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분명히 음악을 듣고 있는데 뭔가 보이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그 능력을 되게 닮고 싶고 저도 그런 입체적인 음악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자주 듣고 있어요."
두 번째 미니앨범 '아이 디드'(I Did) 발매를 기념해 연 라운드 인터뷰에서 이브는, 롤모델을 묻자 캐롤라인 폴라첵(Caroline Polacheck)을 꼽았다. 평소에도 음악적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대략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시각화 자료인 '무드 보드'를 만들어보곤 한다는 이브는 '듣는' 데에만 머무르지 않고 한발 더 나아가 '보이는' 음악에 지대한 관심을 표현했다.
솔로 첫 작업물 '루프'(LOOP)에 이어 6개월 만에 나온 '아이 디드'는 그런 '추구미'를 십분 반영한 앨범이다. 소속사 파익스퍼밀의 대표이자 이번 앨범을 프로듀싱한 밀릭(MILLIC) 프로듀서는 "곡이 아닌 장면으로" 앨범을 만들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CBS노컷뉴스는 이브의 미니 2집 '아이 디드'를 조금 더 샅샅이 뜯어보았다. 지난 3일 서면으로 이루어진 인터뷰 첫 번째 편에서는 타이틀곡 '비올라'(Viola)와 앨범 전반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음악' 편은 프로듀서 밀릭과 아티스트 이브가 답변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1. 두 번째 미니앨범 '아이 디드'라는 제목은 어떻게 짓게 되었는지와, 이번 앨범에서 제작진과 이브씨가 각각 '해낸 것'은 무엇인지가 듣고 싶어요.
밀릭 프로듀서 : 이브가 그룹 활동을 하다가 솔로 활동을 시작하면서 시스템과 환경이 많이 바뀌다 보니 개인적으로 힘들어하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앨범을 통해 자신감이나 긍정적인 바이브를 많이 얻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 제목을 짓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무엇을 해냈다'라기보다는 사실 지금도 해내고 있는 과정이라고 생각을 하긴 하지만, '아이 디드'를 통해 이브의 색이 좀 더 짙어지고 있는 것 같아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나 스펙트럼이 넓어진 걸 잘 보여주고 있어서 그 부분이 이번 앨범을 통해 '해낸 것'으로 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이브 : 이번 앨범에서 제가 해낸 것은… '아이 디드'라는 앨범이 '루프'의 연장선인 앨범인데, 그거에 대한 마무리를 잘 해냈다는 점과 앨범 시작 전엔 걱정이 되게 많았는데 그럼에도 용기를 내고 이겨내서 앨범 활동을 잘 해낸 것을 뽑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 앨범 프레스킷에 "이번 앨범을 곡이 아닌 장면으로" 만들고자 했다고 나와 있는데, '곡'이 아닌 '장면'이라는 게 어떤 의미인가요. 또 왜 그런 방향성을 잡았는지 궁금합니다.
밀릭 프로듀서 : '장면'이라고 함은 비주얼적으로 느끼는 이미지가 될 수도 있고, 환경이 될 수도 있고, 단순히 '곡'만이 아닌 상황과 환경과, 그리고 태도와 비주얼적으로 보일 수 있는 모든 것을 포커스를 해서 방향성을 잡고 만든 앨범이기는 합니다. 단순히 '곡'이 좋은 작업은 언제든 할 수 있지만, 아티스트라 함은 캐릭터를 기반으로 해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확실해지려면 그런 비주얼적인 상상을 하면서 접근을 하는 게 전달이 명확하게 될 수 있겠다고 생각을 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밀릭 프로듀서 : '해시태그'의 강점은 노래가 좋다? 이전 질문과 비슷한 맥락인데 '비올라'는 노래 자체와 가지고 있는 의미와 비주얼이 훨씬 이번 앨범의 취지와 맞았고, 그렇기에 모든 부분에서 타이틀로 되는 것에 확실했던 것 같습니다. 곡만 보면 누구나 좋아하는 게 달라서 그렇게 느낄 수 있지만, 프로듀서 입장에서는 '비올라'가 이번 앨범을 관통하는 메시지나 비주얼인 것 같아서 '비올라'가 타이틀이 되었습니다.
4. 다른 수록곡 '곤 걸'(Gone Girl) '틱톡'(Tik Tok) '딤'(DIM)이 이번 앨범에 실리게 된 이유와 곡 배치 기준이 궁금합니다. 수록곡 전 곡 가사가 영어 위주인 이유도 같이 듣고 싶습니다.
밀릭 프로듀서 : 수록곡 대부분이 영어인 이유는 이 앨범이 가진 메시지가 있다 보니 더 많은 해외 팬분들이 훨씬 쉽고 많이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이브의 메시지를 더 큰 시장에 알릴 수 있게 하기 위해 만국 공통어인 영어를 위주로 사용했습니다. 곡 배치 기준은 여러 관점으로 생각을 해봤었는데, 전략적인 관점이나 실제로 앨범을 들었을 때의 전달하고 싶은 느낌 등등… 여러 관점과 이유를 종합하였을 때 지금의 배치가 나왔습니다.
5. 이브씨는 지난 인터뷰에서 자신을 제3자가 바라보고 해석하는 것이 즐겁고 기대된다고 했는데요. 회사가 생각한 '솔로 가수 이브'의 장점이나 잠재력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밀릭 프로듀서 : 이브의 강점은 취향이 확고하다는 점? 솔로 아티스트로서 '캐릭터'는 너무나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인데 취향이 확고하다 함은 그걸 더 짙게 만들기에 어떤 것들을 전달해도 더 확실하고 명료하게 전달할 수 있기에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강점이자 잠재력으로는 노래뿐만 아니라 퍼포먼스까지 동시에 잘하는 아티스트라는 점인 것 같아요.
6. 작업 과정이 가장 수월했던 곡, 가장 까다로웠던 곡이 어떤 것인지와 녹음 중의 일화가 궁금합니다.
이브 : 작업이 가장 까다로웠던 곡은 '딤'입니다. 밀릭 대표님은 밴딩 귀신이셔서 뭔가 힘이 부적절하게 들어간 밴딩을 귀신같이 캐치하시거든요. 그래서 예전에는 제가 잘못 부르면 '엇, 다시 할게요!'라고 했는데 이제는 서로 말하지 않아도 다시 해야 할 타이밍을 알고 트랙을 연달아 틀어주시는 무섭고도 재미난 분이세요. 그런데 '딤'은 힘을 빼고 불러야 하니 어려웠던 것 같고, 가장 수월했던 곡은 예상외로 '비올라'였습니다. 하이퍼 팝이라는 장르에 제 톤이 잘 묻어나서 첫 가사를 녹음했는데 프로듀서분들이 너무 좋다고 해서 진도가 쭉쭉 나갔던 것 같습니다.
밀릭 프로듀서 : 사실 '딤' 같은 노래는 노래 퍼포먼스가 아닌 진짜 캐치를 하는 게 너무 중요한 노래인데요. 이 앨범은 작업하는데 시간이 많이 부족했었기도 해서 익숙지 않은 상태에서 녹음을 했던 게 어려웠던 부분이었던 것 같습니다. 타이틀곡 '비올라' 같은 경우도 더 좋은 결과물을 내기 위해서 편곡을 정말 끝까지 많이 바꿨지만 그럼에도 시간적 여유가 없었던 게 힘들었던 부분이었습니다. 그래서 녹음은 수월했을지라도 프로듀서의 입장에선 솔직하게 수월했던 곡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웃음)
7. 밀릭 프로듀서가 말한 "소리와 소리가 만나 창조해 내는 공간감과 비주얼"이 가장 드러난 부분은 어디인지 짚어주세요.
이브 : '딤'에서 제 목소리가 빠지고 트랙만 나오는 구간이 있는데, 핵심인 보컬이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앞선 보컬의 여운이 남도록 프로듀싱을 해 주셨어요. 그 트랙을 되게 공간감 있게 써주셔서 가만히 듣고 있으면 약간 다른 세계에 있는 듯한 느낌이 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에게는 그 부분이 대표님이 말씀하신 부분처럼 느껴집니다.
밀릭 프로듀서 : '딤'은 혼자 있었을 때의 이브를 상상하면서 만든 노래거든요. 이브가 퍼포먼스를 보여주기 위해서 만든 곡이라기보다는 소리라는 어떠한 카테고리로 비주얼이 상상되는 부분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던 트랙이라 가장 그 부분이 드러난 트랙이 아닌가 싶습니다.
8. 밀릭 프로듀서 : '아이 디드' 앨범 만족도는 어느 정도인가요?
이브 : 다 너무 좋은 곡들을 저에게 선물해 주셔서 곡 자체는 5점 만점에 10점을 드리고 싶고, 앞으로도 잘하고 싶기도 하고 지금 들으면 수정해 보고 싶은 모습도 많아서 저 스스로에게는 매번 아쉬움이 남기에 5점 만점에 2점 드리겠습니다.
밀릭 프로듀서 : '저도 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라는 아쉬운 점도 남아있기 때문에 저는 종합적으로 봤을 때 10점 만점의 7점인 것 같습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