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프로농구에서 충격적인 상황이 발생했다. 16일 충남 아산에서 열린 하나은행 2024-2025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경기에서 홈팀 우리은행이 인천 신한은행을 상대로 1쿼터 10분 동안 단 1점도 기록하지 못하는 불명예를 썼다.
지난 역사를 굳이 찾아볼 필요도 없다. 이는 역대 여자프로농구 단일 쿼터 기준 한 팀의 최소 득점 기록이다.
KBL의 역대 한 팀의 단일 쿼터 최소 득점 기록은 2점이다. 총 다섯 번의 사례가 있었다.
△KBL 역대 단일 쿼터 최소 득점 기록
1998년 2월 21일: 1쿼터 인천 대우증권 2-26 대전 현대
2006년 2월 26일: 2쿼터 인천 전자랜드 2-29 안양 KT&G
2009년 11월 10일: 4쿼터 인천 전자랜드 2-21 원주 동부
2021년 1월 1일: 1쿼터 인천 전자랜드 2-22 전주 KCC
2022년 2월 1일: 2쿼터 창원 LG 2-14 전주 KCC
지금은 연고지를 바꾼 인천 프랜차이즈 농구단이 네 차례나 불명예를 안았다. 한 쿼터에 2점밖에 기록하지 못한 팀이 이기기 어렵다는 것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이 같은 기록을 남겼던 5개 팀은 모두 졌다. 5경기의 평균 점수차는 16.4점이었다.
쿼터당 시간이 12분으로 국내 프로농구보다 2분이 더 긴 미국프로농구(NBA)에서 나온 한 팀의 단일 쿼터 최소 득점 기록은 5점이다.
덴버 너겟츠는 2015년 11월 댈러스 매버릭스와 원정경기에서 3쿼터 5득점에 그쳤다. 3쿼터 12분 동안 댈러스에 5-25로 밀렸고 81-92로 졌다. 현역 최고의 선수로 평가받는 니콜라 요키치의 데뷔 후 16번째 출전 경기였다.
마이애미 히트도 한 쿼터에 5점밖에 기록하지 못한 적이 있다. 2015-2016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였다. 보스턴 셀틱스와 원정경기에서 3쿼터 5득점에 머물렀고 결국 88-98로 패했다.
마이애미의 간판 스타 드웨인 웨이드는 2016년을 끝으로 구단을 떠났다가 2년 후 트레이드를 통해 다시 마이애미로 복귀했고 2019년 히트 유니폼을 입고 은퇴했다.
이는 모두 24초 공격 제한 시간이 도입된 이후의 기록이다. 제한이 없었던 1954년 이전 상상을 초월하는 저득점 경기가 나온 적이 있다.
1950년 11월 22일(미국 현지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열린 NBA 정규리그 경기에서 포트웨인 피스톤스가 미니애폴리스 레이커스를 19-18로 눌렀는데, 당시 양팀의 4쿼터 합산 득점은 4점(피스톤스 3점, 레이커스 1점)에 불과했다.
저득점 시대가 아니었다. 피스톤스와 레이커스의 해당 시즌 팀 평균 득점이 나란히 84점대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굉장히 특이한 경기였다. 양팀 합산 37점은 역대 NBA 단일경기 최소 득점 기록으로 남아있다.
당시 레이커스에는 조지 마이칸이라는 걸출한 빅맨이 있었다. NBA 역사상 최초의 슈퍼스타 센터였다.
포트웨인의 머레이 멘든홀 감독은 정공법으로는 마이칸이 버티는 레이커스를 이기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지난 3년 동안 마이칸을 막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해봤지만 아무 것도 통하지 않았다"며 누구도 생각 못한 전술을 들고 나왔다.
바로 시간 끌기였다.
경기 시작 후 공을 잡은 포트웨인의 센터는 중앙선 부근에서 드리블 없이 가만히 서있기만 했다. 심판진과 레이커스 스태프가 빨리 플레이를 시작하라고 소리쳤지만 묵묵부답이었다. 관중들의 야유가 쏟아졌음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이후 여러 차례 공방이 펼쳐지기는 했지만 지금 시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제한적이었다. 포트웨인이 시간 끌기 전략을 경기 내내 고수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상대에게 스코어가 밀리고 있을 때도 그랬다. 미니애폴리스는 상대 전략에 크게 흔들렸고 결국 피스톤스가 1점 차로 이겼다.
NBA 사무국은 충격에 빠졌다. 긴급 회의를 개최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날 공격 시간을 제한하자는 안건은 나오지 않았다. 앞으로 19-18이라는 충격적인 스코어가 다시는 나오지 않도록 하자는 '신사 협정' 수준으로 마무리됐다. 24초 제도는 그로부터 약 4년 후 도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