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2024년에 계엄? 큰 충격…과거로 돌아가지 않길"

"1979년 계엄과 2024년 계엄의 차이는 '현장 생중계'"
"계엄군 막아선 시민·소극적인 군경 모습 인상적"
채식주의자 유해도서 지정 "가슴 아픈 일"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가 지난 10월 17일 서울 강남구 아이파크타워에서 열린 제18회 포니정 혁신상 시상식에 참석하고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이 지난 3일 이뤄진 비상계엄 상황에 대해 "큰 충격을 받았다"고 술회했다.
 

"1979년 계엄과 2024년 계엄의 차이는 '현장 생중계'"

한강 작가는 6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롬 노벨상박물관에서 열린 노벨문학상 수상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비상계엄 사태 관련 질의에 "소설 '소년이 온다'를 쓰기 위해 1979년부터 진행된 계엄상황에 대해 공부했다"며 "2024년에 다시 계엄상황이 전개되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바라건대 무력이나 강압으로 언로를 막는 방식으로 통제하는 과거의 상황으로 돌아가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강은 자신의 소설 '소년이 온다'의 배경이 된 1979년 계엄 상황과 이번 계엄이 다른 점에 대해서는 "모든 상황이 다 생중계돼서 모든 사람이 지켜볼 수 있었다는 점"이었다고 지적했다.
 

"계엄군 막아선 시민·소극적인 군경 모습 인상적"

한강은 이번 계엄 작전에 투입된 군경을 막아선 시민들의 모습이 매우 인상 깊었다고 했다. 그는 "맨손으로 무장한 군인들을 껴안으면서 제지하는 모습, 총을 들고 다가오는 군인들 앞에 버텨보려 애쓰는 모습, 군인들이 물러갈 때 마치 아들에게 하듯 '잘 가'라고 소리치는 모습을 보았다"며 "그분들의 진심과 용기가 느껴던 순간"이었다고 떠올렸다.
 
한강은 당시 작전에 투입된 경찰과 군부대에 대해서는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판단하려고 하고, 내적 충돌을 느끼면서 최대한 소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런(계엄) 명령을 내린 사람들 입장에선 소극적인 것이었겠지만 보편적인 가치의 관점에서 본다면 생각하고 판단하고 고통을 느끼면서 해결책을 찾으려고 했던 적극적인 행위였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군경이 마음 먹으면 얼마든지 명령을 수행할 수 있었지만 국민 보호라는 가치를 실천하기 위해 망설였던 게 아니었겠느냐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강이 지난 10월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이후 공식 회견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강은 그동안 계엄 상황에서 벌어진 광주민주화운동 등 우리나라 현대사의 비극을 작품 소재로 다뤘다. 그런 점에서 최근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그의 '생각'에 이목이 집중됐다.
 

채식주의자 유해도서 지정 "가슴 아픈 일"

한강은 자신의 소설 '채식주의자'를 둘러싼 유해도서 지정 논란에 대해서는 "소설에 유해도서라는 낙인을 찍고, 도서관에서 폐기하는 것이 책을 쓴 사람으로서 가슴 아픈 일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채식주의자'는 2019년 스페인에서 고등학생들이 주는 상을 받은 적이 있다"면서 "고등학교 문학 도서 선생님들이 추천 도서 목록을 만들어 학생들에게 읽히고. 학생들이 오랜 시간 토론해서 그 책이 선정됐다"고 했다.
 
앞서 스웨덴 한림원은 지난 10월 10일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한강을 선정했다. 당시 한림원은 그의 작품 세계를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며 선정 사유를 설명했다.
 
한강은 7일(현지시간) 스웨덴 한림원의 공식 유튜브로 생중계되는 1시간 분량의 강연을 통해 자신의 작품세계를 보다 깊이 있게 소개할 예정이다. 10일에는 노벨상 시상식 연단에 올라 노벨상 메달과 증서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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