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래잡기. 한 아이가 술래가 되어 다른 아이들을 잡는 놀이다. 술래는 어떻게든 다른 아이들을 잡기 위해 사력을 다한다.
다 큰 어른들이 좀비를 피해 생존하려는 모습은 마치 술래잡기를 연상시킨다. 여기에 출연진의 결정에 따라 상황이 달라지는 임무, 소위 '복불복'이 더해지면서 제작진조차 그 결과를 예상치 못했다고 한다. 넷플릭스 예능 '좀비버스: 뉴블러드'(이하 좀비버스2) 이야기다.
최근 서울 종로구 센트로폴리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좀비버스' 시리즈를 연출한 박진경·문상돈 PD는 출연진이 몰입할 수 있도록 공을들였다고 밝혔다.
문상돈 PD는 "출연자들이 몰입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해 놓았다"며 "좀비 분장을 비롯해 실제 좀비가 있다면 이렇게 될 것이라는 세계관을 구축했다"고 밝혔다.
실제 좀비 역을 맡은 이들은 2, 3일 전에 리허설을 통해 합을 마쳤다고 한다. 여기에 몰입이 필요한 부분은 카메라까지 철저하게 숨겼다.
박진경 PD는 "출연진이 대화를 나눌 때는 평소대로 찍는데 실제 상황이라고 느껴야 할 때는 안 보이는 데서 찍고 있거나 숨겨놓은 거치 카메라로 찍었다"고 떠올렸다.
이 때문에 출연진의 몰입도 자연스레 이어졌다. 문상돈 PD는 "생존력이 강한 육성재 또는 데프콘의 경우는 저희가 캐릭터를 설정한 게 아니"라며 "몰입을 통해 그 안에서 만들어진 걸 저희가 잘 포장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코트쿤스트(코쿤)도 결단력 있고 운동도 잘하는 모습이라는 반응을 봤는데 저희가 그렇게 할 줄도 몰랐고 주문한 적도 없다"며 "하다 보니까 출연진이 자기 역할을 만들더라"고 덧붙였다.
"신현준은 즐라탄 아냐…현장에서 섬뜩하더라"
물론 작품의 큰 방향을 설정하는 과정에서 연출의 개입은 있었다. 섭외에 있어서는 시즌1보다 예능 요소를 높이기 위해 전문 예능인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박진경 PD는 "섭외할 때 가장 많이 신경쓴 부분은 기존 멤버들과 새로 들어오는 분들이 어느 정도 안면이 있는 게 중요했다"며 "적은 회차로 촬영하다 보니 서로 친해지기가 쉽지 않기에 자연스럽게 티키타카(주고받는 대화)가 되는 과정이 중요했다"고 말했다.
이어 "시즌1에서도 덱스가 초반에 말이 없다가 마지막 촬영이었던 7화에 가서 말이 터졌다"며 "이런 일이 반복되면 안 되기 때문에 기존 멤버로 있던 이시영이나 딘딘 등과의 케미를 구축하려고 노력했다. 새로 들어온 태연과 코쿤도 신경을 많이 썼다"고 강조했다.
최종 빌런으로 등장한 신현준 섭외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문 PD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인물이 나왔으면 했다"며 "마침 이시영과 조세호 모두 친분이 있어 신현준이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현장에서 연기하시는 걸 보고 다들 놀랐다. 그간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즐라탄)와 비슷한 사람으로 알고 있었는데 아니었다"며 "실제로는 우스꽝스럽게 나왔지만 현장에선 섬뜩하고 진짜 미친 사람 같은 느낌이 있더라"고 감탄했다.
또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된 이른바 '좀반인' 노홍철의 행동은 이미 제작진과 얘기가 됐다고 한다. 양양 클럽에서 도망가는 행동, 권은비를 인질로 삼은 모습 등이다.
박진경 PD는 "노홍철이 확실히 대단한 게 저희가 보면서 지금 딱 도망가면 좋겠다고 생각하면 10초 이내로 도망가더라"며 "지하철에서도 대상을 정해주지 않고 1명만 인질로 잡으려고 했는데 권은비를 데리고 가더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문상돈 PD도 "이시영의 역할이 그래서 되게 재미있었다"며 "낌새를 눈치채고 허튼수작 부리지 말라고 했는데, 노홍철이 다 무시하고 가니까 연출자로서 쾌감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박진경 PD는 "그때 이시영이 더 몰입했던 것 같다"며 "죽은 노홍철을 보며 그때 당한 게 화가 많이 났던지 깨운다는 명분으로 뺨을 때리더라"고 웃었다.
"덱스가 소녀시대 팬한테 맞아 죽을 것 같다고…" 웃음
좀비버스2 제작진은 촬영 뒷얘기도 털어놨다. 이 가운데 2화에서 출연진이 4륜형 이륜자동차(ATV)를 타고 헬리콥터로 향하는 장면을 언급했다.
박진경 PD는 "저희가 누구누구 타라고 지정해 준 건 아니었다. 우연히 덱스가 태연이랑 짝이 됐다"며 "ATV가 위험하지 않는다고 해도 산길인 만큼 안전상 덱스가 운전할 줄 알았는데 뒤에 타 있더라"고 떠올렸다.
"덱스에게 무슨 일이 있냐고 물어봤죠. 그랬더니 소녀시대 팬들한테 맞아 죽을 것 같아서 운전을 못 하겠다고 하더라고요. 덱스가 운전할 때 태연이 혹시나 떨어지지 않으려고 본인을 잡게 되면 그 모습이 좀 그랬나 봐요."
이어 "그래서 그 장면을 보면 덱스가 태연 뒤에 멀찌감치 떨어져 있다"며 "저희는 그걸 마치 정찰하는 것처럼 포장했다"고 웃었다.
이번 작품에서는 1995년생 동갑내기 덱스와 육성재 호흡이 눈길을 끌었다. 박진경 PD는 양양에 처음 도착했을 당시 덱스와 육성재가 같이 물품을 탐색하는 장면을 두고 "사실 처음에는 구상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제주도 촬영을 하고 나니까 둘이 동갑이라고 친해지려고 하고 말도 놓자고 해서 그럼 일단 3화를 그 둘로 시작해보자 했다"고 덧붙였다.
문상돈 PD도 덱스와 육성재 호흡이 유독 마음에 들었다고 한다. 그는 "둘이 붙어서 미션을 할 때 재밌는 관계가 나왔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두 사람은 수영장 탈출 장면에서 물에서 한동안 나오지 않아 촬영 감독도 놓쳤다는 사연을 전하기도 했다.
제작진은 이어 게임처럼 영상이 먼저 전개되고, 출연진의 선택에 따라 결과가 나오면 다시 새로운 영상이 펼쳐지는 형식을 유지했다고 밝혔다.
또한 자막 형식에도 통일성을 주었다. 박진경 PD는 "게임처럼 상황을 설명하는 자막과, 칼이 망가졌다는 등의 에러 메시지를 담은 자막 두 개를 사용했다"고 말했다.
끝으로 시즌3 제작에 대해선 조심스럽게 말했다.
"반응은 좋았는데 세부 지표까지 들여다보지 못해 아직은 이렇다 저렇다 확실하게 대답을 드릴 수 없을 거 같아요. 재미있었던 게 출연진이 더 신나 했어요. 덱스 동상까지 세워야 하는 거 아니냐면서 아이디어를 많이 내놓으셨어요."(박진경 PD)
"작품 속에서 좀비가 된 육성재도 어떻게든 시즌3에 합류하고 싶다고 계속 얘기하더라고요."(문상돈 PD)
박진경 PD는 "기본적으로 저희가 좀비버스2에서 못 다뤘던 이야기들도 있다"며 "제주도에 남겨진 안드레 러시와 파트리샤에 대한 이야기, 비영리 글로벌 구호단체의 정체 등이 있는데, 나온다면 활용될 수 있을 거 같은 느낌으로 남겨뒀다"고 말했다.
좀비버스2에는 시즌1에 나왔던 이시영, 노홍철, 딘딘, 츠키, 덱스에 이어 조세호, 데프콘, 태연, 육성재, 코드 쿤스트, 권은비, 신현준 등이 출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