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장범 KBS 신임 사장의 취임식은 노조 총파업 여파로 취소됐지만 사장실로 출근한 박장범 사장은 취임사를 남겼다.
박 사장은 10일 오전 10시로 예정된 취임식이 취소된 이후, 취임사 영상을 통해 "KBS 27대 사장으로 취임한 박장범"이라고 스스로 소개하며 "KBS의 주인은 국민이다. 시청자이자 주권자인 국민은 공영방송을 향해 자유민주주의라는 헌법의 가치를 방송의 영역에서 충실히 수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어떠한 권력이나 부당한 압력에 굴하지 않고, KBS의 주인인 국민만 바라보면서 공영방송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점을 약속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공영방송이란 네 글자에 담긴 신뢰와 공정, 품격, 그리고 정치적 독립을 지켜내겠다. 이러한 가치를 훼손하는 어떠한 도전에도 양보하지 않겠다"라며 "비상계엄 사태로 촉발된 국정혼란 속에서 신뢰할 수 있는 공정한 보도와 방송을 원하는 시청자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읍소했다.
박 사장의 취임을 저지하며 하루 총파업한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이하 KBS본부) 조합원들에게는 "앞으로 능력 중심의 인사를 통해서 일 중심의 조직을 만들겠다. 정파적이고 편향적인 인사, 보복성 인사나 징계, 편 가르기와 줄서기 문화는 이제 KBS에서 사라져야 한다. 일 잘하는 사람이 인정받는 공정한 인사를 통해 더 나은 방송 콘텐츠를 만들어 내겠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수신료 분리 고지가 촉발한 재원 부족 문제와 관련해서는 "새로운 수신료 환경에 최선을 다해 대응하면서 현재 국회에서 진행 중인 수신료 관련 입법 논의에도 적극 대응하겠다. 저는 앞으로 방송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직원들의 생각을 듣고 또 듣겠다. 위기를 극복하고 변화와 혁신을 통해 KBS가 국민의 방송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함께 해 주시길 부탁한다"라고 호소했다.
KBS본부는 내란 혐의를 받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한 박장범 신임 사장의 사퇴를 변함없이 촉구했다. 박 사장은 앵커 시절 윤 대통령과의 대담에서 김건희 여사의 고가 브랜드 가방 수수 논란을 '조그만 파우치'로 축소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날 파업 투쟁을 위해 전국 조합원 약 700여명이 서울 여의도 KBS 사옥에 모였다.
KBS본부는 "조합원들의 총파업을 피해 '파우치' 박장범 사장은 새벽 4시에 기습 출근을 강행해 현재 본관 6층 사장실에 묶여 있다. 오전 8시 반 국립현충원 참배 약속도 어긴 채 조합원들이 무서워서 6층에서 한발자국도 나오지 못하고 있는 중"이라고 전했다.
이어 "현재 KBS는 아침 뉴스를 시작으로 뉴스와 방송들이 결방 또는 축소 되고 있다. 수신료로 운영되는 KBS의 결방과 축소는 국민분들의 불편으로 이어진단 면에서 KBS본부는 국민들께 죄송하다 말씀드린다"라면서도 "단, 이번 파업은 공정방송장치를 모두 해체한 윤석열 하수인들의 책임을 묻기 위함이다. 국민들의 KBS를 돌려드리기 위해 파업하고 있다. 보다 공정한 방송, 신뢰받는 KBS를 위한 투쟁에 응원 보내주시라"라고 당부했다.
이번 파업을 '불법 파업'으로 규정한 사측을 향해서도 "이번 파업은 중노위 조정결렬 등 정당하게 쟁취된 파업"이라며 "공정한 방송은 공영방송 종사자들에게 매우 중요한 근로조건이라 대법원에서 판시하고 있다. 물론 모든 법을 어겨가며 나라를 이끄는 내란수괴 윤석열과 KBS 부역자들은 다를 게 없겠지만"이라고 꼬집었다.
KBS가 연일 12·3 내란사태 보도를 축소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 가운데 KBS본부는 이날 자정을 기해 하루 총파업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