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럼프 1기 행정부의 통상 정책 핵심 참모가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미국과 무역하는 국가들에게 더 강경한 입장을 취할 전망"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상무부의 자국 핵심 제품 수출 통제를 무기로 한 통상 전략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워싱턴에서 더 많은 영향력…美와 가능한 빠르게 소통해야"
트럼프 1기 행정부의 통상 정책 핵심 참모였던 스티븐 본(Stephen Vaughn) 전 미국 USTR(무역대표부) 대표대행은 16일 대한상공회의소가 개최한 '트럼프 2기 통상규제 :한국기업의 리스크 관리와 대응전략' 세미나에서 이같이 밝혔다.그는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 우선(America First) 정책을 바탕으로 재선에 성공했다"며 "첫 번째 임기 동안 중국을 비롯한 철강,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부과와 한국, 일본, 중국, 캐나다, 멕시코 등과의 새로운 무역 협정 체결 등 공격적인 자국 우선 정책이 트럼프 당선인을 다시 백악관으로 돌아올 수 있게 한 주요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또 한 번의 승리로 트럼프는 1기 행정부 때보다 워싱턴에서 더 많은 영향력을 가지게 된 가운데 미국과 무역하는 국가들에 더 강경한 입장을 취할 전망"이라며 "미국 행정부 관계자들과 가능한 빠르게 소통에 나서야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할 경우 첨단반도체와 소프트웨어 등 일부 품목의 수출을 통제하는 '수출 통제의 무기화' 가능성에 대비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폴 공(Paul Kong) 미국 싱크탱크 루거센터(The Lugar Center)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2기 통상정책 및 기업 대응전략'에 대한 발표를 통해 "미국과 경제․안보 교류가 많은 한국과 같은 나라들에게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은 각국 정부가 앞다퉈 미국으로 협상팀을 파견해야 할 만큼 강력한 통상 압박이 예상된다"고 제언했다.
이어 "한국 기업이 바이든 정부 시기 대미(對美)투자를 활발히 진행했지만 정권 교체 이후 그간의 투자 실적이 큰 의미를 가지지 못할 수도 있다"며 "트럼프 1기와 달리 미국 상무부의 수출통제가 무기화되면서 협상의 난이도도 더욱 높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트럼프 당선인이 한국 조선업과의 협력을 직접 언급한 점은 향후 협상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IRA 폐지 수준 조치 불가피…전기차·배터리 등 산업 위축 우려"
이번 세미나에서는 국내 주요 로펌 전문가들이 통상정책 변화에 따른 우리 기업의 선제적 대응방안을 조언하기도 했다.
송지연 김앤장 변호사는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더욱 신속하고, 강력한 관세정책을 통한 무역 적자 해소, 일자리 보호는 물론 이민정책, 대중견제 등 각종 대외관계 이슈를 협상해 나갈 것"이라며"국내기업들은 국가 ․ 품목별 관세 부과와 면제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관세 리스크 완화 방안을 수립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정현 광장 변호사는 IRA(인플레이션감축법)와 CHIPS Act(반도체지원법)에 대해 "트럼프 당선인과 공화당은 대선 기간 중 IRA 폐지를 주장했기 때문에 IRA는 폐지 또는 그에 버금가는 변경이 불가피하다"며 "다만, 모든 세액공제 항목을 삭제하기 보다는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중국과의 기술 격차를 좁히는 방향으로 접근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변호사는 이어 "CHIPS Act는 중국과 첨단 기술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반도체 산업이 가지는 중요성을 감안할 때 IRA보다는 변경 가능성이 낮겠지만 보조금 혜택이 미국 기업 내지 미국 중심의 공급망에 집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주현 율촌 변호사는 "트럼프 2기 정부는 과거 바이든 정부의 친환경 정책 및 ESG 규제들을 축소하고 전통적인 화석 연료 활용에 중점을 둔 에너지 정책을 펼 것으로 예상된다"며 "전기차, 배터리 등으로 대표되는 친환경 산업에 달갑지 않은 소식으로 향후 공개될 세부 정책 방향을 모니터링하는 한편, 수출 다변화, 원가절감 계획 등 리스크 관리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창완 태평양 변호사는 "각국의 보호무역주의와 경제적 민족주의의 부상으로 자유무역협정의 실효성이 도전 받고 있지만 우리나라가 세계 각국과 체결한 자유무역협정은 우리 기업들에게 중요한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과 중국 간, EU와 중국 간의 상호보복 관세가 실제 부과되고, 지속될 경우 직접적인 영향권 밖에 있는 우리 기업들은 관세율 차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하여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광희 세종 고문은 "국가 간 물리적 충돌은 줄어드는 반면, 공격자를 특정하기 어려운 사이버 공격이 대폭 증가할 것"이라며 "선거 캠페인 과정에서 발생한 중국, 이란의 해킹 시도와 중국을 대상으로 하는 기술 규제를 강화하는 기조의 영향으로 사이버 공격자를 추적하고 처벌하는 미국의 사이버 보안정책은 더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하며, 이에 대한 대비를 당부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은 축사를 통해 "한미 양국은 오랜 기간 상호 보완적이며 호혜적인 경제 협력을 통해 상생의 길을 걸어왔으며, 이러한 협력은 국내의 정치적 불확실성에 영향 받지 않고 굳건히 유지될 것"이라며 "그간 기업이 교역 투자를 통해 쌓은 협력 기반 및 정부 간 네트워크를 총동원하여 미국 신(新) 행정부의 정책에 최선을 다하여 대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