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와 잇따른 '내란 정국'이 연말 대목을 맞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에게 치명타를 안기고 있다.
"시국이 이래서…" 식당 취소 잇따라 상인들 울상
가장 타격이 큰 곳은 식당가들이다. 연말 송년회 모임 등으로 잡혀있던 예약이 줄줄이 취소되는 모습이다. 서울에서 고깃집을 하고 있는 한 자영업는 "오는 19일 50명 규모의 송년 모임 예약이 계엄 선포 이후 갑자기 취소됐고, 27일 잡혔던 40명 예약도 역시 취소됐다"며 "정국이 혼란스러워 모임을 취소한다는게 예약자들의 설명"이라고 밝혔다.서울의 한 자영업자도 "계엄 선포 이후 모임 예악 취소가 많다"며 "모두들 계엄을 이유로 들고 있는데, 정치 관련 모임 예약은 전부 다 취소된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식업은 연말연시가 대목인데 (계엄 선포로) 타격이 크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음식점들의 연말 매출 타격은 식자재 납품업체로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서울의 한 전통시장 관계자는 "식당 예약이 취소되니까 식자재 업체의 매출도 많이 줄었다"며 "대략 30% 정도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서울시소상공인연합회조차도 연말 모임을 최소했다.
유덕현 서울시소상공인연합회장은 "당초 연말에 송년 모임을 갖기로 했지만 계엄 상황 때문에 취소했다"며 "신년 모임으로 대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통시장도 직격탄 "계엄 경험 있는 나이드신 분들 발길 끊어"
'장사하는 사람들은 장사만 잘 되면 되지 정치에는 관심없다'는 일부의 인식에도 변화가 있어 보인다.
전통시장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한 청년 상인은 "계엄 선포 당시에는 '이게 뭐지?'하며 실감을 못했지만 계엄 직후 손님들이 급격히 줄면서 '계엄이 생계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을 갈수록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통시장을 찾는 분들은 대체로 나이드신 분들인데, 이 분들은 계엄 경험이 있어서인지 요즘에는 시장도 잘 오시지 않는다"며 "상황이 빨리 수습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소상공인들이 이번 계엄에 대해 특히 분노를 느끼는 부분은 윤 대통령이 계엄 선포 전날까지도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에 대한 각종 지원을 약속해놓고 갑자기 비상 계엄을 선포함으로써 오히려 영업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유덕현 서울시소공연 회장은 "윤 대통령이 소상공인에 대한 희망적 메시지를 전달한 뒤 곧바로 이렇게 계엄을 선포하니 굉장히 황당하고 충격이 더 크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상공인은 "연말연시 매출은 평소보다 50% 늘어나는데 올해는 힘들어 보인다"며 "안그래도 힘든 상황인데 대통령이 더 힘들게 하니 주변 상인들도 다 울분을 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계엄 선포 전날인 2일 소상공인 분야 민생토론회를 열어 '소상공인에 대한 전폭적 지원'을 약속하고 이날 오후에는 충남 공주산성시장을 찾아 "나를 믿어달라, 상인 여러분 힘내달라"고 말했다.
인터뷰에 응한 소상공인들은 하루 빨리 정국이 안정돼야 민생 경제가 정상화될 것이라고 밝혔고 일부는 대통령의 즉각 사퇴를 해법으로 제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