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언론에 '재갈 물리기'…드모인레지스터에 소송

'명예 훼손' 아닌 '소비자 사기법' 위반 주장
좌파 성향 언론 등에 전면전 벌이려는 의도
"드모인레지스터, 민주당을 도우려고 공표"
대선 직전 '아이오아 해리스 우세' 문제삼아
소송 실익 없지만, 언론사 입장에서 큰 부담
일부 권위주의 국가 지도자 언론 상대 수법

연합뉴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대선 직전 '공화당 강세지역인 아이오와에서 민주당 해리스 대선후보의 지지율이 앞서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한 드모인레지스트에 대해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당선인이 '명예 훼손'으로 언론에 소송을 제기한 적은 많지만, 여론조사 결과 공표를 놓고 소송을 제기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꼽힌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당선인이 이번 소송을 통해 그가 좌파 성향으로 인식하는 미디어, 여론조사 기관에 대해 전면전을 벌이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번 소송은 최근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명예 훼손' 소송을 제기해 미 지상파 방송 ABC로부터 1600만달러의 합의를 받기로 한 직후에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ABC뉴스와 앵커 조지 스테파노폴로스는 '명예 훼손' 관련 법적 다툼을 종결하는 대가로 트럼프의 '대통령 재단·박물관'에 1600만 달러를 기부하기로 최근 합의했다.
 
ABC뉴스 앵커인 스테파노폴리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진 캐럴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트럼프가 '강간'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고 여러차례 언급했다. 
 
이에 트럼프측은 "강간이 아닌 성추행 혐의만 인정됐다"며 ABC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실제로 지난해 뉴욕 맨해튼 법원 배심원단은 해당 사건에 대해 "트럼프의 캐럴에 대한 폭행 및 성희롱 혐의는 인정되지만, 성폭행 여부는 입증되지 않았다"고 평결한 바 있다. 
 
트럼프측의 이번 드모인레지스터에 대한 소송은 '명예 훼손'이 아닌 아이오와 소비자 사기법(Iowa Consumer Fraud Act)을 위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해당 법은 상품을 광고하거나 판매할 때 기만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드모인레지스터의 여론조사가 민주당에 인위적으로 도움을 주기 위한 의도로 공표됐고, 결국 유권자를 기만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드모인레지스터는 미국 대선을 코앞에 둔 지난 11월 2일 투표 의향이 있는 아이오와 유권자 808명을 조사(10월 28~31일 조사·오차범위 ±3.4%포인트)한 결과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한 응답자는 47%,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한 응답자는 44%였다고 발표했다. 
 
아이오와는 공화당 강세 지역으로 2016년 대선에서는 9%포인트, 2020년 대선에서는 8%포인트 차이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민주당 후보를 꺾었던 곳이다. 
 
당시 드모인레지스터는 이같은 조사 결과에 대해 "65세 이상과 무소속이라고 자처하는 여성들이 해리스 부통령으로의 지지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언론 전문가들은 "트럼프 당선인의 드모인레지스터 소송이 뉴스 보도뿐만 아니라 정치·선거 여론조사에도 위축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드모인레지스터는 "우리가 실시했던 선거 직전 여론조사가 대선 최종 결과의 격차를 반영하지 못했다"고 인정하면서도 "다만 당시 여론조사의 전체 데이터와 세부 사항 등을 이미 다 공개했다"고 밝혔다. 
 
개인권리 및 표현재단(FIRE)측은 "이번 소송은 드모인레지스터가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하는데 있어서 부적절한 일을 했다는 어떤 증거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며 "언론사와 여론조사 기관이 당선인이 좋아하지 않는 이야기를 했다고 '기만 행위'를 한 것은 아니고, 여론조가 결과가 틀린 것이 선거개입이나 사기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당선인의 이번 소송이 아무런 실익이 없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언론사 입장에서는 변호사 비용, 답변 준비 시간, 법원 심리, 증언, 증거 조사 등에 막대한 시간과 재정적 피해가 뒤따른다"고 지적했다. 
 
일부 권위주의 국가 지도자들이 자신에 비판적인 언론을 상대로 사용해 온 수법을 트럼프측에서 일부 차용하고 있다는 뜻이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