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이 현 회장 선거 방식 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냈다.
유승민 전 대한탁구협회장과 강신욱 단국대 명예교수는 18일 선거 방식과 관련해 나란히 보도 자료를 배포했다. 현행 선거 방식은 이기흥 전 체육회장의 3선 도전에 유리하다는 지적이다.
먼저 유 전 회장은 "대한체육회장 선거 방식이 체육인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투표 참여자의 범위를 넓히고, 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유 전 회장은 "42대 회장 선거를 앞두고 체육회가 기존 100% 무작위 방식에서 약 10%에 해당하는 선거인단을 각 시·군·구 체육회에서 지정하는 '지정 선거인'으로 바꿨다"면서 "예비 선거인 선정 절차도 각 회원 단체에서 대한체육회 선거운영위원회로 이관했다"고 짚었다. 이어 "이는 기득권을 장악하고 있는 현 회장에게 유리한 구조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기인 출신인 유 전 회장은 선수와 지도자들에게 더 많은 투표권이 주어져야 한다는 의견이다. 유 전 회장은 "대한체육회의 중심에 있는 선수와 지도자들이 목소리를 내고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면서 "스포츠인답게 정해진 룰을 따라야 하는 것이 맞지만, 현장의 소리를 폭넓게 반영하지 못하는 바뀐 선거 방식은 시대를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방 체육인들의 상황도 감안해 전자 투표를 실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개진했다. 유 전 회장은 "지방 거주 체육인들은 평일에 서울까지 가서 투표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면서 "지난 41대 회장 선거에서 온라인 방식 투표율이 91%에 달하는 등 온라인 투표 시스템의 효과를 입증했다"며 근거도 제시했다. 사전 투표와 부재자 투표 제도에 대한 도입도 촉구했다.
강 교수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체육회에 "투표을 제고를 위한 방안을 강구하라"고 요구했다. 또 "후보자 소견 발표 후 단 150분 동안 투표는 투표 참여의 기회를 충분히 보장하지 않는 것"이라면서 "투표 시간 확대 등 충분한 기간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강 교수는 "온라인 투표 또는 지방 체육회를 위한 투표소 확대 방안을 검토하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기흥 회장이 사전 선거 운동 금지와 제한된 선거인단 구조를 통해 자신에게 유리한 게임의 룰을 만들어 체육인들의 선택권을 심각하게 제한했다"고 비판했다.
제42대 회장 선거에는 박창범(55) 전 대한우슈협회장은 16일 '체육계 개혁을 위한 호소문'을 배포했다. 제42대 체육회장 선거 출마 의사를 밝힌 박 전 회장은 "존경하는 후보님들, 구호만을 외칠 때가 아니라 후보 단일화를 해야 한다. 우리는 행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체육회장 선거에는 유 전 회장과 강 교수 외에도 박창범 전 대한우슈협회장, 강태선 서울시체육회장, 안상수 전 인천시장, 김용주 전 강원도체육회 사무처장, 오주영 전 대한세팍타크로협회장 등이 나섰다. 이 전 회장도 조만간 출마를 선언할 예정이다.
앞서 2번의 선거에서 승리한 이 전 회장이 이번에도 40% 안팎의 지지를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범야권의 단일화 필요성이 대두되는 가운데 유 전 회장과 강 교수, 안 전 시장과 박 전 회장 등 4명 후보는 전날 단일화를 위한 논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회장 선거는 내년 1월 14일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