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내란 사태로 조지호 경찰청장이 긴급체포되자 부산경찰청 내부에서도 어수선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경찰은 연말 인사철에 '인사권 공백' 사태를 맞이하며 정기 인사는 물론 치안 관리 등 경찰 본연의 업무도 차질이 우려되자 기강을 다잡는 데 집중하고 있다.
11일 조지호 경찰청장이 내란 가담 혐의로 긴급체포되자 부산경찰청 내부에서는 당혹감과 함께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연말 정기 인사에는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경찰은 매년 10월까지 한 해 실적 보고 등을 마무리한 뒤 평가를 비롯한 주요 인사 작업을 진행해 왔다. 이를 바탕으로 연말까지 승진 인사를 대부분 마치고 연초부터 승진과 전보 등 결과를 발표했다.
예년 같으면 인사 평가와 함께 그 결과도 서서히 윤곽이 드러나야 할 시기이지만 올해에는 내란 사태의 여파로 과정과 결과 모두 '오리무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경정급 이상 간부 승진 인사의 경우 경찰청장이 후보자를 추천하면 행정안전부 장관,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이 이를 임명하게 된다. 경감 이하 계급은 경찰청장에게 임명 권한이 있다.
고위급 경찰의 임명권을 쥔 윤석열 대통령은 현재 내란죄로 검찰에 입건된 상태다. 국무총리 역시 내란에 동조했다는 십자포화를 맞았고, 행정안전부 장관은 공석이다.
여기에 조직의 수장이자 전반적인 인사권을 가진 경찰청장이 내란 동조 행위자로 지목돼 긴급체포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면서 경찰은 사실상 인사권 공백 사태를 맞게 됐다.
한 경찰 관계자는 "보통 연말까지 총경 간부 승진 인사를 마무리하고 연초에 결과가 나왔지만 계엄 사태 이후 지금까지 아무런 언급이나 소문조차 없는 상황"이라며 "본청장까지 긴급체포되면서 정기 인사는 완전히 안갯속"이라고 말했다.
이번 내란 상황을 완전히 수습하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경찰 인사 지연에 따라 치안 관리 등 경찰 본연의 업무까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반응도 나온다.
게다가 정권 퇴진을 촉구하는 크고 작은 집회가 이어지고 정국 혼란을 틈탄 민생범죄 등 치안 수요도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수장 공백 사태까지 맞이해 여느 때보다 치안 공백에 대한 우려가 크다.
부산경찰직장협의회 정학섭 대표회장은 "본인(경찰청장)이 잘못된 판단으로 경찰 조직의 신뢰를 바닥으로 떨어뜨린 만큼 거기에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반응이 많다"고 전하며 "혼란이나 동요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상황이 종료될 때까지 경비 업무 등에 신경을 써야 하는 만큼 어려움과 불편함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부산청은 초유의 사태에 일선 직원들이 동요하지 않고 치안 유지 업무에 힘쓰도록 기강을 다잡고 있다. 김수환 부산청장은 이날 오전 열린 '주요 치안 현안 화상회의'에서 민생침해범죄 예방, 탄핵 촉구 집회 관련 대응 등을 주문하며 연말연시 모임을 자제하는 등 기강 확립도 강조했다.
한편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은 이날 새벽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청장을 내란 사태 연루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조지호 청장은 비상계엄 선포 직후인 3일 밤 국회의사당에 경찰을 투입해 출입을 통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