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45년 만에 비상계엄을 선포하며 나라 안팎이 들끓고 있는 가운데, 독재에 대한 항거와 민주주의를 다룬 다양한 영화가 재조명받고 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바탕으로 한 국내 영화들 역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바로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한 '택시운전사'(감독 장훈)와 '화려한 휴가'(감독 김지훈), 부림사건에서 모티프를 따온 '변호인'(감독 양우석) 그리고 12·3 사태를 직접적으로 떠올리게 하는 12·12 군사 쿠데타를 그린 '서울의 봄'(감독 김성수)이다.
'택시운전사'는 광주를 취재한 독일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와 그를 태운 택시운전사 김사복 등 실존 인물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다큐멘터리 '기로에 선 대한민국'으로 계엄 하의 삼엄한 언론 통제를 뚫고, 유일하게 광주를 취재해 전 세계에 5·18의 실상을 알린 위르겐 힌츠페터는 "내 눈으로 진실을 보고 전하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용감한 한국인 택시기사 김사복 씨와 헌신적으로 도와준 광주의 젊은이들이 없었다면 다큐멘터리는 세상에 나올 수 없었다"라고 말한 바 있다.
평범한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택시운전사'는 '내가 저 자리에 있었다면?'이라는 질문으로 연결되며, 5월 18일이 '과거 속 남의 일'이 아닌 '현재, 우리의 일'일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화려한 휴가' 역시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날을 기억하자고 말한다. 1980년 5·17 비상계엄 전국 확대로 휴교령이 내려진 전남대 정문 앞에서 5월 18일 10시경 등교 중이던 전남대생들과 출입을 제지하는 계엄군이 최초로 충돌했다. 이에 전남대 학생들이 금남로에서 가두시위를 시작하자 오후 3시부터 작전명 '화려한 휴가'가 개시됐다. 영화의 제목인 '화려한 휴가'는 여기서 따온 것이다.
당시 3공수특전여단, 7공수특전여단, 11공수특전여단, 20사단, 31사단, 보병학교, 포병학교, 기갑학교 등 총 47개 대대 소속의 장교 4727명, 사병 1만 5590명 등 총 2만 명 이상의 대한민국 국군이 작전에 동원됐다. 장비는 '대간첩작전'에 준하여 각종 탄약을 휴대, 실제로 정부의 발포 허가를 받고 사용됐고 항공기(무장헬기 포함) 30대, 전차 7대, 장갑차 17대, 차량 282대가 진압에 사용됐다.
이 작전으로 인한 희생자는 사망 207명, 부상 2392명, 기타희생 987명(2003년 1월 31일 광주민주유공자 등록현황)으로 집계되고 있으나, 어디까지나 추정치이며 현재까지도 정확한 집계는 발표되지 않고 있다.
'변호인'은 법무법인 부산 소속이던 노무현 전 대통령과 그가 변호했던 부림사건에서 모티브를 따온 것으로 알려져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다.
부림사건은 전두환·노태우의 신군부 정권 초기인 1981년 9월 공안 당국이 사회과학 독서모임을 하던 학생, 교사, 회사원 등 22명을 불법 서적 읽기 및 공산주의 혁명을 계획했다는 이유로 기소한 사건이다. 변론을 맡았던 노무현 변호사는 이 사건을 계기로 인권변호사의 길을 걷게 된다.
'변호인' 속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가란 국민입니다"라는 명대사 역시 주목받고 있다.
마지막으로 "실패하면 반역, 성공하면 혁명 아닙니까!"라는 대사로 온 국민을 공분케 했던 12·12 군사반란을 그린 '서울의 봄' 역시 12·3 사태 이후 관심이 폭증하고 있다.
지난 1979년 12월 12일 당시 보안사령관 전두환, 제9사단장 노태우 등 '하나회'(전두환, 정호용, 노태우 등 육사 11기생의 주도로 비밀리에 결성했던 군대 내 사조직)를 중심으로 한 신군부 세력은 군사반란을 일으켰다. 신군부 세력은 반란을 통해 군 내부의 주도권을 장악, 1980년 5월 17일 비상계엄을 전국으로 확대한 것과 동시에 김대중과 민주화운동 세력의 내란음모를 조작해 탄압한 후(5·18 내란음모 사건) 결국 권력을 획득했다.
전두환씨를 비롯한 피고인들은 쿠데타가 일어난 1979년 12월 12일과 그다음 날, 그리고 1980년 5월 17일 이후 한 일련의 행위가 형식적으로는 반란과 내란에 해당한다 해도 실제로는 정당한 행위로서 소위 '성공한 쿠데타'에 해당하므로 처벌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996년 12월 16일 서울고등법원 제1형사부(재판장 권성)는 전두환과 노태우를 비롯한 반란에 참여한 피고들에게 '유죄'를 선언했다.
법원은 '성공한 쿠데타 정권'이 합법성을 인정받는 실질적인 이유는 해당 정권이 탄생의 범죄성에도 불구하고 탄생 이후에는 기존의 헌법과 법률에 근거해 권력을 행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는 최소한 "질서를 유지하고 국민의 안전과 복지를 위해 행했을 것이라고 가정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만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1979년 12월 12일 당시 정승화 육군참모총장 체포 행위는 반란이며, 병력동원 역시 반란이며 정당방위가 아니라는 점 등 불법성을 인정했다. 또한 영화에도 등장하듯이 반란군 본부인 30경비단을 공격해 반란을 진압하려고 한 수경사령관 이태신(실제 인물 장태완)의 조치는 정당한 직무집행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국내 상황을 다룬 영화는 아니지만, 비슷한 맥락을 다룬 외화 역시 12·3 사태 이후 조명받고 있다. 바로 가까운 미래 전체주의 국가가 된 영국을 배경으로, 독재 정권을 향한 시민들의 항거를 그린 '브이 포 벤데타'(감독 제임스 맥테이그)다.
특히 '브이 포 벤데타' 속 "지금 이 순간, 내 입을 막으려고 누군가 전화통에 고함을 질러대고 곧 특공대가 오겠죠. 왜일까요? 정부가 대화 대신 곤봉을 휘둘러도, 언어의 강력한 힘이 의미 전달을 넘어서 들으려 하는 자에게 진실을 전해서죠. 그 진실이란 이 나라가 단단히 잘못됐단 겁니다." "국민이 정부를 두려워해선 안 돼. 정부가 국민을 두려워해야지." 등의 대사가 다시금 시민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한편 지난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오늘(7일) 오후 국회 본회의 표결에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