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살 위협 느낀 명태균, '황금폰' 민주당 아닌 검찰로 넘겼다

"민주당 약속 어겨 검찰에 황금폰 제출"
"비상계엄 성공했다면 제일 먼저 총살당했을 것"
박주민 의원 "출정 예정돼 접견일 변경"

명태균씨. 류영주 기자

윤석열 대통령 부부 공천 개입 의혹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가 사용하던, 이른바 '황금폰'을 검찰에 제출한 이유를 더불어민주당의 탓으로 돌렸다. 애초 민주당에 제공하려 했지만, 접견 약속을 어긴 민주당을 믿을 수 없어 검찰에 황금폰을 제출했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 등 유력 정치인과의 통화 내용이 담겨 있을 것으로 추정되면서 황금폰은 이번 사건의 핵심 증거물로 꼽힌다.

명씨 측 법률대리인인 남상권 변호사는 13일 창원지검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명씨가 지난 11월 13일 민주당 박주민 의원과 통화하면서 '내일 구속되면 12월 12일 변호인 접견을 와 달라'고 부탁했고, 박 의원은 알았다고 약속했다"고 밝혔다.

이어 "박 의원은 명씨와 만나기로 한 약속을 어겼다"며 "약속을 저버린 민주당을 어떻게 믿느냐는 판단에 휴대전화 등을 검찰에 제출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 휴대전화는 초기화하지 않고 원래 사용한 그대로의 상태로 전날 검찰에 제출됐다.

남 변호사는 "명씨는 만약 비상계엄이 성공했다면, 제일 먼저 총살당했을 것으로 믿고 있다"고도 했다. 앞서 명씨는 검찰 수사망이 좁혀오자 "내가 구속되면 정권이 한 달 안에 무너진다"고 말한 바 있다.

이어 "황금폰은 오래전부터 원래 있던 자리에 있었고, 이를 버리거나 숨길 의도는 전혀 없었다"며 "명씨가 마음을 바꿔 자연스럽게 검찰에 제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박 의원 측은 "창원구치소에 12일에 접견하겠다고 신청하고 기차표도 예매했지만, 명씨가 12일 출정이 예정돼 접견이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구치소 요청에 따라 17일로 날짜를 바꿔 접견 신청을 마쳤다"고 해명했다. 또, 당시에는 황금폰에 대한 이야기가 없었다고 했다.

창원지검 전담수사팀은 전날 명씨 측 변호인으로부터 휴대전화 3대와 이동식저장장치(USB) 1개를 제출받았다.

그동안 처남을 통해 버렸다거나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한 명씨의 '황금폰'이 윤 대통령의 두 번째 탄핵안 처리를 앞둔 시점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그 안에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느냐에 따라 파장이 예상된다.

앞서 검찰은 명씨가 황금폰을 숨긴 것으로 보고 지난 3일 재판에 넘길 당시 정치자금법 위반과 함께 증거은닉교사 혐의를 추가했다. 이에 명씨 측 변호인은 황금폰을 버리거나 은닉하지 않았기 때문에 증거은닉교사 혐의가 적용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휴대전화는 명씨가 2019년 9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사용한 것으로, 명씨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제기된 시기다.

이미 윤석열 대통령 취임 전날인 2022년 5월 9일, 명씨가 윤 대통령과 통화한 녹음 파일이 공개됐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0월 31일 공개한 녹음 파일에는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부터 열심히 뛰었으니까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아 당에서"라는 윤 대통령의 음성이 담겼다.

이와 함께 2022년 6월 창원의창구 국회의원 보궐선거의 공천을 도운 대가로 김영선 전 의원으로부터 정치자금 8070만 원을 받고, 당시 지방선거에 출마하려던 예비후보 2명에게 각 1억 2천만 원을 받은,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의 범행 시기와도 맞물린다.

명씨 측 변호인은 지난 11일 창원지검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황금폰을) 갖고 있지 않아 공개할 대상이 없다"고 말하는 등 황금폰의 존재를 부인했지만, 돌연 입장을 바꿔 검찰에 제출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검찰은 포렌식 작업을 통해 휴대전화에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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