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의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몇년간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실제로는 2%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등 민간을 중심으로 중국 경제가 처한 현실에 대한 경고 메시지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중국 국유 금융사 궈터우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 가오산원은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지난 2~3년간 (성장률) 공식 수치는 연평균 5%에 가깝지만, 실제 수치는 2% 정도일 것으로 추측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중국의 실질 성장률 수치와 다른 경제 지표들의 진정한 수치를 알지 못한다"며 "팬데믹 이후 이들 수치가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많은 사람이 추측한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내 추측이 맞다면 향후 3~5년 동안 3~4% 성장이 더 합리적 예상이지만 공식 수치는 항상 5% 정도일 것이라는 점을 우리는 알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당국 및 고위 공직자에게 자문을 해온 인물이자 싱크탱크인 '중국 금융 40인 포럼'(CF40) 일원이기도한 가오산원의 이같은 발언은 한마디로 중국 당국이 경제 통계를 조작하고 있다는 뜻으로 파문이 예상된다.
가오산원 외에도 중국 민간 경제전문가들은 중국의 현재 경제상황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쏟아내고 있다.
푸펑 둥베이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24일 상하이에서 열린 한 강연에서 "내수 부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중국도 일본처럼 '잃어버린 35년'에 직면할 수 있다"면서 현재 "중산층이 몰락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동경제 전문가인 리스 저장대 공유발전연구원 원장은 지난 7일 중국 경제지 경제관찰보와의 인터뷰에서 "중산층 소득 수준에 이르지 못한 저소득층이 전체 인구의 65%로 약 9억명인 것으로 추산한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리커창 전 국무원 총리가 재임 당시인 2020년 "중국인 6억 명의 월 수입이 1천 위안(약 20만 원)에 불과하며 집세를 내기조차 힘들다"고 발언해 논란이 된 바 있는데 리 원장의 이같은 분석은 리 전 총리의 발언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다.
이렇게 민간 경제전문가들이 중국 경제에 대한 비관론을 제시하며 '근본적인 개혁'을 주장하고 있지만 체제 안정이 최우선 과제인 중국 당국은 '경제 광명론'을 내세우며 애써 중국 경제의 어두운 면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내년도 중국의 경제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연례회의인 중앙경제공작회의가 지난 11~12일 열렸는데 이 자리에서는 대내외적인 어려움을 인정하면서도 "2024년 경제 및 사회 발전의 주요 목표와 과제가 성공적으로 달성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도 지난 10일 국제 경제기구 수장과의 '1+10 대화'에서 "중국은 올해 경제 성장 목표를 달성해 세계 경제 성장의 가장 큰 엔진 역할을 계속 발휘할 것이라는 충분한 자신감이 있다"면서 역시 경제 광명론을 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