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안창호 위원장은 11일 '12·3 내란사태'와 관련해 "계엄 선포 전후 모든 과정에서의 인권 침해에 관한 사항을 철저하고 투명하게 조사하고, 모든 국가 기관은 국민의 인권 보호에 소홀함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란사태 8일 만에 나온 성명으로, '늑장 대응'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안 위원장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모든 국가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것이므로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방식으로 공정하고 정의롭게 행사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권위는 계엄과 관련된 상황이 조속히 종료되도록 노력하고 관련 인권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는 등 국민의 인권 보호를 위한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전국 36개 인권단체로 구성된 '국가인권위원회 바로잡기 공동행동(공동행동)'은 인권위가 '12·3 내란사태'에 침묵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이들은 "인권의 마지막 보루로 불리는 인권위가 이번 사태에 아무런 입장도 내지 못하고 현 정권의 눈치만 보고 있다"며 안 위원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인권위 내부에서도 이번 사태에 대한 직권조사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인권위는 지난 9일 열린 제23차 전원위원회에서 '대통령의 헌정 질서 파괴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인권위 직권조사 및 의견 표명의 건'을 상정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해당 안건은 오는 23일 재상정될 예정이다.
한편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 조효제 한국인권학회장, 김종철 인권법학회장 등 국내 인권 연구자들은 이날 시국선언을 통해 윤 대통령의 탄핵과 헌법·인권 침해에 대한 책임 규명을 국회에 요구했다.
이들은 "윤석열은 대통령 임기 중 '자유'라는 말을 반복해서 외쳤지만, 정작 민주주의와 인권을 수호하는 인권활동가를 '반국가세력'이라고 낙인찍었다"며 "차별금지법을 공산혁명과 연관 짓는 궤변으로 소수자 혐오를 일삼고, 인권을 왜곡하는 인권위원장을 임명했다"고 비판했다.
또 "윤석열은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내세우며 비상계엄을 선포했지만, 이는 오히려 시민들의 자유와 행복을 침탈한 행위"라며 "국회는 속히 윤석열에게 맡겼던 권력을 시민에게 돌려주고, 그와 그에게 동조한 세력들이 반헌법적이고 반인권적으로 공권력을 사용한 죄를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