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대학이 2025학년도 대입 수시모집 최초 합격자 발표를 마감하는 13일, 연세대 의과대학 교수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내란의 시작은 의료파괴였다"며, 의대생 및 전공의 모집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세의대 교수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성명문을 내고 "정치가 실종된 상황에서 이를 복구할 능력이 없는 함량미달의 정권이 눈을 돌린 것이 모든 국민의 삶에 깊이 닿아 있는 의료였다"며 "민주주의 절차를 무효한 것으로 간주하고 일방적으로 선언한 일련의 정책이 결국엔 국민의 생명과 건강,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그 기반부터 훼파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당시 포고령에 특정 직역으로는 유일하게 언급된 사직 전공의 등을 가리켜 "국민의 건강과 생명, 이를 돌보는 의료체계, 그리고 이를 이어가는 의료인의 연합을 조롱하고, 위협하며, 악마화함으로써 파괴하는 것이 내란"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윤 대통령 등이 일으킨 계엄사태 여파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을 두고 "범죄자를 처단하고 우리 사회를 회복시켜야 한다"며 "무엇보다 혼란한 사회에서 위협받는 취약한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일을 더 미룰 수 없다"고 언급했다.
또 의·정 갈등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탄핵 정국까지 더해진 현 상황을 극복하려면 △내년도 상반기 전공의 모집 중단 △2025년도 의대 모집 중단 △졸속 의대증원 철회 등의 조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연세의대 교수들은 "사직 전공의가 돌아올 수 있을 때까지 전공의 모집을 일단 중단하라"며 "지금의 전공의 모집은 의료계 파괴를 지속시킬 뿐"이라고 부연했다.
의대 교육에 대해서는 "두 배를 넘기게 된 휴학생과 새로 들어온 학생에게 정상적인 의학교육과 그 이후의 수련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올 2월 발표된 '의대 2천 명 증원'이 현 사태의 출발점이었다는 시각 아래 필수의료 정책패키지를 일체 폐기해야 한다는 입장도 재확인했다.
연세의대 교수들은 "이는 의료파괴를 중단하고 회복하기 위한 당국의 최소한의 의지의 표명이며 대화를 위한 계기"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돌아보면 전공의와 의대생은 사직과 휴학으로 의료파괴에 대한 저항 최전선에 섰고, 그러기에 근거 없는 비방에 노출되며 많은 고난을 당해야 했다"며 "내란의 주동자들은 저항할 수 있는 의료계를 먼저 파괴함으로써 내란의 길을 열었던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사회적 혼란을 잠재우고 의료체계를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전공의와 학생들의 주장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교육부 등에 따르면 전국 4년제 일반대는 이날까지 내년도 대입 수시모집 최초합격자 발표를 마쳐야 한다. 의대를 보유한 39개 대학도 3천 명 이상의 합격자를 발표한다.
합격자 등록기간은 오는 16일부터 18일까지로, 이후 19~26일에는 예비합격자 대상 충원이 이뤄진다. 여기서 채워지지 않은 인원은 정시 전형으로 이월된다.
의료계에서는 대학들이 이 같은 미충원 인원을 전원 감원하거나, 해당 규모를 줄여 정시로 넘기자는 주장을 이어왔다. 반면 정부는 대입 일정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고, 입시 안정성이 크게 훼손된다는 점에서 불가능한 방안이라고 일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