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의 최근 최대 적이었던 '불확실성''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면서 상당 부분 걷힐지 주목된다.
지난 3일 비상계엄과 국회의 해제, 이후 탄핵 정국에서 환율은 치솟고 증시는 출렁이더니 지난 7일 1차 탄핵안 부결 이후 변동성은 다시 확대됐었다.
지난 12일 윤 대통령의 예고 없던 담화 때 증시는 장중 초반 상승분을 반납했다가 반발 매수세와 탄핵 찬성 입장을 밝힌 여당 의원들이 늘면서 정족수가 확보되자 안정을 되찾는 등 변덕이 심했다.
이 때문에 2차 탄핵 국면은 경제의 향방을 좌우할 중대 기로로 평가돼 왔다.
한국은행은 15일 '비상계엄 사태 이후 금융·경제 영향 평가' 보고서를 통해 "2차 국회 탄핵안 가결 이후 향후 정치 프로세스와 관련한 예측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다만 "향후 상황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여전히 조심스러워했다.
헌법재판소 심판 결과와 관련한 불확실성은 남아있지만, 과거 사례에 비춰 빠르면 2~3개월, 늦어도 6개월 이내 헌재의 결정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불확실성은 일단 해소됐다는 게 한은 평가다.
신용카드 매출 뚝…투자 위축 우려, 해소될까
관건은 내수다. 비상계엄 후 탄핵정국에서 가계가 지갑을 닫고 기업은 투자 위축 우려가 커져 왔기 때문이다.
소비심리 위축은 이달 들어 카드 사용액에서 드러난다. 11월 회복 흐름을 보였지만, 12월 들어서는 증가세가 주춤했기 때문이다.
한국신용데이터에 따르면, 이달 2일부터 지난 9일까지 전국 소상공인 외식업 사업장 신용카드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9% 감소했다. 매출이 10% 줄면, 이익은 60% 이상 감소한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3일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12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물가 안정세가 이어지고 있으나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가계·기업 경제심리 위축 등 하방 위험 증가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계엄이나 탄핵 등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라는 표현을 통해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신용등급 아직 안정적…셀 코리아 잠재워질까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의 한국에 대한 신용등급도 '안정적'으로 유지될 전망이다. 국가 신인도가 하락하면 금융기관이 자금을 빌릴 때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고, 외국인 투자자금이 대거 유출될 우려가 커진다. 원화가치 하락에 따른 수입 비용 증가는 물가와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앞서 S&P·무디스·피치 등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이 12·3 내란사태 이후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은 여전히 안정적이라고 밝혀왔는데, '제도적 회복력'을 그 이유로 꼽았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신용평가사들을 만나 과거 두 차례 대통령 탄핵 당시에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설명해 왔다.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비상계엄 직후 소폭 상승했지만 대체로 안정세를 유지했다.
탄핵이 가결되면서, '셀 코리아(Sell Korea)'가 어느 정도 잠재워질지도 주목된다.
한은에 따르면, 외국인 국내증권투자는 과거 탄핵 국면에서 대체로 순유입됐다. 외국인 주식투자는 국회 탄핵안 가결월의 순투자 규모가 전월보다 확대됐고, 채권투자는 해당월에 일시적으로 부진했다가 이후 대체로 안정됐다.
돌아온 트럼프, 리더십 공백…내년 1% 저성장 전망
고공행진을 하는 환율과 함께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경제 정책 변화와 무역 분쟁 심화, 중국의 성장 정체 등 대외 변수도 적지 않다.
주요 기관들의 내년 한국의 성장률 전망이 2% 전후로 낮아진 상황에서 탄핵 정국 여파로 1%대로 주저앉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내년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 이후 쏟아질 현안에 대응할 리더십도 부재한 상태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12일 '2025년 신용등급 전망'에서 "대외 요인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경기 둔화로 등급이 하향 우위로 변동하는 흐름이 계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기평은 "부동산 경기 침체와 내수 부진이 이어지며 물가와 유가는 하향 안정세지만, 고환율·고금리 기조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며 이처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