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내란사태 이후 KBS 내부에서 축소보도 등 논란이 일었던 가운데 KBS 노조가 박장범 신임 사장이 취임하는 내일(10일) 하루 총파업에 돌입한다. 이에 사측은 "국민 정서와 반한다"라며 파업 자제를 촉구했다.
KBS 사측은 9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이하 KBS본부)에 "국가적 비상 상황에서 KBS의 파업은 국민 정서와 배치된다"라며 "비상계엄 선포 및 해제, 대통령 탄핵안 표결, 대통령에 대한 내란죄 수사 등 국가적 정치 현안이 발생하고 대한민국 사회가 혼란한 상황에서 국가기간방송 KBS가 파업에 돌입하는 것은 국민들의 오해와 비판을 불러 일으킬 가능성이 있으며, 현재 진행 중인 수신료 분리고지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직원들의 자제를 요청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파업 등 노동조합의 쟁의행위는 근로조건의 유지·개선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에만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사장 취임 반대 및 취임식 방해 등 근로조건과 관련 없는 내용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파업은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없다"라며 이번 파업을 불법적 '쟁의행위'로 규정, "파업은 정당성 여부와 관련 없이 무노동·무임금이 원칙이며, 회사는 엄격하게 원칙을 적용할 예정"이라고 알렸다.
파업이 회사의 정당한 업무를 방해하는 형태로 실시되어서는 안되며 정당하지 않은 쟁의행위 즉, 불법행위에 있어서는 법적 조치에 들어가겠단 입장을 확고히 했다.
KBS 사측은 "쟁의행위는 그 목적·방법 및 절차에 있어서 법령 또는 사회질서에 위반되어서는 안되며, 회사의 정당한 업무를 방해하는 형태로 실시되어서는 안된다"라며 "자발적 의사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려는 직원에 대해 물리력이나 다중의 위력으로 업무를 방해하는 경우, 부서장은 즉시 업무방해 행위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업무를 수행하는 직원이 부당한 피해를 입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보호하시기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KBS본부를 향해서는 "노동조합의 정당한 쟁의행위에 대해서는 노조법에 따라 손해배상 책임이 면책되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일체의 민·형사상 책임을 면할 수 없다. 회사는 노동조합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실액은 원칙에 따라 손해배상 청구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파업을 위한 연차 사용에 있어서는 "대규모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일시에 연차휴가를 사용할 경우 프로그램·뉴스 제작 및 송출에 막대한 지장이 예상되고 정상적인 방송업무 수행이 불가능하므로 회사는 근로기준법에 따라 연차휴가 시기 변경을 요구할 수 있다. 파업기간 중 연차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것은 아니나, 국가적 현안이 발생한 상황임을 감안해 부서장은 부서 업무에 지장이 없고 부득이하게 필요한 연차만 허용하기 바라며, 기존에 이미 승인받은 연차를 우선 허용하기 바란다"라고 제한 가능성을 뒀다.
그럼에도 KBS본부는 예정대로 파업할 계획이다.
KBS본부는 "국가적 비상상황에서 KBS의 불법계엄, 내란죄 관련 축소보도, 취재 TF 구성 거부 등은 국민 정서와 배치된다"라며 "이러한 KBS는 국민들에게 불법적 계엄상황을 제대로 알리고 있지 못해 현재 진행 중인 수신료 분리고지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사측은 공영방송 파괴행위와 쟁의행위 방해를 중단하길 바란다"라고 반박했다.
또 이번 파업이 '근로조건'을 위한 파업임을 강조하며 "박민 사장 취임 이후 KBS는 편성규약 위반이 일상이 되고 단체협약을 파기한 채 '임명동의' 없이 임명한 현 국장들이 이번 불법계엄, 내란죄 방송 참사의 주역들"이라며 "구성원들이 동의할 수 없는 국장들이 KBS 신뢰도를 갉아먹고 공영방송을 어떻게 망가뜨릴 수 있는지 목도하고 있다. 반드시 단체협약 쟁취를 통해 KBS 구성원의 노동자로서의 기본권과 공정방송을 회복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사측을 향해서는 무엇보다 더 이상의 공영방송 해체 행위를 하지 말라고 경고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KBS본부는 "박민 사장과 류삼우 부사장, 그 이하 본부장들은 그동안 KBS를 망가뜨리고, 공영방송을 해체하고, 용산의 방송으로 만든 책임을 지고 그 동안 해사행위에 대해 배상하길 바란다. 그 배상은 임금을 반납하는 것으로만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단체협약 파기의 주역들에게 반드시 공영방송을 파괴한 그 법적 책임을 묻겠다. KBS본부는 반드시 책임지고 이번 정당한 쟁의의 방해행위에 대해서도 노조법에 따라 처벌을 요청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박상현 본부장도 이날 서신을 통해 조합원들의 파업 참여를 독려했다.
박 본부장은 "KBS를 질타, 조롱하는 목소리가 넘친다. 경쟁사의 반토막이 되버린 시청률은 이제 고착화되고 있다"라며 "KBS는 계엄이 적법한지 따지지 않았다. 계엄 해제를 요구하는 국회로 모여든 시민들을 쳐다보지 않았다. 계엄해제가 추진되는 국회 상황은 외면했다. 시민들이 모여드는 국회 현장보다 스튜디오 화면을 중심으로 계엄포고문을 반복해서 내보내고 계엄 발표가 야당 탓이라는 식의 방송에 주력했다"라고 12·3 내란사태 당시 KBS의 보도를 지적했다.
이어 "명백한 내란임에도 내란이라고 말하지 못했다. 2시간 30분 만에 불법계엄이 막을 내린 이후에도 내란 과정을 추적하고 모의, 가담자를 규명하는 보도는 나오지 않았다. 그저 각 정당의 입장, 국회 현안질의에서 나온 증언을 중계하는 수준의 보도였다. 이제 불법계엄이라는 초유의 내란 상황이 정리라도 되었다는 듯, 정상 뉴스 체제를 이어가겠다고 한다"라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한 박장범 신임 사장의 취임을 납득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윤석열 대통령은 현재 내란죄 혐의 등으로 수사기관에 입건됐고, 법무부에 의해 출국마저 정지됐다.
박 본부장은 "내란수괴(윤석열 대통령)가 임명한 박장범 취임을 앞두고 있다. 박장범을 받아들인다는 건, 공영방송 종사자로서 직업윤리를 배반하는 것이다. 그렇게 외쳐왔던 수신료의 가치를 행동으로 실천하자. 적어도 우리는 내란수괴가 아닌 국민의 편에 서 있다는 것을 보이자. 내일 함께 모여 박장범 반대를 외치자"라고 간곡히 호소했다.
오늘(9일) 밤 자정까지 임기였던 박민 사장은 이임식 없이 이임사만 전하고 오전 10시 KBS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