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의 배경으로 '부정 선거'를 꼽으며 극우 유튜버들과 똑 닮은 주장을 한 가운데, 윤 대통령이 과거부터 '부정선거 음모론'에 심취해 있었다는 정황이 하나둘 나오고 있다.
17일 보도에 따르면 지난 20대 대선 당시 윤석열 캠프에는 후보 직속의 '부정선거 감시단'이 있었으며 '부정선거 관리대책'이 진지하게 논의됐다.
윤 캠프의 '부정선거 관련 관리 대책' 문서에는 제21대 총선이 부정선거이며 부정선거 수사를 위해 선관위 서버를 확보해야 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극우 유튜버들의 주장과 유사한 내용이다.
윤 대통령은 문서를 토대로 진행된 회의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용한 전 윤석열 대선캠프 정책총괄지원실장은 13일 한 매체에 "회칙에 윤 대통령이 감시대책기구에 직접 참석하여 격려와 지원을 한다는 대목이 쓰여 있고 윤 대통령이 이를 그대로 시행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을 포함한 캠프 내 수뇌부들이 각종 부정선거에 대한 주장과 의혹들에 매료되어 있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심지어 윤 대통령은 본인이 이긴 선거조차 '부정 선거'를 의심했다. 윤 대통령은 김규현 전 국가정보원장에게 21대 총선에 대한 보안 점검 보고를 들은 후 "내 선거도 이상하지 않았습니까. 10~15%(포인트) 이상 이겨야 했는데 0.73%(포인트) 차이로밖에 못 이긴 것은 이상하지 않습니까"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대전고검 검사 시절이었던 2016년 7월 2일 '박근혜 대통령 당선무효 집회' 현장에서 포착되기도 했다.
당시 송태경 전 서울시의원은 자신의 SNS에 둘이 찍은 사진을 올리며 "윤석열 검사는 '18대 대선은 3·15 부정선거를 능가한 최악의 부정선거'라며 짓밟힌 국민주권과 헌정회복 지킴이를 한 이 시대의 의인 공직자"라고 썼다. 윤 대통령이 실제 집회에 참석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지난 12일 담화에서는 돌연 '부정 선거' 의혹을 비상계엄 선포의 이유로 들었다. 앞서 계엄 해제 발표 때나 7일 2분 담화에서는 전혀 언급조차 없던 내용이다.
윤 대통령은 "제가 비상계엄이라는 엄중한 결단을 내리기까지 그동안 직접 차마 밝히지 못했던 더 심각한 일들이 많이 있다"며 "민주주의 핵심인 선거를 관리하는 전산시스템이 이렇게 엉터리인데 어떻게 국민들이 선거 결과를 신뢰할 수 있겠는가"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저를 탄핵하든, 수사하든 저는 이에 당당히 맞설 것"이라며 "저는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의 부정선거 망상은 극우 유튜브에 심취해 확증편향에 빠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일국의 대통령이 극우 채널 지지자들과 다름없는 인식 수준으로 음모론을 믿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앞서 윤 대통령 취임식에 극우 유튜브 채널 이봉규TV, 시사창고, 시사파이터, 너알아TV, 짝찌TV, 애국순찰팀, 가로세로연구소, 자유청년연합, 정의구현박완석 등의 운영자가 '김건희 여사' 몫으로 초대됐다. '이봉규TV'의 진행자 이봉규 씨는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가) 자면서도 내 방송을 본다"고 주장한 인물이다.
윤 대통령이 극우 성향의 유튜버를 기용해왔다는 의혹도 오래 전부터 제기됐다.
2023년 6월 윤 대통령은 차관급인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장에 김채환 전 서울사이버대 전임교수를 지명했다. 김 원장은 '김채환의 시사이다' 채널을 운영하며 '문 전 대통령이 생체실험을 했다', '박근혜 탄핵 촛불시위에 중국인들이 참여했다'는 등의 주장을 펼쳤다.
대통령실의 강기훈 행정관은 2019년 창당한 자유의새벽당 대표로 활동하며 4.15총선 부정선거를 주장해온 바 있다. 그는 '김건희 라인'으로 지목되며 음주운전으로 징계를 받고도 복귀해 논란을 일으켰다.
2022년 7월에는 부정선거 음모론자이자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시위를 벌였던 유튜버 안정권 씨의 친누나가 대통령실 공무원으로 채용된 사실이 밝혀졌다.
이와 관련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윤 대통령이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한 지난 12일 보도자료를 통해 "부정선거에 대한 강한 의심으로 인한 의혹 제기는 자신이 대통령으로 당선된 선거관리 시스템에 대한 자기부정과 다름없다"고 반박했다.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도 13일 국회에서 "대통령의 입장에 대해서는 상당히 충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부정선거는) 시스템상으로 불가능하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