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왕고래' 시추를 위한 정부 예산이 결국 전액 삭감된 채로 국회에서 통과되면서 동해안 심해 가스전 개발 사업이 최대 위기를 맞았다.
1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회 본회의에서 2025년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이 총 11조4336억원으로 확정됐다. 이 가운데 505억원 규모였던 동해 심해 석유·가스전 시추예산(대왕고래 프로젝트)은 497억원, 98% 삭감돼 8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1차공 시추에는 총 1천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당초 정부와 한국석유공사는 반반씩 부담할 예정이었는지 정부가 제출한 동해 가스전 예산 500억원 상당이 삭감되면서 석유공사가 혼자 재원조달을 해야하는 상황이 됐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민주당과 예산안 협상이 결렬된 뒤 "대왕고래 해역에 유전 매장 가능성이 20%로 예상되는데 개발 예산 500억여 원을 전액 삭감해 국민 입장에서 안타까운 예산 삭감"이라고 말했다.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은 윤석열 정부에서 특히 공을 들인 사업 중 하나다. 지난 6월 윤 대통령이 예고도 없이 최대 35억~140억배럴의 원유·천연가스 매장 가능성이 있는 유망구조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발표 과정의 성급함과 경제성 논란으로 당시는 물론 이후 국정감사 기간에도 정치권의 뜨거운 정쟁 대상이 되면서 예산안 삭감은 이미 야당을 중심으로 예고가 되기도 했다.
현재 예산이 삭감됐다고 하더라도 당장 이달 중순으로 예정된 1차공 시추는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 9일 동해안 심해 가스전에 석유·가스가 묻혀 있는지를 확인할 시추선 '웨스트 카펠라'호는 9일 부산남외항에 입항했다.
업계 관계자는 "비용은 한달 뒤에 지급하는 구조기 때문에 시추는 시작할 수 있지만 문제는 12월,1월 작업분에 대한 정산"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회사채 발행이나 석유공사가 해외에서 하는 유전 개발 사업들도 있기 때문에 어떻게든 재원 마련을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부는 2차 시추부터는 해외 기업들의 투자유치를 통해 비용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힌 만큼 1차 시추는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이 높다는 근거'를 찾는다는 점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석유공사는 지난 7월부터 엑손모빌,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 등 거대 에너지 기업들을 대상으로 로드쇼를 열어 왔는데, 1차 시추 결과에 따라 많은 기업들이 관심을 보이고 뛰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