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마 출신의 아리엘 후라도는 지난 두 시즌 동안 키움 유니폼을 입고 KBO 리그 내 정상급 외국인 투수로 이름을 날렸다.
KBO 리그와 처음 인연을 맺은 2023시즌 183⅔이닝을 소화하며 11승 8패 평균자책점 2.65를 기록했다. 올해에는 190⅓이닝을 책임지며 10승 8패 평균자책점 3.36으로 활약했다. 키움의 지난 시즌 전력은 10개 구단 중 가장 약했지만 후라도가 등판하는 날만큼은 팀 전체의 경쟁력이 달라졌다.
후라도처럼 뛰어난 기량과 내구성을 자랑한 선수를 대상으로 구단이 재계약 협상에 나서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키움의 생각은 달랐다. 키움은 외국인 쿼터로 타자 2명을 쓰는 파격적인 행보를 걷기로 했고 아울러 리빌딩 기조 때문에 몸값이 높아질 것이 유력한 후라도와는 작별을 선택했다.
키움은 후라도와 더불어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를 대상으로도 보류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리그 내 타팀 이적을 허용한 것이다.
그러자 헤이수스는 총액 100만 달러의 조건으로 KT 위즈에 새 둥지를 틀었다. 후라도의 리그 내 이적 역시 확실한 상황에서 마침내 새로운 소속팀이 등장했다. 바로 삼성 라이온즈다.
삼성은 후라도와 총액 100만 달러(계약금 30만 달러, 연봉 70만 달러)에 계약했다고 6일 밝혔다. 지난 시즌 총액보다 30만 달러가 적다. 100만 달러는 새로운 팀과 계약을 맺는 외국인 선수의 몸값 상한선으로 보류권 해제 후 기존 구단이나 새로운 구단에 입단하는 선수에게도 해당되는 기준이다.
후라도는 KBO 리그에서 '퀄리티스타트(QS,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의 상징과도 같았다. 삼성은 타자 친화적인 특징을 보이는 라이온즈 파크에서 후라도가 강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후라도는 지난 두 시즌 동안 삼성 원정에서 5경기에 등판해 3승 1패 평균자책점 2.91로 잘 던졌다.
홈런이 자주 나오는 대구에서는 투수가 땅볼을 유도하는 능력이 뛰어나면 좋다. 후라도의 2024시즌 땅볼 비율은 53.3%로 리그 전체 3위였다.
후라도 합류가 발표된 날 삼성은 자유계약선수(FA) 대어 최원태와 4년 최대 총액 70억원에 도장을 찍었다.
이로써 삼성은 '토종 다승왕' 원태인을 필두로 레예스와 후라도 그리고 최원태까지 이어지는 굳건한 선발 로테이션을 구축할 수 있게 됐다.
삼성은 지난 시즌 모두의 예상을 깨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팀이다. 정규시즌 1위 KIA 타이거즈를 상대로 분전했지만 준우승에 머물렀다. 포스트시즌 들어 부상으로 이탈한 에이스 코너 시볼드의 공백이 특히 뼈아프게 느껴졌다. 한국시리즈에서는 KIA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선발진 두께가 약점으로 작용했다.
삼성은 검증된 실력을 자랑하고 특히 이닝 소화 능력이 뛰어난 후라도와 최원태를 영입하면서 전력의 무게중심을 확실히 잡았다. 특히 후라도와 레예스로 이어지는 외국인 원투펀치는 2025시즌 내내 강력한 힘으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