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사실상 직무배제 상태에 놓이면서 현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해 온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대왕고래 프로젝트)과 체코 원전 수출 관련 정책이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해당 사업들이 당초 야당의 반대가 심했던 데다 국가 단위에서 움직여야 하는 사업들인데 대통령은 물론이고 전체 국무위원들이 사퇴 의사를 밝히는 등 향후 거취가 불투명한 상황이 맞물린 까닭이다.
현 국정 상황과 별개로 동해심해 가스전 유망구조에 석유·가스가 묻혀 있는지를 확인할 시추선 '웨스트 카펠라'호는 9일 부산외항에 입항했다. 석유공사는 이날 관련 영상과 사진을 공개했는데 웨스트 카펠라호는 부산 영도 앞바다 인근인 부산남외항에 정박한 뒤 7~8일간 시추에 필요한 자재들을 선적한 이후 17일쯤 시추 해역으로 출발해 본격적인 시추 작업에 들어간다.
이른바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지난 6월 윤 대통령이 예고도 없이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을 직접 밝히며 관련 사업의 주가가 치솟는 등 산유국에 대한 기대와 함께 경제성, 야당의 반발 등의 이유로 논란이 일었던 사업이다.
여기에 더해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예산결산특별위에서 단독 처리한 내년도 예산 감액안에서 첫 시추 사업 예산 497억원을 전액 삭감하면서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와 석유공사는 시추 비용 조달 방안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박성택 산업부 1차관은 지난 3일 브리핑에서 "끝까지 예산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지만 만약 불발된다고 하면 어떤 형태로든 대안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시추공 하나를 뚫는 데에는 1000억 정도의 비용이 예상되는데 정부와 석유공사는 반반씩 재원을 조달할 계획이었다. 만일 전액 예산 삭감이 확정되면 재무 여건이 열악한 석유공사가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전체 비용을 책임져야 한다.
이와 관련 석유공사 관계자는 "시추는 예정대로 할 수 있다"면서도 "내년 1, 2월에 어떻게 정산할 것인가가 문제인데 현재 재원 조달 방안에 대해서는 계속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당초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을 밝힐 때도 최소 5번의 시추는 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재 여러 정치적 상황을 고려할 때 2차,3차 시추가 가능한지에 대해서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원전 사업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수력원자력과 정부는 지난 7월 체코 신규 원전 수주전 결과 EDF(프랑스)를 제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당시 체코 원전 수주는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주 이후 15년 만에 이룬 쾌거라며 윤석열 정부의 최대 업적 중 하나로 내세우기도 했다.
이후 미국 웨스팅하우스와의 지적재산권 분쟁 협상 등의 변수가 생기면서 국가간 협상이 중요하다는 평가가 많았던 만큼 현재 국정 리더십 공백에 대한 우려가 크다.
한수원은 현재 정치 상황과 무관하게 차질없이 내년 3월 최종 수주 계약을 체결하는 데 집중한다는 입장이다. 9일부터 13일까지 발주사와 체코 규제기관 등으로 구성된 체코대표단은 예정대로 한국을 방문해 한수원의 품질보증관리 체계를 점검한다.
산업부도 이같은 우려속에 장관 주재로 실국장과 특허청장 등 주요 간부가 참석하는 긴급 확대간부회의를 개최했다. 안덕근 장관은 이 자리에서 국내 정치 상황으로 경제 상황이 매우 엄중한 만큼, 실물경제 상황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신속 대처할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