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며 뮤비며 감각 미쳤음' '진짜 콘셉트 확고하고 너무 좋다' '이브의 색감이 더 확고해지는 느낌' '자기 이해도가 굉장히 높은 듯'
지난달 11일 공개된 두 번째 미니앨범 '아이 디드'(I Did)의 타이틀곡 '비올라'(Viola) 뮤직비디오에는 7일 0시 기준 댓글이 6200개 이상 달렸다. 한국어뿐 아니라 영어, 일본어 등 다국어로 달린 댓글에서 자주 보이는 표현이 바로 '감각적'이고 '이브만의 색'이 잘 녹아있다는 것이다.
'비올라'라는 곡이 지닌 신비롭고 몽환적이면서도 내적 댄스를 일으키는 흥겨움이 시각적으로 정교하게 구현된 뮤직비디오는 공개 당시부터 호평받은 바 있다. 이브 역시 다양한 얼굴을 보여주며 뮤직비디오의 신선한 느낌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CBS노컷뉴스가 이브의 미니 2집 '아이 디드'를 조금 더 샅샅이 뜯어보았다. 지난 3일 서면으로 이루어진 인터뷰 두 번째 편에서는 타이틀곡 '비올라' 뮤직비디오와 안무, 비주얼을 다룬다. 답변은 프로듀서 밀릭, 아티스트 이브, 디렉터, 퍼포먼스 디렉터 이츠미아(ISTMIA), 비주얼 디렉터 Nagi, 디자이너 필립(Philip)이 참여했다.
일문일답 이어서.
1. '감각적이다' '국립 현대 미술관에 온 것 같다' 등 '비올라' 뮤직비디오를 향한 호평이 많이 나옵니다. 태연 '투 엑스'(To. X)와 마크 '200' 등을 만든 이호수 감독이 연출했는데, 함께하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디렉터 : 뮤직비디오 감독님을 찾던 와중 이호수 감독님을 찾자마자 개인적인 취향으로도 좋다고 느껴졌어요. 그리고 작업물 외에도 감독님이 드러내고자 하는 것들이, 오히려 '이브'라는 아티스트가 가지고 있는 대중성이랑 결합이 되었을 때 좋은 시너지가 날 거라는 걸 직감적으로 느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 앨범 뮤직비디오에 대해 제안을 드렸고 흔쾌히 수락해 주셔서 진행할 수 있게 됐습니다.
2. '비올라' 뮤직비디오가 구현하고자 했던 제1 목표는 무엇인가요? 완성본이 나온 지금 돌아봤을 때 만족도는 어떤가요?
디렉터 : 제일 구현하고 싶었던 건 '미니멀함'과 그 속의 아트적인 것들이 신선했으면 좋겠다는 것이 핵심이었습니다. 보는 이로 하여금 되게 심플하게 느껴지지만 지루하지 않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죠. 사실은 내부 조율을 하다 보니 더 추가해 보고 싶었지만 추가되지 못한 컷들이나 흐름들이 있었기에, 개인적으로는 아쉬움도 남는 것 같습니다.
3. 다양한 원형의 오브제, 화난 듯한 표정의 초상화가 미세하게 표정이 달라지는 것, 이브씨의 상·하체가 분리된 듯하면서도 하나의 몸으로 합쳐 보이게 하고, 가사에 맞게 글자를 키우거나 움직이게 하는 등 재미있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뮤직비디오에서 주의 깊게 봐줬으면 하는 부분이 있나요? 마음에 드는 장면을 몇 개 꼽아주셔도 좋습니다.
이브 : 제가 마음에 드는 장면들을 이미 다 말씀해 주신 것 같은데요? (웃음) 원형이라는 형태를 다양한 오브제로 계속 대체함으로써 한 가지의 도형임에도 불구하고 그 3분이라는 시간 동안 지루하지 않게 만들어주신 점이 감독님의 역량이 대단하다 느꼈습니다. 사실 세트가 많은 촬영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지막에 트럭이 앞으로 빠지면서 제가 덩그러니 남는 장면이 있는데 그런 연출 또한 세트를 활용하는 거잖아요? 빈 공간마저 세트로 쓰시는 게 되게 신기했고 여운이 있게 느껴지는 부분이라 가장 좋아하는 부분입니다.
디렉터 : 제 생각에도 사실 트럭을 활용한 오피스 미술이 가장 핵심 장면인 것 같습니다. 그다음으로는 LED로 이루어졌던 세트장에서 촬영한 퍼포먼스 장면들이 마음에 들게 나온 것 같습니다.
4. 뮤직비디오는 이브씨의 춤으로 시작하고, 혼자 춤을 추는 장면이나 표정이 부각되는 장면이 나오기도 해서, 퍼포먼스와 연기를 해내는 이브씨의 역할이 특히 중요했을 것 같습니다. 서로 어떤 이야기를 나누면서 만들어 갔는지 궁금합니다.
이브 : 아무래도 '비올라' 가사가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은, 어떻게 보면 슬픈 가사다 보니 너무 밝지 않은 표정으로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감독님 또한 감정이 좀 빠진 모습을 디렉팅해 주셨던 것 같아서 평소의 저보다는 조금 텐션이 다운되어 있는 장면들이 많이 보이는 것 같은데 그게 되게 매력인 것 같습니다.
디렉터 : 뮤직비디오 촬영 현장에서 제가 이브에게 '너에게는 평생 남는 작품이니 누구도 신경 쓰지 말고 자신 있게 해라'라는 이야기를 계속 나누었던 기억이 나네요.
5. '비올라'의 안무와 퍼포먼스 구성에서 신경 쓴 점은 무엇인가요?
이츠미아 퍼포먼스 디렉터 : '비올라'의 안무, 퍼포먼스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아무래도 가사에 계속 등장하는 '스페이스'의 시각화였던 것 같아요. 주로 코러스 파트에 포인트 손동작으로 많이 표현했던 것 같고, 퍼포먼스의 전반적인 느낌은 하이퍼 팝 장르에 어울리게 통통 튀면서도 동시에 상반되는 시크한 두 가지 느낌을 놓치지 않고 다 가져가려고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브님이 퍼포먼스를 잘 이해하고 또 너무 잘 표현해 주신 것 같아서 만족스러워요!
6. 그간 음악방송을 통해 옆구리 부분을 튼 의상+앞머리 내린 포니테일, 밴드를 활용한 헤어+비비드한 가로줄 무늬 의상, 스포티한 돌핀 팬츠와 크롭 셔츠+넥타이 등 다채로운 스타일링을 선보였습니다. 각각 추구한 바가 무엇인지 설명해 주세요.
이브 : 이 앨범이 평온함을 찾기 위해 마주하는 감정이다 보니 다중 자아가 메인이 되어서 디렉터님과 작업을 했는데, 좀 독특하고 다양한 콘셉트를 보여드리고자 캐릭터 있는 의상들을 많이 했고, 그게 또 반응이 좋아서 저도 좋았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최애 착장이 마지막 음악방송 착장인데 제가 추구하고자 하는 바를 디렉터님께 많이 말씀드려서 성사가 된 착장이거든요. 팬분들이 좋아할 거라는 확신이 있어서 기대가 많이 됐던 것 같습니다.
Nagi 비주얼 디렉터 : 전체적인 콘셉트 무드로는 뮤직비디오와 비슷하게 확실히 미니멀함을 가져가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돌핀 팬츠+셔츠+넥타이는 오피스 느낌에 스포티함을 결합해서 색다름을 추구하고 싶었어요. 근데 여기서 핵심은 이 착장을 이브라는 아티스트가 입었을 때 더 색다른 느낌을 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고 목표로 잡았던 것 같습니다.
스트라이프 착장은 처음에는 후보였는데 피팅을 하고 나서 너무 잘 어울려서 메인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1990년대 후반~2000년도 초반의 에어로빅 룩 같은 그런 요소가 오히려 현대에서 입었을 때 신선하게 더 맞는 방향과 콘셉트라고 생각했고, 그게 이브와 잘 맞았고 팬분들도 좋아해 주셔서 기뻤던 것 같습니다.
포니테일과 슈트 착장은 겉보기에는 오피스룩 같지만 사실 되게 아방가르드하거든요. 디테일적으로 봤을 때는 사뭇 장 폴 고티에의 1900년대 컬렉션이 떠오르는 그런 룩이었고. 이 룩을 시도하는 게 하나의 도전이었는데 그게 이브와 잘 어울렸던 것 같아요.
7. 이브씨는 본인이 비주얼적인 부분에 관심이 있고 서로 이야기 많이 나눴으면 좋겠다는 뜻을 밝혔고, PPT를 직접 만들어 설명한다고 했습니다. 이브씨의 참여도는 어느 정도였는지, 또 '협업 파트너'로서 어땠는지 들려주세요.
Nagi 비주얼 디렉터 : 아티스트 스스로가 생각하는 본인 앨범 콘셉트에 어울리는 비주얼적인 부분을 실제로 설명을 해줄 때마다 생각지 못한 관점으로 한 번 더 접근해 볼 수 있었던 것 같아서, 저에게 신선한 시선을 심어주는 협업 파트너인 것 같습니다.
8. 앨범 안에는 십자말풀이, 로터리 티켓 같은 재미있는 구성품이 포함돼 있습니다. 누구의 아이디어였나요?
필립 디자이너 : 대중분들과 팬분들께 '이브'라는 아티스트에 대해 더 많이 보여주고 알려주고 싶은 것과, 앨범의 콘셉트에 대해서도 더 보여주고 싶은 것들이 많이 남아있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지 방법에 대해 고민을 하다 보니 '십자말풀이'가 생각나서 팬분들에게 퀴즈를 던지는 식으로 풀어내기로 했죠. 그리고 이전 '루프'(LOOP) 앨범에도 긁는 복권이 들어있었는데, 이번에도 로터리 티켓을 포함해 어쩌면 팬들이 더 관심 가지고 참여할 수 있는 형태의 앨범을 만들고자 했던 것 같아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