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내란사태'를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검찰과 경찰을 상대로 사건 이첩 요청권을 재차 발동한 것을 두고 법조계에서는 우려의 시선이 있다. 공수처의 이첩 요청에 검·경이 불응할 경우 사건 자체가 위법 수사 논란에 휘말릴 수 있어서다.
이런 배경에서 경찰은 논의 끝에 최근 윤석열 대통령 등 일부 내란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했다. 검찰 역시 협의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지만 공수처가 정한 이첩 시한을 넘길 경우 요청에 불응한 것으로 해석될 것이란 염려도 있다.
18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공수처는 지난 13일 검찰과 경찰에 비상계엄 사태 관련 사건을 이날까지 이첩해달라고 요청했다. 지난 8일 사건이첩 요청권을 행사한 것에 이은 2차 요청이다.
2차 이첩요청 이후 경찰은 공수처와 협의를 거쳐 △윤 대통령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문상호 정보사령관 등 사건을 이첩했다. 공수처법상 대통령과 현역 군 장성은 공수처가 수사할 수 있다.
아직 사건을 보내지 않은 검찰은 공수처와 협의를 계속 이어간다는 입장이지만 뚜렷하게 정해진 방향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이첩 방식과 범위 등 다양한 방안이 내부에서 거론된다고 한다. 경찰이 최근 윤 대통령 수사 등을 공수처에 이첩한 점, 사건 전체가 아닌 경찰처럼 일부를 이첩하는 방식도 공수처가 받아들일 의사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해 폭넓게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의 사건이첩 요청권의 근거 조항인 공수처법 24조는 '공수처의 범죄 수사와 중복되는 다른 수사기관의 범죄 수사에 대해 공수처장이 수사 진행 정도나 공정성 논란 등에 비춰 공수처에서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해 이첩을 요청하면 해당 수사기관이 응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법조계에선 해당 조항을 예외나 해석의 여지가 적은 강행 규정으로 보는 견해가 다수다. 공수처장이 일단 이첩 요청 여부를 판단하면 타 수사기관은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법조계에선 공수처의 이첩 시한을 검찰이 넘긴 이후 진행되는 수사에 대해 피의자들이 '위법 수사' 문제를 걸고 넘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것은 내란죄에 대한 수사권 유무를 두고 다투는 것과는 다른 차원, 그러니까 '공수처법' 준수 여부를 판단하는 문제다. 검찰이 앞선 1차 이첩요청 때 명시적으로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고, 공수처에 '판단을 재고해 달라'는 요청 공문을 보낸 것도 이런 흐름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장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 측도 수사기관의 과열 경쟁에 우려를 표했다. 윤 대통령 측 석동현 변호사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광기(狂氣) 어린 수사를 하고 있다. 2~3개 수사기관이 서로 경쟁하듯 출석요구와 강제수사를 하고 있는데 이런 부분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차성안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이 수사 진행 정도나 공정성을 확보했다는 이유를 들어 이첩을 거부하는 것은 위법 소지가 다분하다. 이첩요청 시한이 도래한 이후 검찰 수사는 위법하다는 지적이 제기될 수 있는 지점"이라며 "수사기관 공조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