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처단' 포고령 책임 물어라"…의협, 尹 퇴진 요구

의협 비대위 3차 회의 관련 박형욱 비대위원장 브리핑
"전공의, 反국가사범으로 몰아…'처단'이 국민 향해 쓸 말인가"
"'계엄·의료 농단' 모두 망상 기초…王이라 생각하는 尹 끌어내려야"
"의료개혁, 지속 불가능할 것…사직전공의 복귀 위한 합당한 조치 필요"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박형욱 위원장이 5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의협 비대위 3차 회의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할 당시 포고령에 '미복귀 전공의 처단' 문구를 넣은 자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6시간 만에 해제된 초유의 계엄 사태를 10개월째인 의·정 사태에 빗대며 이들 모두 대통령의 '망상'으로 벌어진 일들이라고 주장했다.
 
비대위는 내년도 의대 모집을 중지해야 한다고 재차 주장하며 윤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박형욱 의협 비대위원장은 5일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비대위 3차 회의에서 이같이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의결 사항에는 △전공의·의료인을 향해 '처단한다'는 폭압적 문구를 (계엄 당시 포고령에) 넣은 당사자와 과정을 밝히고 책임을 물을 것 △정부에 2025학년도 의대 모집을 중지해 향후 10년간 지속될 '의대 교육 파탄' 막기 등을 정부에 촉구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와 함께 윤 대통령이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요구했다.
 
박 위원장은 "난데없는 '계엄 농단'에 모든 국민이 놀랐다"며 "과연 현 상황이 헌법에 규정된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인지, 제대로 논의는 하고 지체 없이 국회에 통고한 것인지, 이후 부작용에 대한 대책을 미리 준비하고 계엄을 선포한 것인지 모든 것이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쨌든 우리 국민은 윤 대통령이 망상에 기초해 대책도 없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것을 똑똑히 알게 됐다"며, 계엄사령부 포고령(제1호)을 단적인 예로 들었다.
 
현재 의료계는 지난 3일 밤 11시를 기해 발표된 포고령에 공분하고 있다. 해당 포고령에는 "전공의를 비롯하여 파업 중이거나 의료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하여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 시는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고 명시됐다.
 
박 위원장은 "윤 대통령은 난데없이 의료인을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는 체제전복 세력과 동급으로 취급했다"며 "전공의와 의료인을 반(反)국가사범으로 몰았는데 '처단한다'가 국민을 향해 쓸 수 있는 말인가"라고 되물었다.
 
이어 앞서 사직 절차를 이미 완료한 전공의들은 이탈 또는 파업 중인 상태가 아니란 점을 먼저 분명히 했다. 포고령에서 지칭하는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취지다.
 
지난 2월 의대 증원 발표 이후 사직서를 낸 이들의 수련은 애초에 국가가 강제하는 '의무'일 수 없었다는 것도 짚었다.
 
박 위원장은 "(당시) 정부는 놀랍게도 사직서 수리 금지명령을 내리고 다른 의료기관 취직도 봉쇄했다. 이 자체가 엄청난 인권침해"라며 "결국 6월 4일 이를 철회하고 사직서를 수리했는데 정부의 불법적 법 집행에 따르더라도 이미 5개월 전 사직이 완료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제 사직 전공의들은 다른 의료기관에 취직하거나 다른 일을 하면서 열심히 살고 있다"며 "도대체 누가 파업을 하고 있나. 도대체 누가 의료현장을 이탈했나"라고 반문했다.
 
전공의들이 수련병원을 완전히 떠난 뒤에도, 정부는 '의사 집단행동'이란 표현이 붙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 등을 통해 이들에 대한 낙인을 찍고 국민을 '세뇌'시켜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박형욱 비대위원장, 3차 회의 관련 브리핑. 연합뉴스

의협은 또 현 정부의 의료개혁을 '의료 농단'으로 규정하며, 이번에 윤 대통령이 시도한 비상계엄도 이와 상당히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됐다고 비교했다.
 
박 위원장은 "윤 대통령은 (의료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전공의들을 '반(反)개혁 카르텔'로 몰았다. 주당 최대 88시간 중(重)노동을 하는 카르텔이 있나"라며 "오래 전 사직한 전공의를 반개혁 카르텔로 낙인찍는 망상에 기초해 현 의료사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하룻밤을 못 넘기고 무력화된 비상계엄은 우리나라 상황을 '국가비상사태'로 보는 망상적 오판을 토대로, '허수아비 국무회의'를 거쳐 선포됐다고 지적했다. 올 2월 의대 2천 명 증원 발표 직전 급하게 형식적으로 열린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회의나, 사직 전공의를 적대시하는 정부의 인식도 같은 맥락이라는 게 의협의 주장이다.
 
박 위원장은 "우리 사회가 겪을 피해를 최소화하는 길은 의료의 현실과 미래에 절망한 사직 전공의들이 다시 돌아와 수련 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합당한 조치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스스로를 왕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윤 대통령이 물러나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박 위원장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며 "자신을 왕이라 생각하고 행동하는 대통령은 끌어내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비대위의 구체적인 투쟁계획을 묻는 질의에는 "의사들이 거리로 나서는 것이 능사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의료계의 투쟁 방법은 다양한 것이 있고,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의료계 여러 직역과 논의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현 정부의 의료개혁에 대해서는 "지속이 불가능할 것"이라며 "누가 해부학·임상 실습도 제대로 못한 의사한테 진료받고 싶겠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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