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를 일으킨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자동 폐기된 지 10시간여 만인 8일 오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긴급체포됐다. 헌정사상 세 번째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의결 정족수 부족으로 무산됐지만, 윤석열 대통령 등을 겨냥한 검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 내란죄 혐의 수사는 급물살을 타는 분위기다.
특수본(본부장 박세현 고검장)은 이날 오전 7시52분쯤 "전 국방부 장관 김용현을 긴급체포했고, 소지하고 있던 휴대전화를 압수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핵심 인물로 꼽히는 김 전 장관은 내란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를 받고 있다. 긴급체포된 김 전 장관은 동부구치소로 이송됐다.
앞서 윤 대통령 탄핵안은 재적 의원 300명 중 195명만 표결에 참여해 의결 정족수 부족으로 전날 오후 9시 26분 자동 폐기됐다. 윤 대통령 탄핵이 무산된 터라 검찰과 경찰이 비상사태를 둘러싼 내란 혐의 수사는 더욱 주목받게 됐다.
檢 특수본, 주말 법리 검토…김용현 조사 후 긴급체포
지난 6일 꾸려진 특수본 인력은 전날 오전부터 서울고검과 서울중앙지검 등 각자 사무실로 출근해 자료 검토 등 수사 업무를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과정에서 이뤄진 관계자들의 증언 등을 바탕으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내란죄 등이 성립할 수 있는지 검토했다.
특수본은 이후 사안의 중대성과 증거인멸 등을 우려해 김 전 장관 측에 소환을 통보, 일정 등을 조율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장관이 경호가 이뤄지는 공관에 머물고 있는 점, 최근 텔레그램 계정을 탈퇴했다가 재가입한 것으로 나타나 증거를 없애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점 등을 고려해 신속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장관에 대한 전격 조사는 이날 새벽 1시30분쯤 김 전 장관이 자진 출석하면서 이뤄졌다. 검찰은 김 전 장관을 상대로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및 해제 과정, 국회와 선거관리위원회에 계엄군이 진입하게 된 경위 등을 추궁한 뒤 긴급체포했다.
군 인력 12명 파견…대통령실·국방부 등 강제수사 전망
특수본은 윤 대통령 탄핵안 자동 폐기와 무관하게 신속히 수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전날 합동수사를 위해 전날 국방부로부터 군검사 5명과 수사관 7명 등 12명 규모의 인원도 파견받았다.
대통령실과 국방부, 계엄에 투입된 부대 등을 상대로 비상계엄과 관련한 자료 확보를 위한 강제수사도 조만간 이뤄질 전망이다.
특수본은 긴급체포한 김 전 장관을 앞서 출국금지 조치한 바 있다. 군검찰도 계엄사령관이었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과 당시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육군 특수전사령관 등 비상계엄 사태에 연루된 현역 군인 10명에 대해 출국금지했다. 수사 관할 문제를 해결한 특수본은 조만간 계엄 사태 관련 장성들에 대한 수사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도 국방부 장관 공관·집무실 등 압수수색…속도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이날 오전 비상계엄 관련 전담수사팀이 김 전 장관의 공관, 국방부 장관 집무실 등을 압수수색 중이라고 밝혔다. 검찰 특수본이 김 전 장관을 긴급체포하고 휴대전화를 압수한 가운데, 경찰도 혐의 입증을 위한 자료 확보에 속도를 내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경찰 역시 비상계엄 수사를 위한 120명 규모의 전담수사팀을 구성했다. 국가수사본부 안보수사단 소속 인원 대부분이 사건에 투입된다고 한다. 수사팀장은 송영호 국가수사본부 안보수사심의관이 맡고 안보수사단 산하 총경급 과장 3명이 투입됐다.
경찰은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 목현태 국회경비대장 등 3명의 휴대전화를 임의제출 형식으로 압수했다. 경찰 서열 1, 2위를 상대로 사실상의 강제수사에 나선 셈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도 관련 고발 사건을 수사4부(차정현 부장검사)에 배당하고 수사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
민주당 추진 상설특검 주목…오는 10일 본회의 처리
한편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추진 중인 상설특검도 주목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민주당 김용민 의원이 대표 발의한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수사요구안'을 상정해 소위에 회부했다. 민주당은 상설특검안을 오는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상설특검은 본회의 의결 즉시 시행되며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달 28일 대통령이나 대통령 가족이 수사 대상인 경우 여당의 특검 후보 추천권을 제한하는 관련 규칙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이 규정에 따라 국민의힘은 내란죄 관련 상설특검을 추천할 수 없게 된다.
대통령은 후보 추천 후 사흘 내로 1명을 특검으로 임명해야 하지만, 강제성이 없다. 특검 임명을 계속 미루면서 일정이 한없이 늘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