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12.3 내란사태 후 한국 경제가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긴급 점검회의를 열었지만, "현재까지 정치가 수출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밝혀 사태를 안이하게 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11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무역보험공사, 무역협회, 반도체산업협회, 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관계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제7차 수출 비상
대책반 회의를 개최했다. 12.3 내란이라는 초유의 비상 사태로 수출에 미칠 영향을 점검하기 위한 자리였다.
그런데 회의 개최 후 정부는 공식 보도자료를 내고 "점검 결과, 현재까지는 국내 정치 상황이 우리 수출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이어 산업부는 "해외로부터의 수출계약 취소, 대금 미지급 등은 발생하지 않고 있으며, 수출 물품의 선적·인도도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산업부 뿐 아니라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긴급 현안질의에서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는 제한적이라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경기가 둔화 국면이라고 하기는 어렵다"고 다소 낙관적 전망을 폈다.
하지만 같은 날 발표된 아시아개발은행(ADB)의 '올해와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3개월 만에 모두 하향조정되는 등 정부의 판단과는 다소 다른 결과가 나왔다.
ADB는 한국의 내년 성장률을 지난 9월 전망보다 0.3%포인트(p) 하향조정한 2.0%로 전망했다. 올해 성장률 역시 0.3%p 하향한 2.2%로 내다봤다.
반도체 수출 증가의 영향이 점차 둔화할 것이라고 예상한 것으로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탄핵 정국에 따른 경제 충격은 반영되지 않았다. 수출 부진만으로 인한 성장률 둔화가 예상된만큼 향후 국내 정치적 혼란까지 반영되면 성장률 전망치는 더욱 하락할 수 있다.
실제 현장에서는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 유럽, 멕시코 등 해외 시장을 상대로 원자재를 공급 받거나 기계 수출 제조 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국가신용도 하락을 체감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의료기기를 수출하는 관계자는 "해외 바이어들로부터 국내 정세에 대한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자금력이 크지 않은 영세 수출업체들은 더 걱정이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우리나라 수출 기업을 보면 90% 정도가 50인 미만 기업이다. 대기업들은 위기가 닥쳐도 여러 방법을 통해 대응할 여력이 좀 있지만 작은 기업들은 그런 대책이 별로 없을 것"이라면서 "작은 기업들의 불확실성 부분은 정부가 적극 대응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서 정부는 주요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현장방문, 간담회 등을 통해 기업의 애로사항 및 수출동향을 면밀히 점검하고, 코트라 해외 무역관 등을 통해 주요국 동향을 수시로 파악하여 기업들과 공유하는 등 업계와의 소통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