만 3천 호가 추가 공급돼 내년도 수급상황은 큰 애로가 없을 걸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다만 "2026년 이후를 많은 분들이 걱정하시는데, 올해 하반기부터 인허가·착공물량이 많이 늘었고, 신축매입 약정물량도 2만 7천 호 정도 약정이 이뤄져 연말 안에 5만 호 가까이 (매입)약정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이 물량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사주는 거라 미분양 우려가 없어 바로 인허가하고 착공한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국정 주도권이 국회로 넘어가 정부가 계획했던 정책 추진에 차질을 빚을 걸로 우려한다. 이에 박 장관은 "국토부가 맡은 분야는 민생분야고 여당, 야당 지역구에선 다 비슷한 사람 만난다. 다 재건축에 관심있는 분들"이라며 "다른 사안보다는 굉장히 민생 위주 사안이라 여야 협조 통해 약속드린 여러 문제 잘 풀어나가도록 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아울러, 미분양 등 침체된 지방 건설경기 부양 대책도 추가로 발표하겠다고 예고했다. 박 장관은 "건설부문 마이너스 성장이 전체 GDP(국내총생산)를 갉아먹기에 건설분야 별도 대책을 연말까지 발표하겠다"며 "지방건설경기 등의 정책을 담아 연말 안에 2025년 건설경기를 위한 나름대로의 노력이 발표될 것"이라고 말했다.
"계엄 전 국무회의 갔든 안 갔든 책임 면할 수 없다 판단…여전히 그만둘 각오"
박 장관은 이날 간담회에서 지난 3일 밤 10시 28분쯤 윤석열 대통령이 생중계로 선포한 비상계엄 발령 전후 상황에 대한 질의에도 답했다. 박 장관은 계엄 선포 전 열린 국무회의에는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다만 박 장관은 "용산 대통령실로 들어오라는 연락을 받고 집이 산본이라 열심히 갔음에도 도착했을 땐 상황이 종료돼 있었고, 의사결정과정에는 참여하지 않았다"며 "그래서 무슨 상황이 있었는지 알지도 못하고, 말할 수도 없다"고 해명했다. 연락을 받기 직전까지의 상황에 대해서는 "저녁에 만보(걷기) 채우려고 집 부근에서 걷고 있었는데 연락 받고 산본역까지 걸어가서 택시를 타고 갔다"고 했다.
비상계엄을 처음 인지한 시점에 대해서는 "대통령 담화를 듣고 알았다"며 "발표된 걸 알고는 바로 서울 업무 공간으로 가 세종에 있는 간부들에게 비상소집을 걸어 11시 50분쯤 비상간부회의를 화상으로 했다"며 간부들에게 "'다들 정위치하고 통신망 유지해서 상황 잘 파악하고 있으라, 그리고 언행에 각자 조심하자'고 당부했다"고 했다. 특히 교통실장에게는 특별히 "내일(4일) 아침 택시나 버스가 정상 운행되도록 밤늦은 시간이지만 사업처에 연락을 하도록 지시했다"고도 했다.
박 장관을 비롯해 국무위원 전원은 비상계엄 해제 직후 사의를 표명한 상태다. 박 장관은 "계엄이 해제되고 다들 집으로 돌아가 세면하고 오전 11시쯤 임시 국무위원간담회가 총리 주재로 열렸다"며 "다수의 모인 뜻이 사임의사를 밝히자, 총리가 이끄는 내각이니까 총리에게 전 국무위원이 사임의사 밝히는 걸로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사임 의사를 밝힌 이유에 대해서는 "그 회의(계엄 발표 직전 국무회의)에 갔든 안 갔든 책임 면할 수 없다는 판단이 주류였다"고 부연했다.
그는 "사임의사를 밝혔다는 건 여전히 그만둘 각오가 돼 있다는 것"이라며 "지금도 마찬가지로 자리에 연연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다만 "빨리 국정이 정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한덕수) 권한대행도 빨리 정상을 되찾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