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내란 사태로 인한 정치적 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부산시민들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정권 퇴진 요구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주말 탄핵 표결 무산은 성난 민심을 더욱 자극해 격한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9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의 한 거리. 12·3 내란 사태로 격동의 한 주를 보내고 새로운 한 주를 맞이했지만, 시민 사이에서는 계엄 선포로 인한 충격이 여전히 선명한 모습이었다. 시민들은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며 한목소리를 냈다.
해운대구의 한 편의점에서 근무하는 한유빈(25·여)씨는 "담화 이후에도 대통령 행동을 이해하기 어렵다. 아직도 2024년에 이런 일이 일어난 게 안 믿긴다"며 "나라 운영에는 관심 없고 하는 말마다 실언해 논란만 일으키는 것 같다. 탄핵당하든지 스스로 나가든지 자리에서 물러나는 게 맞다"고 강하게 말했다.
옷 가게를 운영하는 허모(72·여)씨는 "대통령이 계엄 선포에 이어 무슨 일을 더 저지를지 모르겠다"며 "안 그래도 물가만 계속 오르고 우리나라 경제는 죽어가고 있는데 탄핵 안 하면 불확실한 상황이 더 길어질 거고 나라는 더 엉망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탄핵소추안 표결에 불참한 국민의힘을 향해서도 "밥그릇 지키기"라며 강도 높은 질타가 나왔다.
부동산을 운영하는 정윤란(67·여)씨는 "정치에 크게 관심 없는데도 이번 일은 제정신인가 싶다. 계엄 선포 때 19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비상계엄이 생각나고 두려웠다"며 "조기 퇴진보단 탄핵당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일부 국회의원들은 탄핵안 투표조차 안 했다. 여당에도 책임이 있는데 당은 살리겠다는 거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시민들의 분노는 대규모 집회로 표출되고 있다. 특히 지난 주말 국회의 탄핵안 표결 무산 이후 부산진구 서면 일대에서 열린 시민대회에는 매일 주최 측 추산 1만명의 시민이 모여 정권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부산지역 시민단체와 노동계 등이 꾸린 '윤석열 정권 퇴진 부산비상행동'은 9일 오후 7시에도 서면 일대에서 시민대회를 여는 등 정권 퇴진 시까지 대규모 집회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부산참여연대 양미숙 사무처장은 "대통령이 불법적인 내란을 일으켜놓고 정치 탄압과 예산 삭감에 대해 야당에 경고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한다"며 "이제는 국정을 운영할 수 있는 정상적인 이성과 판단력을 상실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정권 퇴진이 이뤄질 때까지 시민대회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