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대거 사직하면서 본격화된 의·정 사태가 10개월째 이어지는 가운데 내년도 상반기 레지던트 1년차 지원율은 10%를 밑돌았지만 인기과의 '쏠림' 현상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산부인과 지원은 단 한 명에 그쳐, 정부가 집중적인 확충을 공언한 필수의료과의 인력난이 한층 더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13일 의료계와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지난 9일 접수가 마감된 레지던트 1년차는 모집인원 3594명 중 314명이 지원해 지원율이 8.7%에 그쳤다.
레지던트는 의사 면허를 취득한 의대 졸업생이 1년간 여러 진료과목을 돌면서 배우는 인턴을 마친 뒤 지원 가능한 과정이다. 앞서 1만 명이 넘는 전공의가 수련병원을 떠날 때부터 내년도 수련 관련 저조한 지원율은 예상됐던 결과라는 평가다.
문제는 정부가 의료개혁을 통해 격차를 완화하려 했던 '인기과'와 '기피과'의 편차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진료과별로 살펴보면, 수련병원들이 188명을 모집한 산부인과는 딱 1명이 지원한 것으로 파악됐다(지원율 0.5%).
이른바 '내·외·산·소(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에 들어가는 다른 과들도 한 자릿수 지원율을 보였다. 소아청소년과는 206명을 뽑겠다고 공고했으나 5명만이 지원했고(지원율 2.4%), 내과는 3.9%(모집인원 700명 중 27명 지원), 외과는 4.7%(215명 중 10명)를 각각 기록했다.
지원율이 가장 낮았던 곳은 방사선종양학과로, 모집정원 26명 중 지원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 또 △응급의학과 3.1%(224명 중 7명) △심장혈관흉부외과 3.0%(65명 중 2명)도 3%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필수의료과로 분류되는 진료과목 중 상대적으로 선전한 과는 신경외과(11.8%, 119명 중 14명) 정도다.
이와 반대로 전공의들이 가장 많이 몰린 과는 정신건강의학과였다. 152명을 뽑겠다고 밝혔는데 42명이 지원해 27.6%의 지원율을 보였다.
성형외과(24.7%, 73명 중 18명)와 재활의학과(21.9%, 105명 중 23명)도 20%를 웃돌았다. 대표적 인기과로 꼽히는 피부과는 12.5%(72명 중 9명)를 기록했다.
복지부는 앞서 전국 수련병원에 보낸 공문을 통해 '전공의 모집 운영'에 철저를 기해줄 것을 당부했다.
만약 모집정원 또는 지원자보다 적은 전공의를 뽑을 경우, 해당 사유를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 사전 보고하고 병원 홈페이지 등에 공고해야 한다고도 요구했다.
복지부는 "일부 병원에서 지원자에게 지원 철회를 요구하거나 지원이 불가하다고 안내하는 등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는 민원이 지속 제기되고 있다"며 "면접을 포함한 전공의 선발과정에서 부당한 사유로 불합격하는 사례가 없도록 모집계획을 철저히 수립하고 모든 지원자에게 균등한 선발 기회를 제공해 달라"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