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내란사태 수괴인 대통령 윤석열의 파면여부가 헌법재판소의 심판대에서 가려지게 됐다. 국회는 14일 윤석열 탄핵소추안을 재석의원 300명에 찬성 204명으로 가결했다. 민의의 전당인 국회를 짓밟고 헌법을 유린한 내란 피의자 윤석열의 직위를 박탈하기 위한 첫 관문을 넘어선 것이다.
시민의 힘은 실로 위대했다. 비상계엄이 선포되던 밤 불안과 공포 속에서도 국회로 달려가 맨손으로 계엄군에 맞선 이들은 시민이요, 지난 11일간 촛불민심을 발산하며 탄핵안 가결의 에너지를 공급한 주체도 시민이었다. 10대 청소년과 20대 청년들도 야광봉을 흔들며 열망을 표출했다. 국민의힘의 탄핵 반대 당론도 국민의 힘 앞에선 무력화됐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국민 여러분께서 보여준 민주주의에 대한 간절함, 용기와 헌신이 이 결정을 이끌었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의 전 과정은 민주주의의 산 교육장이 됐다. 윤석열 정부 출범부터 영부인의 기행, 수사와 기소, 감사 등 내부 통제시스템의 붕괴, 친위쿠데타 발발과 그에 대한 집권여당의 행태에 이르기까지 국민들은 지난 2년 7개월간을 똑똑히 지켜봤다. 깨어있는 시민의식이 없다면 언제든지 역사의 시계를 되돌릴 헌정질서 파괴 시도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점도 지켜봤다.
尹, 비상계엄 도박으로 패망의 길…국민의힘, 내란방조 넘어 공범 평가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자가 민주주의를 배신한다면 정치적, 법적 책임을 지는 것은 물론이요 역사에도 오명을 남기게 될 것이다. 공정과 상식을 내걸고 대권에 오른 윤석열은 부인 김건희를 둘러싼 각종 의혹과 채상병 사망사건 처리 과정에서 약속을 저버렸다. 본인과 부인의 범죄 의혹을 숨기기 위해 대통령이 가진 헌법적 권한을 남용하며 김건희.채상병 특검에 6번이나 거부권을 행사했다. 또한 2년 반 동안 대통령으로서의 능력은 입증하지 못한 채 독선적인 국정운영을 거듭하다 비상계엄이라는 도박의 유혹에 넘어가 패망의 길로 접어들었다.집권 국민의힘 또한 내란의 방조자를 넘어 사실상 공범이었다는 점에서 민주주의를 배신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실력과 소통능력, 민주적 리더십이 전혀 검증되지 않은 외부자를 대선후보로 내세운 이른바 '떳다방'식 인재영입으로 실패를 자초했다. 정권 출범 후 스스로 용산의 출장소로 전락해 민의를 전달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비상계엄이 발발한 이후에도 국민의힘 의원 90명은 당사 등에 머물며 계엄해제요구안 의결을 외면했다.
본회의장 침탈과 선관위 서버 접수, 정치인 체포.구금을 둘러싼 계엄군의 구체적인 계획이 내부자들의 증언으로 속속 드러나고 있음에도 2차례의 탄핵소추안 표결시 '탄핵 반대' 당론을 유지한 게 국민의힘이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로 시작해 '양심에 따라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로 끝나는 의원선서는 헌신짝이었나? 국회가 침탈당했는데도 본회의장 퇴장과 당론반대를 앞세워 의원 개개인의 양심을 옭아매는 것은 민주주의에 역행한다. 표결 결과로 짐작컨대 더욱 충격적인 건 국민의힘 의원 상당수가 '민주주의 배신자'보다는 '지지세력 내 배신자' 소리를 더 무서워한것 아니냐는 점이다. 이 모든 게 기억되고 기록될 것이다.
이제는 드러난 사실을 명확히 하고, 내란 주모자와 가담자를 단죄해 수습하는 일이 남았다. 먼저 정치적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헌법재판소가 집중 심리를 통해 가급적 조속한 시일 내에 탄핵심판의 결론을 낼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과 국회는 공석인 3명의 헌법재판관 임명을 서둘러야 한다.
계엄 사태는 '통치행위'이며 '마지막 순간까지 싸우겠다'고 결기를 보인 윤석열의 2차 담화로 미루어 무모한 시도가 재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수사기관은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대통령실과 관저를 압수수색하고 구속수사할 필요가 있다. 국수본과 공수처, 검찰로 나뉘어 진행되는 수사도 향후 효율과 신뢰를 담보하기 위해 특검이 통합해서 진행해 기소하는 게 옳다. 김건희.명태균 게이트는 물론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민주주의 '건강성'과 '취약성' 확인한 윤석열 내란사태
12.3 내란 사태의 수습 과정에서 우리는 민주주의 토대의 건강성과 취약성을 동시에 확인하게 된다. 거대 권력일지라도 공정과 상식의 위반이 도를 넘는 순간 촛불의 힘은 국민이 주인이란 걸 어김없이 보여줬다. 반면 정당 민주주의는 여전히 퇴행적이고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명태균 게이트에서 드러났듯 공천 등 인재영입 시스템은 후진적이다. 국민의힘은 당내 계파 싸움으로 큰 인물을 키우지 못한 결과 대선 때마다 반짝 인기에 기댄 외부 수혈에 의존하다가 결국 이번 탄핵사태와 같은 참사로 이어졌다
정당민주주의의 취약성을 방치한다면 유사한 실패는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 결국 답은 민심에 있다. 국민이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감시하고 기억하고 행동해야 한다. 잘 한 것은 칭찬하고 못한 것은 준엄하게 심판해야 정치가 바뀐다. 그게 민주주의가 진정 살아있음을 제대로 보여주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