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장·서울청장 구속…경찰, 내란 지시자 지목된 尹 정면 겨냥

초유의 경찰청장·서울청장 동시 구속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계엄 3시간 전 대통령과 면담…이후 국회 통제
조지호 경찰청장 측 '尹 적극적 지시 있었다'
"尹, 청장에 직접 6차례 전화 걸어 국회의원 체포 지시"
경찰 특수단, '내란 지시자' 지목된 尹 직접 겨냥
압수수색 이어 '체포' 영장도 검토

조지호 경찰청장이 5일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왼쪽 김봉식 서울경찰청장. 박종민 기자

12·3 비상계엄 선포 당시 국회에 경찰을 투입해 국회의원 등의 출입을 막아 내란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이 구속됐다. 경찰 서열 1·2위 수장의 동시 긴급체포에 이어 구속까지 모두 초유의 일이다.

사태 열흘 만에 조직의 최고 윗선을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구속한 경찰은 이제 두 청장에게 계엄 관련 지시를 내렸다고 파악된 윤석열 대통령을 '내란 우두머리'로 보고 정면 겨냥하고 있다. 경찰은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 영장'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청장·서울청장 동시 구속…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서울중앙지법 남천규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3일 오후 늦게 조 청장과 김 청장에 대해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조 청장과 김 청장은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 약 3시간 전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 계엄 관련 지시 사항을 전달 받은 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경찰을 투입해 국회의원 등의 출입을 통제함으로써 내란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청과 두 청장이 국회 등에 내놓은 증언 내용과 자료를 종합하면, 김 청장은 3일 밤 국회 주변에 기동대 다수 배치했으며, 비상계엄 선포 직후인 밤 10시 46분쯤 돌발사태 발생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현장에 국회 출입통제를 지시했다.

그러다가 밤 11시 6분 국회의원과 국회 관계자에 대해선 신분 확인 후 출입하도록 조치했는데, 국회 활동을 금한다는 내용의 포고령 선포 직후인 11시 37분부터는 조 청장의 '국회 전면 출입 통제' 지시가 서울청에 내려져 다시 현장 통제가 이뤄졌다. 당시 경찰의 무전 녹취록엔 국회의원의 출입은 막고, 계엄군은 진입시킨 정황이 담겼다.

조 청장은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두고 변호사를 통해 '실질적으론 월담 등 국회의원의 출입은 허용했으며, 대통령의 '국회의원 체포' 지시도 따르지 않는 등 적극적으로 항명했다'는 취지로 주장했지만, 구속을 피하지 못했다.

이날 오후 포승줄에 묶여 고개를 숙인 채 법원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한 조 청장은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국회 본회의에선 전날 "국회 기능을 마비시키려 함으로써 헌법을 위반하고 내란 행위에 적극 동조한 책임이 있다"는 이유로 조 청장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되기도 했다. 김 청장은 영장실질심사 출석을 포기했다.

두 청장 구속은 경찰이 경찰을 제대로 겨냥할 수 있겠느냐는 '셀프수사 우려'에 선을 그어온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의 12.3 내란사태 수사 과정에서 나온 첫 구속 사례다. 경찰 특수단은 지난 10일 두 사람을 불러 조사한 뒤 이튿날 새벽 긴급체포했으며, 추가 조사 후 전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조지호 변호인이 밝힌 계엄의 밤…"尹, 6차례 전화해 의원 체포 지시"

'내란 가담 혐의' 를 받고 있는 조지호 경찰청장이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특히 경찰 특수단은 '언론을 통해 계엄 상황을 알았다'던 조 청장의 기존 국회 증언과 달리 그가 비상계엄 선포 약 3시간 전 윤 대통령을 만나 계엄 관련 내용을 들었다는 점을 확인했다.

조 청장 변호인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의 적극적인 계엄 관련 지시가 있었다는 설명을 조 청장 진술을 토대로 내놨다. 이에 따르면 조 청장과 김 청장은 비상계엄 선포 3시간 전인 3일 오후 7시20분쯤 대통령실의 호출을 받아 대통령 안전가옥에서 윤 대통령을 면담했다. 이 자리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도 함께 했다.

조 청장 변호인은 이 면담과 관련해 "윤 대통령은 약 5분 동안 계엄의 정당성 등을 결의에 찬 목소리로 설명한 뒤 A4용지 한 페이지에 지시 사항을 기재해 전달했다"며 "(그 내용엔) 2200 비상계엄 선포, 2300 국회, MBC를 포함한 언론사, 여론조사 꽃 등 약 10여곳의 접수할 기관이 기재돼 있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조 청장에게 직접 '국회의원 체포'도 여러차례 지시했다고 한다. 비상계엄 선포 후 국회 활동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포고령까지 전파된 오후 11시37분쯤 윤 대통령이 국회 통제를 지시한 조 청장에 직접 여섯 차례 전화를 걸어 "계엄법 위반이니 체포하라", "잡아들여"라고 말하며 국회의원 체포를 독촉했다는 게 조 청장 측 설명이다.

특히 오후 10시30분쯤에는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이 조 청장에게 전화로 15명의 주요인사 위치 추적도 요청했는데, 여기엔 현직 판사도 포함돼 있었다고 한다. 조 청장 변호인은 "당시 15명 명단을 여 사령관이 (조 청장에게) 쭉 불러줬는데, 1명은 모르는 사람이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조 청장이 '이 사람은 누구지' 했더니, (이재명) 위증교사 사건의 무죄를 선고한 판사라고 했다더라. 그 밖에 김명수 전 대법원장, 권순일 전 대법관, 우원식 국회의장, 민주당 이재명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 정청래 의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까지 있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여 사령관이 지목한 판사는 김동현 부장판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 청장 변호인은 "조 청장이 지난 3일부터 4일까지의 비상계엄 과정에서 부당한 비상계엄에 대항해 대통령 서면 지휘와 전화 지휘, 국군방첩사령부의 전화 지휘 등 지휘에 대해 총 세 차례에 걸쳐 항명했다"고 주장했다.

경찰, 지시자 지목된 尹 정면 겨냥…"대통령 체포 영장도 검토"

연합뉴스

경찰 특수단이 조 청장과 김 청장에게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를 적용한 건 이들을 해당 임무에 종사하게 한 지시자, 즉 '내란 우두머리'로 윤 대통령을 겨냥하고 있다는 의미로도 풀이되고 있다.

실제로 경찰 특수단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신청했는가'라는 질의에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상계엄 선포 당시 상황 파악에 중요한 윤 대통령의 통신 기록 등에 대해서도 경찰은 "통신영장 신청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압수수색 방안, 윤 대통령 경찰 출석 요구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미 지난 11일 윤 대통령을 내란 혐의 피의자로 적시한 영장을 토대로 용산 대통령실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대통령실과 경호처가 막아서며 진입에 실패했다. 대통령실이 자료를 경찰에 임의제출하는 방식으로 자료를 확보했지만, 경찰은 "대통령실이 극히 소량의 자료만 제출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발부된 압수수색 영장을 재집행할 수 있는지 검토 중"이라며 "(기존 영장으로) 재집행할 것인지, 다른 압수수색 영장을 추가로 신청해서 진행할 것인지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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