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사태 때 조지호 경찰청장이 박안수 계엄사령관의 전화 요청을 받은 뒤 국회 전면 통제 지시를 했다고 국회에 밝힌 가운데, 조 청장은 박 사령관이 요청한 국회 출입 통제 대상에 국회의원이 포함됐느냐고 묻는 질문에는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답했다.
조 청장은 5일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긴급 현안 질의 자리에서 "국회 상시 출입자에 대해선 출입이 허용됐다는 상황을 충분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요청이 온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저는 국회에 대한 전면 통제를 요청하는 것으로 받아들였다"고 답했다.
조 청장은 '계엄사령관으로부터 몇 시에 전화를 받았느냐'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신정훈 위원장 질문에 "11시 30분쯤 (계엄사령관으로부터) 전화가 와서 국회를 통제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며 "제가 법률적인 근거가 없다고 일단 거부하니까 포고령이 발령됐다는 얘기를 했다"고 답했다.
조 청장은 이어 "제가 포고령을 못 봤는데, (포고령을) 보고 적절한 조치를 하겠다고 얘기했다. 그래서 언론을 통해 나온 공문을 보고 서울청장에게 지시를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계엄사령관이 국회의원 출입을 통제하라고 요구했는지에 대해선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조 청장은 "여러 상황들이 급박하게 돌아가는데 모든 워딩을 정확하게 기억할 수 없다"고 했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도 "12월 3일 밤 경찰이 왜 국회를 막아야 했느냐"고 질문하자, 조 청장은 "계엄사령관의 요청이 있었다"고 답했다. 용 의원이 경찰청장직 사퇴를 요구하자 조 청장은 "저는 자리에 연연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답했다. 포고령의 위헌·위법 여부 등에 대해선 "사법부 판단이 종국적인 판단"이라고 조 청장은 밝혔다.
조 청장은 '경찰이 국회의원들이 의사당으로 가는 것을 통제했다면 내란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한다'는 민주당 이상식 의원의 지적에는 "계엄이 선포됐고, 계엄사령관의 포고령이 발령되면 모든 행정기관은 포고령을 따를 의무가 생긴다"고 답했다.
이 의원은 "이 포고령 자체가 심각한 위헌이고, 위법인데 경찰청장이 여기에 순응해서 경찰의 벙력을 대거 동원해 국회 정문을 막고 국가 헌법기관인 국회의 권능을 파괴했다"며 "경찰청장, 서울경찰청장은 변명할 수 있지만 그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앞서 경찰청과 서울경찰청은 국회에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담화 이후인 3일 밤 10시 46분 김봉식 서울청장이 돌발 사태 발생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국회 내부로 이동하려는 사람들을 일시 출입 통제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후 밤 11시 6분부터는 국회의원·관계자의 신분을 확인한 뒤 출입할 수 있도록 무전 지시가 이뤄졌지만 밤 11시 37분에 조지호 경찰청장의 지시에 따라 다시 출입이 통제됐다.
이에 전·현직 경찰들은 내란 혐의 등으로 조 청장과 김 청장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