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이기 전에 국민"…K팝 스타들, 尹 탄핵에 침묵 깼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본회의에 상정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시민들이 탄핵가결을 촉구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정치적 발언을 꺼리던 연예계 분위기가 12·3 계엄 사태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 속에서 바뀌고 있다.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일대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열려 주최 측 추산 100만 명, 경찰 추산(비공식) 15만 명에 이르는 인파가 참석했다.

배우 고민시, 고아성, 정찬, 옥자연, 이엘, 이주영, 박은혜, 신소율, B1A4 출신 가수 겸 배우 공찬, 가수 레이디제인, 이승환 등은 이날 촛불 이모티몬 등으로 집회 참여를 독려하거나 여당 국민의힘 105명 의원들 퇴장으로 탄핵이 부결되자 이를 따갑게 비판했다.

스케줄 도중에 언급하거나 기프티콘 선물과 같은 방식으로 집회를 응원한 배우들도 있었다.

배우 김윤석은 영화 '대가족' 무대인사 도중 "(여의도 쪽은) 교통이 굉장히 안 좋다더라. 날도 이렇게 추운데. 마음 같아서는 가고 싶은데 저희도 무대인사를 하러 돌아다녀야 하기 때문에"라며 "이 나라가 어떻게 되는지 지켜보는 주말이 되도록 하자"라고 안타까워했다.

배우 오진석은 "여의도에서 집에 돌아가는 사람들 너무 고생했고 감기 들면 안 되니까 따뜻한 음료라도 마시면서 들어가서 푹 쉬어"라며 편의점 기프티콘을 SNS에 올렸다.

아이돌 그룹 멤버들과 몇몇 배우들은 공개적인 SNS가 아니라 팬 소통 플랫폼을 통해 입을 열었다.

배우 박보영은 "어제 잠 못 잔 사람들 많았을 텐데 오늘도 고생 많았어. 나는 시작이 늦어서 이제부터 시작이야. 나 대신 잘 봐주기로 해"라며 "오늘도 무탈한 하루 보내. 추우니까 꽁꽁 싸고 나가야 해. 조심히 다녀와. 오늘따라 더 추운 것 같아. 따뜻한 봄이 얼른 왔으면 좋겠다, 그치? 안아주고 싶은 날이야"라고 당부했다.

배우 이동욱도 밴드 스콜피온즈의 '변혁의 바람'(Wind of Change) 가사 일부를 공유하며 "힘내자. 추운데 따뜻하게 나가고 봄은 반드시 온다"라고 팬들을 격려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본회의에 상정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시민들이 탄핵가결을 촉구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그룹 NCT 시온·엔믹스 규진·스트레이키즈 현진 역시 겨울 야외 집회에 맞게 '따뜻한 옷차림'을 강조했고, 그룹 스테이씨 멤버들은 전원이 상태 메시지를 촛불 이모티콘으로 바꿔 간접적인 응원을 더했다.

직접 집회에 대한 소신을 표출한 이들도 있다.

그룹 이달의소녀 출신 루셈블의 혜주는 "오늘 여의도 가는 크루들 정말 멋지고 대단하고 고맙고, 여건이 안 돼서 멀리서 소리 내는 크루들도 멋져. 추운데 조심히 잘 다녀와. 누군가는 내가 의견을 밝히는 게 불편할 수 있겠지만, 아이돌이기 전에 국민이기 때문에 난 이게 맞다고 생각해. 힘내자"라고 했다.

가수 이채연은 "그때도 엄청 추웠는데 오늘도 엄청 추웠을 것 같아. 다들 몸조심하고 건강 챙겨 가면서 해. 지치지 말고 끝까지 해 보자"라는 메시지에 "정치 이야기할 위치가 아니다"라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이채연은 "정치 이야기할 수 있는 위치는 어떤 위치인데? 국민으로서 시민으로서 알아서 할게. 연예인이니까 목소리 내는 거지. 걱정은 정말 고마워"라고 답했다.

연예계, 특히 1030에 걸쳐 팬을 보유한 K팝 업계는 방송·영화계에 비해 정치적 발언이 더욱 적은 곳이었다는 점에서 변화를 체감할 수 있다.

일각에서 이 같은 변화는 최근 주목 받고 있는 K팝 아이돌 그룹 팬들의 집회 문화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2030 여성들이 주축인 K팝 팬들은 각기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을 상징하는 응원봉을 집회 현장에 들고 나와 흔들면서 새롭게 집회 문화를 만들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결국 팬들 사이에 집회 참여 분위기가 형성되자 이들이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 멤버들을 포함한 2030 연예인들도 시민 대 시민의 마음으로 보다 부담 없이 관련 언급을 할 수 있게 됐다.

국회는 지난 7일 본회의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을 표결에 부쳤지만, 재적의원 300명 중 195명만 표결에 참여해 의결 정족수 미달로 부결됐다. 탄핵안이 가결되려면 재적의원 3분의 2인 200명이 찬성해야 한다.

표결에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비롯한 범야권 의원 192명과 국민의힘 안철수·김상욱·김예지 의원 3명이 참여했다. 3명을 제외한 국민의힘 의원 105명은 본회의장을 나가면서 표결에 불참했다. 민주당은 지속적으로 탄핵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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