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집회장에는 유아차 주차 행렬이 이어졌다.
영유아를 둔 부모들이 집회에 참석할 수 있었던 것은 부모와 아이들을 위한 쉼터, '키즈버스' 덕분이었다.
16개월 된 딸을 키우는 권순영(44)씨는 지난주 집회에서 기저귀를 갈 곳이 없어 고생한 경험을 계기로, 부모와 자녀들이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권 씨는 딸의 500일 기념 가족여행을 가기 위해 모아둔 돈을 털어 키즈버스를 준비했다.
이날 키즈버스에는 아이들을 위한 음료와 과자가 준비됐고, 시민들의 기저귀와 물품 후원도 이어졌다. 소문을 들은 한 주차장 운영자가 영유아 부모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주차 공간을 제공하며 호응을 더했다.
덕분에 서울·경기 지역뿐만 아니라 경북 포항, 충남 등 먼 지역에서도 키즈버스를 찾는 부모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아들 손을 잡고 온 오모(32)씨는 "야외에서 기저귀를 갈 수 있는 장소가 있는 것과 없는 건 정말 다르다"며 "아이와 함께 나올 용기를 얻었다"고 전했다.
박모 씨는 "키즈버스와 주차 후원의 도움 덕분에 정의로운 사회를 위한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다"며 "아이들에게 이번 경험이 귀한 가르침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어린 자녀들과 함께한 부모들은 한목소리로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포항에서 5살 딸과 함께 온 아빠 이모(45)씨는 "옳지 않은 일에는 함께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온 한 부부는 딸을 안고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있는데 집에서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아기를 데리고라도 힘을 보태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부모 강모(34)씨는 "힘들 것 같아서 감기약도 미리 먹고 파스도 붙이고 나왔다"며 "나중에 아이가 부정의를 마주했을 때 이렇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아이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날 오후 5시를 조금 지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자, 집회장에는 뜨거운 환호성과 응원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