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휴가 막고 자신은 무단 조퇴한 경찰 간부…법원 "정직 정당"

후배 경찰 병가는 임의로 제한
본인은 지각, 조퇴…사적 시부름도
서울경찰청 정직 2개월 처분
법원 "자신에게만 관대한 잣대"


후배 경찰들의 연가와 병가는 임의로 제한하면서 정작 본인은 지각과 조퇴를 일삼은 경찰 간부가 정직 처분에 반발해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이정희 부장판사)는 지난 9월 A경감이 서울경찰청을 상대로 낸 정직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서울경찰청 징계위원회는 지난해 5월 서울경찰청 기동대에서 근무하던 A경감에게 '갑질' 등 비인권적 행위, 직무태만, 부적절 언행 등의 사유로 정직 2개월 처분을 내렸다. 정직 처분은 경찰공무원 징계 규정상 파면·해임·강등 다음으로 무거운 중징계다.

A경감은 소속 경찰이 감기·몸살로 병가를 신청하자 출근을 지시해 상태를 직접 확인한 뒤 "아파 보이네"라며 병가를 허락했다. 한 순경이 간염 진단을 받고 병가를 신청하자 "간염 그거 별거 아니야"라며 연가(조퇴) 사용하게 하는 등 수차례에 걸쳐 부하들의 연·병가를 제한했다. 그러나 A경감 자신은 여러 차례 근무시간을 준수하지 않고 출·퇴근한 점이 드러났다.

부하 직원에게 자신이 먹고 남긴 빈 도시락을 치우게 하고, 자신의 버스 좌석 쓰레기 청소와 가습기 물 보충 등 사적 심부름을 시키기도 했다. 후배 경찰들에게 "혼자 맛있는 것을 처먹냐? 이 돼지 XX야?" 등 수시로 부적절한 언행을 한 점, 기동대 버스에서 수시로 부하들에게 조용히 하도록 지시해 근무 분위기를 저해한 점도 징계 사유에 포함됐다.

A경감은 징계가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다. 그는 재판 과정에서 직원들의 연가 및 병가를 제한한 데 대해 "기동대 운영규칙에 따라 현원의 80% 이상이 출동할 수 있도록 관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사적 심부름은 "직원들이 스스로 행동한 것"이고, 부적절한 언행은 "직원들과 친하게 지내고자 하는 취지"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A경감이 부하 직원들의 연가나 병가를 제한한 행위에는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고 출동률 80% 준수를 위해 부당 제한이 허용될 수 없다며 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경감은 자신에게는 관대한 잣대를 적용해 근무시간 등을 준수하지 않고 출‧퇴근, 조퇴를 해 비위행위에 대한 징계의 필요성이 상당히 크다"고 질책했다. 재판부는 A경감의 행위가 오랜 기간 지속돼 온 점도 지적했다. 이어 "A경감은 오히려 부하직원들을 탓하는 주장을 하는 등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는지 상당한 의문이 든다"고도 했다.

다만 재판부는 버스 내 근무 분위기를 저해했다는 징계사유 부분에 대해서는 당시 코로나19가 대유행이었던 점을 감안했다. 재판부는 버스와 같은 밀폐된 공간에서 대화를 최대한 자제했어야 했던 만큼 해당 행위가 정당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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