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권성동 당대표 권한대행 체제' 등장으로 친윤(친윤석열)계가 당 주도권을 잡은 가운데, 당이 민심의 흐름을 거슬러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방탄'에 나섰다.
권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을 앞두고 대통령 권한대행은 헌법재판관 임명권이 없다며 국회 몫 3명의 후보자 추천에 제동을 걸었다. 또 야당이 단독으로 통과시킨 법안에 대해선 대통령에 거부권 행사 요구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이를 두고 자신들의 유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 권한을 제멋대로 해석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런 가운데 당은 차기 비상대책위원장 인선을 앞두고 탄핵 반대의 선봉장에 섰던 '친윤 핵심 중진 의원'을 중심으로 후보자가 좁혀지는 상황이다.
윤 대통령 탄핵을 기점으로 반성하고 쇄신에 들어가야 하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민심과는 동떨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불가피하다.
與 "거부권 행사는 되고 헌법재판관 임명은 안된다?" 이율배반 논란
권성동 원내대표는 17일 오전 취임 이후 처음으로 주재한 원내대책회의에서 '한덕수 권한대행은 대통령 탄핵 심판 결정전까지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없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그는 "지금은 대통령이 궐위 상황이 아닌 '직무정지' 상황"이라며 "대통령 직무정지 시에는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없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과거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도 탄핵안이 헌재에서 최종 인용된 이후에 대법원이 추천한 인선을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한 전례가 있다"고 강조했다.
권 원내대표 발언의 표면적인 취지는 법리적으로 윤 대통령이 파면되어 '궐위' 상황이 되면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는 있지만, 현재는 '일시적인 직무 정지' 상황이기 때문에 임명권이 권한대행에게 없다는 주장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여당이 '헌법재판관 6인 체제'를 최대한 유지해 윤 대통령 탄핵 심판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주려는 속셈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탄핵안이 인용되기 위해서는 최소 6명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하는데, 6명 전원이 찬성하는 것과 9명 중 6명의 찬성을 이끌어내는 것은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또 여당이 현재 '조기 대선'을 치르기엔 불리한 상황인 만큼 최대한 시간을 끌면 내년 2월 예정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2심 선고 등의 변수가 상황을 역전시킬 수도 있다는 기대도 읽힌다.
야당은 권 원내대표의 주장에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공석인 재판관 3명은 모두 국회가 추천하는 몫이며 이에 대한 대통령의 임명권은 소극적 권한일 뿐"이라며 한 권한대행이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라고 주장했다.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도 같은 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과거 황교안 권한대행이 대법원장 몫의 이선애 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는지와 관련해 유사 논란이 있었으나 결국 (그를) 임명했다"고 반박했다.
권 원내대표가 권한대행의 인사권을 두고는 '궐위'시에만 권한 행사가 가능하다'며 소극적으로 해석한 데 반해, 대통령 직무대행 체제에서도 거부권 건의 기조를 유지하는 것을 두고는 이율배반적인 태도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여당 입맛에 맞게 권한을 취사선택해 유리한 쪽으로만 해석하고 있다는 취지다.
앞서 권 원내대표는 탄핵안이 통과되기 전인 지난 13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양곡관리법 등 6개 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바 있다.
김상훈 정책위의장도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야당 단독으로 본회의를 통과한 증언감정법 개정안과 관련해 "권한대행께서는 이러한 입법 횡포에 대해 재의요구권을 반드시 행사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를 두고 법사위 소속 한 야권 관계자는 "직무 정지시 권한 대행의 소극적 권한 행사의 범위는 '현상을 유지하는 정도'로 보는데, 거부권 행사는 '적극적인 권한 행사' 아닌가"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김건희 특검법' 거부권 행사를 앞두곤 더 큰 딜레마에 빠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탄핵 반대 등에 업은 권성동…비대위원장도 '도로 친윤' 유력
국민의힘 차기 비상대책위원장 인선 논의에서도 '반성과 쇄신' 보다는 '친윤 중진 중심의 당 안정화'에 방점이 찍힌 모습이다.
당은 18일 의원총회를 열고 비대위원장 인선을 최종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보이는데, 당 사정에 정통하고 '경륜'을 갖춘 당내 인물이 적합하다는 데 의견이 모이고 있다.
후보군으로는 5선 중진인 권영세·김기현·나경원 의원과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등이 거론되고 있다. 또 권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겸직으로 맡는 안도 유력하게 거론된다.
문제는 이들 대부분이 '탄핵 반대'에 앞장서 온 인물이란 점이다. 권 원내대표 또한 '탄핵 반대' 여론을 등에 업고 당선이 됐다.
이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지도부가 꾸려지더라도 당을 쇄신하는 방향 보다는, '윤 대통령 탄핵 방어'에 앞장서는 모습이 부각되지 않겠냐는 우려가 나온다.
친한(친한동훈)계에선 친윤 비대위원장 선출에 강한 우려를 표했다. 6선 조경태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탄핵을 반대하는 분이 비대위원장으로 앉았을 때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 우리 당이 승리할 수 있겠나"라며 "대통령의 잘못을 비판하고 국민의 뜻을 받들 수 있는 정당이 국민의힘에 어울리는 철학"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한동훈 대표 체제 붕괴'를 기점으론, 당내에서 친한계 목소리에 힘이 사라졌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