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홍장원 1차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 선포 후 "이번 기회에 다 잡아들여 정리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하며 국군방첩사령부 지원하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홍 차장은 또,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으로부터 윤 대통령이 체포 대상자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 김명수 전 대법관과 권순일 전 선거관리위원 등을 지목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 정보위원회 야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신성범 정보위원장과 함께 홍 차장을 만나 면담한 뒤 취재진에게 이같이 설명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홍 차장은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 발표 종료 뒤 윤 대통령으로부터 "이번 기회에 다 잡아들여 싹 다 정리하라"며 "국정원에도 대공수사권을 줄 테니 우선 방첩사를 도와 지원하라. 자금이면 자금, 인력이면 인력 무조건 도우라"는 말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홍 차장은 이후 오후 11시 6분쯤 여 사령관과 통화했는데, 여 사령관은 "국회는 경찰을 통해 봉쇄하고 있다"는 말을 전하면서 "체포조가 나가 있는데 소재 파악이 안 된다"고 말했다고 한다.
홍 차장이 전달 받은 체포 대상자 명단으로는 이재명 대표와 한동훈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와 김민석·정청래 최고위원,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김명수 전 대법관, 권순일 전 중앙선거관리위원 등이 있었다고 한다.
여기엔 김민웅 촛불행동 대표와 방송인 김어준씨도 포함됐으며, 양대노총 위원장 가운데 1명도 포함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홍 차장은 당시 이러한 윤 대통령 지시 내용에 관해 "'미친X'이로구나 생각하고 (더 이상 체포 대상 명단을) 메모하지 않았다"고 했다고 한다.
홍 차장은 이후 조태용 국정원장이 소집한 정무직 회의에 참석했다고 한다. 김 의원은 "홍 차장은 조 원장이 '비상계엄이 선포되면 뭘 할 수 있는지 검토해 보고, 내일 아침 다시 얘기하자'며 회의를 끝냈는데, 여기에 개입하지 않고 피하는 인상이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대표와 한 대표를 체포하려 한다는 얘기도 전했지만, 이에 대해서도 조 원장은 "내일 아침에 얘기하자"며 얘기하지 않으려 했다는 설명이다.
김 의원은 "홍 차장은 당시 '미친X'에 대해 일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시 사항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가 계엄이 해제된 뒤 퇴근했다고 한다"며 "지금까지 상황은 우리에게 보고하기 전까진 본인밖에 몰랐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이는 앞서 국정원이 윤 대통령이 홍 차장에게 체포를 지시했다는 취지의 언론 보도 내용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한 것과 배치되는 내용이다.
김 의원에 따르면, 홍 차장은 "비상계엄과 같은 군의 개입이 이번으로 끝나지 않을 거란 생각을 강하게 하고 있다"며 "특전사령관, 방첩사령관 등 내란죄에 가담된 군인들이 최고 사형까지 나올 수 있는 중대 범죄에 두려움을 갖고 '이판사판' 뭐든지 할 수 있단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사의가 조 원장으로부터 반려된 점을 언급하며 "입막음용"이라고 덧붙였다고 한다.
반면 조 원장은 "이번 비상계엄과 관련해 대통령이 국정원장에게 정치인을 체포하라는 지시를 전혀 하신 적이 없다"며 "국정원은 이번 비상계엄에 정치인 체포와 관련해 어떠한 지시도 받은 적 없고 어떠한 행동이나 조치도 한 적 없단 것을 국정원장으로서 분명히 말한다"고 말했다.
이어 "만일 비상계엄 관련해 조치가 있을 거라 한다면 대통령이 국정원장에게 지시하지, 국정원장을 제외하고 다른 사람에게 그러한 지시를 하는 경우는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홍 차장 인사 문제와 관련해선 "최근 1차장이 정치적 중립성과 관련해서 적절치 않은 말을 제게 한 바가 있는데, 지금과 같이 엄중한 시국에서 국정원이 철저하게 본연의 업무를 하고 정치적 중립성 지켜야 하기에 1차장을 조처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1차장 교체와 관련해서 "대통령이나 대통령실 누구로부터도 경질하라, 교체하란 말을 들은 바 없고 오로지 제 판단에 따라 인사한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이날 오후 "대통령은 그 누구에게도 국회의원을 체포, 구금하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전달하다가 별안간 이를 취소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