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왕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무파사: 라이온 킹'[노컷 리뷰]

외화 '무파사: 라이온 킹' 스틸컷.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 스포일러 주의
 
무파사와 스카는 왜 그토록 반목했던 걸까. 왜 스카는 한 쪽 눈에 상처를 지닌 걸까. '라이온 킹'의 프리퀄 '무파사: 라이온 킹'은 '라이온 킹' 팬들의 궁금증을 깔끔하게 해소해 준다. 동시에 두 사자의 여정을 통해 진정한 지도자란 어떤 자질을 지녀야 하는지 보여준다.
 
길을 잃고 혼자가 된 새끼 사자 무파사(아론 피에르)는 광활한 야생을 떠돌던 중 왕의 혈통이자 예정된 후계자 타카(스카)(켈빈 해리슨 주니어)와 우연히 만나게 된다. 마치 친형제처럼 끈끈한 우애를 나누며 함께 자란 무파사와 타카는 운명을 개척하기 위해 거대한 여정을 함께 떠난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적들의 위협 속에서 두 형제의 끈끈했던 유대에 금이 가기 시작하고, 예상치 못한 위기까지 맞닥뜨리게 된다.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의 탄생 30주년을 맞이해 제작된 '라이온 킹'(2019) 최초의 프리퀄 '무파사: 라이온 킹'(감독 배리 젠킨스, 이하 '무파사')은 거대한 야생에서 고아가 된 어린 사자 무파사가 왕의 혈통이자 예정된 후계자 타카를 만난 후, 주어진 운명을 뛰어넘어 세상의 왕이 되는 전설적인 여정을 그린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영화 '문라이트'로 제89회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배리 젠킨스 감독이 연출을 맡으며 일찌감치 기대를 모은 '무파사'는 무파사와 스카가 왜 그토록 대립했는지 그 시작점을 담았다는 점에서도 관심이 쏠렸다.
 
외화 '무파사: 라이온 킹' 스틸컷.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영화는 라피키(존 카니)가 심바의 딸 키아라(블루 아이비 카터)에게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으로 무파사가 왕으로 거듭나는 여정을 보여준다. 옛날이야기라는 건 세대를 이어가며 전해지는 유산이다. 영화는 무파사에게서 심바로, 그리고 다시 키아라로 유산, 즉 왕의 자질이 이어짐을 암시한다. 동시에 그동안 생략됐던 '라이온 킹'의 모든 이야기를 하나로 잇는다.
 
기본적으로 영화는 극 중 라피키의 "왕은 타고나는 게 아니라 스스로 거듭나는 거야"라는 대사처럼 '왕'이란 어떤 존재인지 그려낸다. 이와 함께 이야기하는 키워드는 '운명'이다.
 
타카는 왕의 후손이라는 이유로 자연스럽게 '왕'이라는 권력을 갖게 될 위치였다. 타카에게 왕이란 지위는 자질이나 노력 여부와 상관없이 그저 태어났을 때부터 숙명처럼 손에 쥔 것이다. 그러나 떠돌이가 된 무파사에게 왕이라는 건 마치 수많은 영웅 서사 속 영웅들이 그러했듯이 위협과 고비를 넘어서며 획득하게 된 지위다.
 
왕에 대한 개념의 차이는 다른 생명을 내려다봐야 할 존재로 생각할 것인가, 아니면 함께해야 할 존재로 생각할 것인가로도 나뉜다. 시작부터 타카는 가장 높은 곳에 서서 다른 모든 것을 내려다봤지만, 무파사는 가장 낮은 곳에서 그곳에 있는 모두와 동일한 시선을 가졌다.
 
타카는 권력만 쥔 채 위험 앞에 물러섰지만, 무파사는 책임을 안은 채 위험 앞에 가장 먼저 나섰다. 두 사자의 사상과 신념, 시선은 시작부터 '왕'에 대한 정의가 다를 수밖에 없음을 드러냈다. 진정한 권력은 혈통이나 힘이 아니라 민심에서 나온다.

외화 '무파사: 라이온 킹' 스틸컷.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무파사를 왕으로 만든 건 혈통이 아닌 초원의 민심이었다. 그 스스로 낮은 곳에 위치했고, 낮은 곳에서부터 왕으로서 거듭난 무파사는 종의 차이를 넘어 모두가 '생명의 순환' 속에 놓인 동일한 존재임을 인식하고 인정했다. 그 스스로가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 초원에서 살아가는 한 존재임을 삶으로 터득한 것이다.
 
그런 무파사는 '외부자들'로 이야기되는 외부 세력의 폭력은 종을 가리지 않고 위협이 될 것임을 예측하고, 사자라는 종을 떠나 자연을 살아가는 생명체로서 연대하고 함께 싸워야 한다고 말한다.
 
영화 속 존재들은 강력한 힘으로 초원의 존재를 억압하고 폭력으로 대하는 사자 무리를 '외부자들'이라고 표현한다. 강자는 언제든 약자를 위협한다. 나는 언제든 약자가 될 수 있다. 폭력은 언제 어디서나 불현듯 나타날 수 있고, 언제든 나는 물론 우리를 위협할 수 있다.

지금 당장은 나와는 무관한 폭력이 나에게로 향할 수 있다. 그렇기에 나는 또 다른 나와 연대하고 함께 싸워야 한다. 그렇기에 무파사는 가장 앞에 서서 폭력에 맞서고, 초원의 생명을 보호하고자 한다. 그런 무파사를 자신들의 왕으로 추대한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외화 '무파사: 라이온 킹' 스틸컷.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이와 같은 이야기는 단순히 가상의 초원 속 약육강식, 적자생존의 법칙이 지배하는 사자나 동물들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스크린 밖에 위치한 현실이자 우리의 이야기로 치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러 시사점을 안긴다.
 
특히나 한 나라를 대표하는 지도자란 어떤 책임과 의무를 지녀야 하는지, 지도자의 자질이란 무엇인지, 진정한 지도자란 국민의 안전과 평화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등을 질문하게 되는 요즘, 무파사와 타카의 상반된 행보는 많은 생각을 남긴다.
 
전작보다 깊어진 이야기만큼이나 진일보한 기술력은 과장을 섞어 BBC 다큐멘터리나 내셔널지오그래픽을 보는 듯한 생생함을 제공한다. 또한 전작 '라이온 킹'에서 지적됐던 어색한 동물들의 감정 표현은 더욱 정교해지며 이질감을 줄였다.
 
여기에 '문라이트'를 통해 탁월한 영상미와 뛰어난 연출력을 증명했던 배리 젠킨스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기대에 충족하는 연출을 선보이며 '배리 젠킨스'라는 이름을 증명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때로 애니메이션 버전의 '라이온 킹'을 그리워하게 되는 순간도 있다. 이는 실사로 구현된 '라이온 킹' 시리즈가 안고 가야 할 운명이다. 또한 한스 짐머와 엘튼 존이라는 거장들의 참여, 그리고 '써클 오브 라이브'(Circle of Life)라는 대표곡을 남겼던 전작과 비교해 음악적인 면은 확실히 아쉬움을 남긴다.
 
118분 상영, 12월 18일 개봉, 전체관람가.

외화 '무파사: 라이온 킹' 포스터.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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