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 속에서 2030 여성 시민들이 새로운 집회 문화를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진보 논객의 성차별적 발언이 때 아닌 역풍을 몰고 왔다.
민주당 교육연수원장을 맡고 있는 박구용 전남대 교수는 지난 8일 방송된 팟캐스트 '매불쇼'에 출연해 "현장에 가 보니, 20대, 30대 여성분들이 많아서 놀랐다. 20대, 30대 남성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정보가 있다. 여자분들이 집회에 많이 나온다"라고 젊은 남성 시민들의 집회 참여를 독려했다. 이에 MC 최욱이 부적절한 반응임을 지적하자 박 교수는 "(여성들이 많이 나온다는 게) 얼마나 철학적이냐"라고 발언의 정정이나 별다른 사과 없이 지나갔다.
이에 대한 파장은 해당 회차의 '매불쇼' 유튜브 영상 댓글창을 뒤흔들었다. 여성 누리꾼들을 중심으로 박 교수의 발언이 부적절한 성차별적 언행이란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특히 '동등한 시민'으로서 이번 집회에 참여한 2030 여성을 마치 남성의 유인책처럼 취급, 대상화했고, 자기 소신껏 집회에 나온 남성 참가자들에게도 모욕적이란 지적이 이어졌다. 4050 여성이라고 밝힌 누리꾼들 또한 진보 남성들 사이에서 과거와 달라지지 않은 왜곡된 여성관을 꼬집으며 여전히 여성 비하적 발언들이 반복되고 있는 것에 공분했다.
앞서 여성계도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피해자를 2차 가해한 촛불행동 김민웅 상임대표가 이번 탄핵 집회 전면에 나서는 것을 지탄했다. 뿐만 아니라 집회 현장에서 여성 참가자가 윤석열 정부 이후로 후퇴한 여성 인권과 관련된 페미니즘 발언을 하면 야유를 받거나, 유인물을 나눠주다 10대 남성에게 폭행을 당하는 등 곳곳에서 여성 시민의 목소리를 차별·혐오하는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논란이 거세지자 박 교수는 댓글을 통해 "2030 남성들이 집회 현장에 보이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깨어 있는 여성들을 쫓아서라도 시위 현장에 나타나길 바란다는 내용의 사르카즘(풍자)을 던진 것이었는데 상처를 드렸다. 물의를 빚은 부분에 대한 용서를 구하며 시위를 축제의 장으로 바꿔주신 용기 있는 여성분들께 응원과 지지를 보낸다"라고 사과했다.
'매불쇼'는 문제 발언 일부를 편집하고 최욱 역시 사과에 동참했다.
최욱은 "사과로 좀 시작해야 될 것 같다. 지금은 이제 작은 힘이라도 모아야 되는 엄중한 상황인데 '매불쇼'가 그 힘을 조금 분산 시킨 것 같아 너무 개인적으로도 고통스럽고 여러분께도 너무 죄송하다. 어제 '매불쇼' 출연자의 발언으로 인해서 상처 받으신 분들이 많이 계신 것 같은데 그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를 드리겠다. 앞으로는 더욱 더 신중한 태도로 방송에 임하도록 하겠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이후 방송 말미에 "지금 언론도 솔직히 '매불쇼'를 계엄군보다 더 나쁘게 욕하고 있으니까 그만하시라. 에너지가 분산되면 안 된다"라고 비판적 보도에 자제를 당부했다.
이들의 대처를 두고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또 한 번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성차별 발언'이 문제였지만 이를 정확히 인정하기 보다는 '풍자'란 식으로 해명하거나 마치 관련 발언을 비판하는 보도가 '극단적 논조'라는 식, 또 진심 어린 사과보다는 탄핵 집회 규모를 위한 수습 정도로 비춰진 것이다.
결국 민주당도 언행 단속에 나섰다. 민주당 중앙당은 9일 17개 시·도당에 공문을 보내 선출직 공직자 및 주요 당직자 행동 지침을 안내했다.
민주당은 "선출직 공직자와 주요 당직자들은 지역위원회 및 SNS, 유튜브 등 모든 활동에서 언행에 유의하길 바란다. 본인의 잘못된 말 한마디, 행동 하나로 정국 상황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차별적 발언과 혐오 발언, 사회적 물의를 빚는 행동 등으로 현 상황에 악영향을 미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할 것"이라며 "중앙당에서는 추가 논란이 발생할 시, 무관용의 원칙으로 비상징계 등 엄중 조치에 나서겠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