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회의 末' 참석에 "전공의 포고령 몰랐다"는 曺…책임 없다?

檢특수본, 당일 회의 참석 국무위원 중 처음으로 조규홍 복지장관 불러
3일 계엄선포前 국무회의 관련 "밤 10시 16~17분쯤 도착…尹, 바로 이석"
'경제·사회적 파장' 고려해 계엄 반대 입장…'전공의 포고령'도 사후 인지
"'전공의 처단' 동의 안했다"지만 포고령 관련조치 全無 두고 일각선 "무책임"
법적책임 묻긴 어렵다는 시각도…"국무회의 요건 성립 안 됐고 내란 고의無"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위원간담회에 입장하는 모습. 연합뉴스

'12·3 내란 사태'를 수사 중인 검찰이 비상계엄 선포일 사전 국무회의와 관련해, 12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을 소환하면서 조 장관의 법적 책임 여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비상계엄 사태에 연루된 국무위원이 검찰에 소환된 것은 조 장관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 등에 따르면,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이날 오전 조 장관을 서울중앙지검으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
 
조 장관은 지난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이 긴급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직전 개최한 국무회의에 참석한 11명 중 한 명이다.
 
당시 이 회의에는 윤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조태열 외교부 장관, 김영호 통일부 장관, 박성재 법무부 장관, 김용현 국방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및 조 장관이 참석했다.
 
조 장관은 당일 국무회의가 거의 끝나갈 때쯤 회의장에 도착해 계엄에 대해 '논의다운 논의'는 할 상황이 아니었다는 입장이다.
 
조 장관은 지난 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회의 참석 시점을 묻는 야당 의원 질의에 "(3일 밤) 10시 16~17분쯤 정도에 갔다가 10시 45분경 회의실에서 나왔다"고 답했다. 또 "저는 회의 말미에 갔기 때문에 어떤 의견이 있었는지 모르고 제가 참석한 후 대통령께서 바로 이석을 하셨기 때문에 보다 적극적으로 논의에 참여하는 데엔 한계가 있었다"고 부연했다.
 
국무회의에 '지각'한 조 장관이 입장했다고 밝힌 시각과 윤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한 오후 10시 23분 사이 간극은 불과 6분이다. 조 장관은 "그러니까 (의견을 개진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조 장관은 이른바 '전공의 포고령'에 대해서도 사전에 전혀 알지 못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전날 국회 본회의 긴급현안질문에 출석한 조 장관은 해당 포고령을 언제 알았느냐고 물은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 질의에 "사전 (국무)회의를 끝내고 서울사무소로 돌아와서 (복지부) 1급 회의를 소집한 이후 내부 문자보고를 통해 알았다"며 "(오후) 11시 28~29분 정도"라고 답했다.
 
이어 "우선 이것(해당 문구)이 왜 들어갔는지를 우리 1급들과 (논의)했는데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었다"며 "지금 비상진료체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큰 파급, 나쁜 효과가 있을 것 같아서 이를 어떻게 조치할 것인지 서로 얘기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윤 대통령의 긴급담화 직후 3일 밤 11시를 기해 발효된 계엄사령부 포고령(제1호)에는 뜬금없이 '전공의'란 단어가 담겨, 전문이 공개되자마자 논란이 일었다. 계엄사령관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명의로 나온 포고령 5항에는 "전공의를 비롯하여 파업 중이거나 의료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하여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시는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고 명시됐다.
 
의료계는 즉각 '위헌적이고 위법적'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현재 대부분의 전공의는 사직절차를 완료하고 수련병원을 떠난 상태라, '파업 또는 이탈'이란 표현이 사실에 부합하지도 않을뿐더러 전공의 등 의료인을 반(反)국가세력과 동급인 '처단(處斷)' 대상으로 간주한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취지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이 지난 11일 국회 본회의에서 진행된 '윤석열 대통령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 내란행위 관련 긴급현안질문'에서 답변하는 모습. 연합뉴스

조 장관은 이 같은 포고령 내용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전공의들의 자발적 복귀를 유도해온 정부의 기존 방침과도 배치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고, 포고령의 작성 경위는 알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도 사후적으로 별다른 조치는 취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 장관은 윤 대통령에게 전공의 포고령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느냐고 김 의원이 묻자 "(얘기) 못했다"며 "비상진료체계를 어떻게 유지할까 정도만 생각하고 포고령 자체는 미처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때 포고령 발신자가 계엄사령관이었는데 연락할 방법도 없었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계엄 전 국무회의는 윤 대통령이 하고 싶은 말을 일방적으로 선언하는 자리에 가까웠다는 증언들이 나오고 있다. 조 장관이 경제·사회적 파장을 근거로 비상계엄에 반대한 정황 또한 사실로 확인되고 있지만, 보건의료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다소 무책임한 태도였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계엄 당일 방첩사의 세부계획안을 담은 문서를 공개한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전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이 계엄 선포 당시 '유혈사태'도 염두에 뒀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물리적 충돌 시 발생할 사상자를 모아놓기 위해 병원시설 확보가 추진됐고, 이를 채울 목적으로 포고령을 통해 전공의 복귀를 압박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안의 엄중함을 고려할 때 복지부가 포고령 작성에 관여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사후 시정 시도조차 없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 의원이 조 장관을 향해 "(계엄사령관에게) 연락할 방법을 모른다(는 게), 장관이 할 얘긴가"라며 "너무나 답답하고 위기관리 능력이 없다"고 질타한 배경이다.

만약 국회에 의해 계엄이 빠르게 무력화되지 않았다면, 3일 밤 11시부터 전공의 대상 '48시간 카운트다운'이 이뤄졌을 거란 해석도 나왔다.
 
지난 10일 부산 금정구 부산대 대학본부에서 의과대학 비상대책위 소속 학생들이 의대 정원 원점 재검토, 전공의 처단 망발 규탄을 내용으로 하는 피켓을 들고 침묵시위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다만, 조 장관에게 '전공의 포고령'과 관련한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란 시각도 있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전공의 복귀명령' 비슷한 내용은 정말 터무니없는 것으로 계엄사항이 아닌데 갑자기 (포고령에) 집어넣었다"며 "아마 윤 대통령이 (직접) 넣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후조치가 없었던 점을 감안해도 조 장관이 처벌 대상이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봤다. 김 교수는 다만 "해당 사무의 중앙부처 장관이면 (포고령에) 이게 왜 들어갔느냐고 한 마디는 했어야 한다"며 "(계엄이) 워낙 엄청난 일이니 순간적으로 패닉은 왔겠지만 아주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어떤 국무위원은 (당일 사전 국무회의가) 국무회의도 아닌 것 같다고 할 정도로 (요건 자체가) 성립이 안 된 것 같다"며 "범죄가 성립하려면 고의가 있어야 한다. (참석 국무위원들에 대한) 징계는 해야겠지만 그 자리에서 (반대하는) 아무 말도 안 했다고 해서 어떤 범죄를 소추해 재판하기엔 적절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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