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혐의를 받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민의힘 의원들의 집단퇴장으로 부결되면서 분노에 찬 시민들이 이틀째 거리에 나와 윤 대통령 탄핵을 요구했다.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일대에는 8일 집회 측 추산 10만 명의 시민이 모였다. 이날 촛불행동은 국회의사당 일대에서 '윤석열 즉각 탄핵! 즉각 구속!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앞서 전날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국민의힘 의원들의 집단불참으로 정족수를 채우지 못했고, 결국 투표 불성립으로 폐기됐다.
인천에서 왔다는 김영식(63)씨는 "국회 출입을 막고, 군인들이 창문을 깨는 것도 국민들이 다 지켜본 상황에서 국회의원이 표결에 참석을 안 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국민의 대표로 뽑아 놓았는데 국민들을 완전히 무시한 것"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커피를 시민들에 나눠주던 문모(27)씨는 "질서 있게 퇴진시킨다는 한동훈 대표의 말도 전혀 신뢰가 가지 않는다"며 "우리는 총리와 국민의힘에 권력을 맡긴 적이 없다"고 질타했다.
집안 대대로 보수정당을 지지해 왔다는 채훈호(65)씨는 "어제 국민의힘 의원들의 퇴장은 국민이 아닌 개인과 당의 이익만 생각한 것"이라며 "대통령은 민생은 내팽개치고 자신과 가족만 생각하는 사람"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 노원구에서 왔다는 김시월(78)씨도 "원래 보수 정당을 지지해 왔는데 계엄령이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1980년대가 떠올라서 가슴이 주저앉았다"며 "국민이 권력을 쥐어준 적도 없는 여당에 국정 운영을 일임한다는 대통령이나 그 말에 탄핵 부결시키는 여당이나 한심한 것은 매한가지"라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는 10·20대 여성들도 다수 참석했다. 학생들은 각자 응원하는 아이돌과 프로게이머의 응원봉을 들고서 탄핵을 외쳤다. 시민 자유 발언에도 청소년들이 다수 참여했고 '젊은이여, 일어나라'는 구호도 외쳤다.
집회 현장을 사진으로 남기던 김철원(58)씨는 "젊은 사람들이 많이 온 것을 보고 아직은 '국민이 살아있구나'를 느꼈다"며 "2016년 촛불집회에도 참여했는데 그때보다 젊은이들이 훨씬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친구들과 응원봉을 들고 구호를 외치던 김수빈(16)양은 "계엄령의 뜻뿐만 아니라 정치를 잘 몰라서 상황을 잘 몰랐는데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보고 심각하다는 걸 알았다"며 "이번 기회로 계엄령이 얼마나 무서운 지도 알았고, 한 명의 국민으로서 잘못된 일에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걸 배운 것 같다"고 말했다.
개성 넘치는 손팻말과 소품을 든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한 시민은 '산타할아버지가 윤석열한테는 선물로 탄핵해주신대'라고 적힌 종이를 들었고, 또 다른 시민은 '한동훈 한덕수 체제 위법이다'라는 팻말을 앞뒤로 두른 채 현장을 누볐다. 일부 시민들은 광주 민주화운동을 주제로 쓴 한강 작가의 책 '소년이 온다'를 들어 올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