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만의 독보적인 매력을 지닌 배우들이 있다. 오정세도 그중 한 명이다. 옆에서 지켜본 우도환도 인정했다.
"정세 형은 준비한 걸 리허설할 때도 다 보여줘요. 그런데 그게 다 진짜 애드리브처럼 보여요."
이 같은 매력을 가진 오정세가 넷플릭스 시리즈 'Mr.플랑크톤'에서 순수한 사랑을 선보였다. 그는 "우리 재미씨"를 입에 달며 조재미(이유미)를 진심으로 아끼는 어흥 역을 소화했다.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는 "어흥의 키워드는 '처음'이었다"며 "사랑도 이별도 가출도 처음인 그의 인생에 첫발을 내디딜 수 있는 한 인물의 서사를 그리려고 설계했다"고 밝혔다.
이어 "어흥의 감정 표현이 다 처음이어서 서툴 수 있기 때문에 순수한 마음을 지키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어흥의 마지막 장면은 의미 있는 신이었다고 짚었다. 그는 "재미와의 서사도 중요하지만, 산 위에서 유튜브를 촬영하는 어흥의 모습은 본인의 큰 발걸음을 떼는 장면으로 봤다"고 덧붙였다.
'Mr.플랑크톤'은 실수로 잘못 태어난 남자 해조(우도환)가 인생 마지막 여행에 나서며 전 여자친구인 재미를 억지로 데려가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재미는 아이를 낳을 수 없다는 사실을 숨긴 채 어흥과의 결혼을 강행하려 했으나, 해조에게 이끌려 결혼식 날 사라지게 되고, 어흥은 그런 재미를 찾아 나선다.
"절 찍는 줄 알고 감정 올렸는데…"
오정세는 기억나는 장면으로 재미의 한 신을 꼽았다. 해당 장면은 자신을 버리고 떠난 엄마의 모습을 처음으로 확인한 재미가 홀로 걸으며 눈물을 보이는 장면이다.
도로 위를 걷고 있는 재미를 본 한 시민이 "차 태워드릴까. 어디까지 가세요"라고 묻자, 재미가 눈물을 보이며 "모르겠어요, 나도"라고 답한다.
오정세는 "그 장면이 딱 들어왔다"며 "어디인지 모르고 방황하는 젊은이들에 대한 욕심 같은 느낌이 들고 재미가 어디를 가는지 잘 모르겠지만, 좋은 곳으로 잘 갔으면 좋겠다는 응원도 들더라"고 말했다.
이어 촬영 뒷얘기도 전했다. 칠성파 보스 왕칠성(오대환)의 칼에 찔린 재미를 본 어흥이 "재미씨"라고 외치며 오열하는 장면이다.
그는 "섬에 들어오는 선박이 주인이 되고 어흥은 포커스 아웃되는 장면이었다"며 "저는 절 찍는 줄 알고 감정을 끌어올렸는데 제가 오해를 했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오정세는 어흥의 엄마 범호자를 맡은 김해숙과의 호흡도 전했다.
그는 "SBS 드라마 '악귀'에 이어 두 번째로 만났다"며 "처음 악귀 촬영하면서 봤을 때는 카리스마 있으고 위엄있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현장에서는 따듯한 엄마, 유하신 분이라는 인상을 받았다"고 떠올렸다.
이어 "이번 'Mr.플랑크톤'을 찍으면서는 소녀 같은 느낌이었다"며 "촬영을 일하러 오시는 게 아니라 즐기러 오시더라. 신나게 연기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오랫동안 저런 마음가짐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우도환에 대해선 "차가울 것 같고 카리스마 넘칠 것 같은데, 막상 촬영을 하면 빈구석이 많고 약간 허당미가 있다"며 "그게 더 이뻐 보이더라. 또 든든한 느낌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유미와 호흡에 대해서도 "진짜 여행 갔다 온 느낌으로 즐겁게 촬영했다"고 덧붙였다.
"배우라고 하니까 놀라던데요" 웃음
오정세는 연기에 대한 열정만큼 음악에도 깊은 애정을 보였다. 그는 평소 인디밴드의 공연을 자주 관람한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그는 "배우뿐 아니라 뮤지션에게도 자극받는다"며 "공연 무대를 자유롭게 쓰는 모습을 보면서 그들의 동선이 부러울 때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어떤 뮤지션은 고음이 올라가지 않고 서툴고 투박한데 울림이 진한 분이 있다"며 "조금은 서툴고 조금은 비어 보이지만 진심이 있으면 통할 수 있는 어떤 무언가를 발견하게 되더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근 스캇 앤 릴라(Scott & Llla)와 만난 일화도 꺼냈다. 스캇과 릴라는 베를린 거리에서 서로 버스킹을 하다 만난 인디 뮤지션이다. 현재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버스킹을 하고 있다.
오정세는 "2년 전 홍대 소극장에서 이들의 공연이 있었지만, 제가 가지 못했다"며 "이번에 다시 온다고 해서 함께 만나 얘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이 출국하기 전날 서울숲에서 만나 코인노래방도 다녀왔다"며 "통역하는 분을 통해 배우라고 하니까 '아니 이 사람이 배우를 한다고?'라는 뉘앙스로 놀라더라"고 웃었다.
작품을 통해 새로운 인물을 만나는 게 즐겁다고 밝힌 오정세. 그는 인물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 자체가 신난다고 한다.
"감사하게도 많은 작품을 하고 있어요. 주변에서 '안 힘드냐' '충전의 시간을 가져야 되지 않느냐'고 말씀해 주시면 저는 촬영하고 캐릭터를 만나며 작품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신나요. '왜 이렇게 신나는 걸 자주 할까'라는 느낌이에요."
이어 "일터보다는 놀이터라고 생각하고 간다"며 "그 안에서 힘듦도 있고 속상함도 있고 잘 안 풀릴 때도 있지만, 여행이고 즐거운 작업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끝으로 'Mr.플랑크톤'에 대해 "작품 자체가 신선하게 남았으면 좋겠다"며 "그 신선한 유쾌함을 쫓아가다 보면 예상치 않게 코끝이 찡해지기도 하면서 존재 가치에 대한 의미를 던질 수 있는 작품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8일 공개된 이 작품은 한때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TV(비영어) 부문 5위에 올랐다. 한국은 물론 전 세계 42개국 톱10에 오르며 관심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