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비상계엄? 1980년대인가 싶었다"…尹 퇴진론 확산

"헬기소리 믿기지 않았다"
"친구들이 괜찮냐고 안부 물어"
광화문 광장서 오전부터 '尹 퇴진' 집회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경내로 진입하려는 계엄군과 저지하려는 시민 및 국회 관계자들이 대치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윤석열 대통령 '비상계엄 기습 선포 사태'는 불과 6시간 만에 일단락 됐지만, 시민들의 대통령 비판 여론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모양새다. 4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선 오전부터 시민사회 단체들의 '윤석열 퇴진' 촉구 집회가 열렸다. 광장을 지나치는 이들도 분노의 목소리를 숨기지 않았다.
 
오후에 이곳에서 만난 김미란(33)씨는 전날 밤 외국 친구들이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를 통해 계엄 선포 소식을 접했다며 "친구들에게서 한국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했는데 몸은 괜찮냐고 안부 문자가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듣고 너무 창피했다. 아직도 우리나라 민주주의는 갈 길이 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고개를 떨궜다.
 
대학생 장민경(20), 장연슬(21)씨는 계엄령 선포 소식을 듣는 순간 "1980년대인가 싶었다"고 입을 모았다. 장씨는 "어제 동기들 단체 카톡방에서 소식을 듣고 스터디카페에서 나왔는데, 여의도 집에 가까워질수록 헬기소리가 들리는데 믿기지가 않았다"고 말했다.
 
경제적 판단이 배제된 무책임한 결정이었다는 비판도 나왔다. 김상휘(39)씨는 "계엄이 해제될 때까지 잠을 못잤다"며 "환율이 엄청 급등하고, 주식 시장은 망가질 것 같고 경제 사정 등은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한 것 같다"며 지적했다.
 
윤모(49)씨도 "딸이 비상계엄이라고 해서 장난인 줄 알았는데 진짜여서 잠을 못 이뤘다"며 "대통령의 임무가 나라를 지키고 국민의 편안한 삶을 보호하는 건데 주식도 전쟁하고 있는 러시아보다 훨씬 많이 떨어지게 생겼다"며 "돈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데 해외 자본이 다 빠져나갔다"고 비판했다.
 
오후 6시에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리는 노동시민사회단체 퇴진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광화문 광장을 찾은 이도 있었다. 박상현(43)씨는 "어제 국회에도 새벽 4시까지 자리를 지켰다"며 "국민과 국회의 허락 없이 공수부대를 투입을 시킨 것은 나라의 국민을 기만하는 행동"이라고 말했다.

앞서 오전 9시에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국민중행동,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이 광화문 광장에서 '전면적 저항운동 선포 전국민 비상행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해당하지 않은 상황에서 선포된 비상계엄은 위헌, 위법해 무효"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같은 날 각 산별노조위원장들이 참석한 자리에서 '민주노총 총파업 돌입 기자회견'을 열고 "내란범 윤석열이 퇴진할 때까지 총파업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윤석열의 비상계엄 시도는 절차와 내용적 정당성을 결여한 반민주 반헌법적 폭거"라며 "민주노총은 내란범 윤석열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며 오늘부터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말했다. 산별노조들은 별도의 집행위원회 회의를 거쳐 파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한편 단체는 오후 6시 동화면세점 앞에 다시 모여 윤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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