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 일어난 '계엄정국'이 6시간 만에 끝나버리면서 정치권을 중심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이 가시화되고 있다. 변수는 탄핵심판이 본격화하면 사건을 심리, 결정할 헌법재판소 재판관 9명 중 3명이 공석(公席)이라는 데 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통령 탄핵소추는 국회가 하지만, 마지막 결정은 헌재가 한다. 우선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발의와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으로 탄핵 소추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켜야 한다. 본격적인 탄핵심판 절차는 국회법제사법위원장이 소추위원으로 소추의결서를 헌재에 제출하면서 시작된다. 탄핵심판 사건은 재판관 9인이 모두 참석하는 전원재판부에 곧장 회부된다.
문제는 헌재가 6명 재판관으로만 이뤄져 있다는 점이다. 이종석 헌법재판소장과 이영진·김기영 재판관이 지난 10월 퇴임했지만, 국회는 아직 후임자를 추천하지 않았다. 다만 헌재는 재판관 3명이 공석이더라도 '6인 체제'로도 심리와 결정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헌재 관계자는 "이후 접수되는 사건도 동일하게 6인으로 심리가 가능한 상태"라고 전했다. 윤 대통령 사건이 접수된다면 심리가 가능하고 결정도 이론상 가능하다는 취지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심리는 가능하더라도 탄핵이라는 중대 결정을 정족수 3명이 빠진 상태에서 하는 건 정당성에 흠결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헌법재판소법 제23조1항은 '재판부는 재판관 7명 이상의 출석으로 사건을 심리한다'고 규정한다. 탄핵 결정이나 헌법 소원 인용 결정을 위해서는 재판관 6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법조계 의견이 엇갈리는 지점이다.
다만 현재는 현재 '심리 정족수 7인' 조항의 효력을 정지한 상태다. 지난 10월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헌법재판관 공백으로 자신에 대한 탄핵심판 절차가 정지되는 것은 부당하다며 낸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청구된 본안 사건의 판단 전까지 헌재에 있는 모든 사건의 심리를 재판관 6명이 진행할 수 있게 됐다. 헌재 측이 심리와 결정이 가능하다고 해석하는 근거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여전히 원칙론적인 입장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헌법학자는 "이 위원장 사건에 대해서만 가처분 신청을 해 심리가 가능해 진 것"이라며 대통령 탄핵 사건 심리 개시 가능성을 낮게 봤다. 이 위원장 사건에 한정해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취지다.
정족수를 채우지 못한 헌재가 탄핵 결정까지 하는 것은 정당성을 얻지 못할 거란 지적도 나온다.
차진아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재판소가 6명의 재판관으로 탄핵 심리는 할 수 있지만, 탄핵 결정까지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론적으로는 결정이 가능하더라도 (재판관 6명이 결정한다면) 지지하는 입장이든 반대하는 입장이든 국민들이 보기에 그 정당성을 인정하기가 어렵다"고 답했다. 다만 전원일치로 인용 결정이 나온다면, 논란은 없을 거라는 시각도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8명의 재판관이 인용 결정을 내렸다.
엇갈리는 의견 속에 한 법조인은 결국, 헌법에 맞는 적극적 해석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탄핵을 판단할 권한은 헌법재판에 부여돼 있다"며 "대통령이 탄핵 소추까지 되는 상황에서 그 규정에 대한 해석을 좁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공석인 헌재 재판관 3명은 모두 국회 추천 몫이다. 정치권에서는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국회가 후보자를 추천하고 대통령 권한대행이 신임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전례를 볼 때 재판관 추천부터 임명까지 적어도 최소 1~2달은 걸려 공석 사태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