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리 제주농아복지관 부장 "시·청각 장애인 지원 1대1 매칭 필요"

[시사매거진제주=배우리 제주도농아복지관 총괄사업부장]
"전국 최초 시청각 장애인 비장애인 양방향 의사소통 가이드북 제작"
"시각·청각장애 동시 갖고 있는 도내 시청각장애인 1천여명 추산"
"전화번호, 버스 하차장소, 응급상황 등 의사소통 지원방법 소개"
"제주지역 수어 통역사 부족해 농아인 서비스 미비한 상황"
"시청각 장애 전문 지원 인력 양성, 전담 지원전문기관 설치 필요"

배우리 제주도농아복지관 총괄사업부장

◇박혜진> 제주도농아복지관은 전국에서 처음으로 시청각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활용할 수 있는 양방향 의사소통 가이드북을 제작 배포해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오늘은 제주도농아복지관 배우리 부장과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양방향 의사소통 가이드북은 어떤 계기로 만들게 되셨습니까?  

◆배우리> 제가 시청각 장애인 지원팀을 처음 맡게 되었을 때 시청각 장애에 대한 여러 자료들을 보고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근데 자료들 거의 대부분이 전문 자료라는 생각이 들었고 처음 접하는 분들에게는 접근하기가 어렵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는데요.

그러면서 시청각 장애인들을 지원하는 기본서 역할을 하는 책들이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데서 이 책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박혜진> 그동안 이 부분에 대해서 관심이 적었다라고도 볼 수 있을까요?  

◆배우리> 전국에 시청각장애 전담 기관은 서울에만 3곳 정도가 있고요. 그다음 저희처럼 지역 내 복지관에서 하나의 팀으로 시청각장애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한 두 군데 정도 있습니다. 기존 안내 책자들은 대부분 시청각장애 중에서 시각장애 중심 책자라고 생각해 주시면 되는데요. 시청각 장애 중에 어느 쪽을 주장애로 보고 제작했는가로 생각하는 게 맞는 것 같고요.
 
저희 복지관은 주장애 구분이 없이 시각장애, 청각장애 어느 일부에 한한 책이 아니라 양방향으로 다 볼 수 있도록 만들어진 책입니다.

◇박혜진> 시청각 장애라 하면 정확히 어떤 장애까지 아우르는 건지 설명을 해 주셔도 좋겠어요.  

◆배우리> 시청각 장애는 기본적으로 시각장애와 청각장애를 동시에 갖고 있는 장애라고 생각하시면 되는데요. 시각장애나 청각장애의 정도에 따라서 어느 정도 보이거나 어느 정도 들리는 상태까지 포함을 하고요.
 
특히 아동의 경우에는 뇌병변이나 지체장애가 같이 겸해져 있거나 지적 장애도 같이 있는 부분까지도 포함이 됩니다.
 
배우리 제주도농아복지관 총괄사업부장

◇박혜진> 시청각 장애인들이 주로 어떤 어려움들을 호소하시나요?  

◆배우리> 시청각 장애는 정도에 따라서 상태가 많이 다르기 때문에 그 어려움 정도에 많은 차이가 있지만 아무래도 시력과 청력 동시에 장애가 있다 보니까 집 밖을 혼자 나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박혜진> 시청각장애인분들은 주로 어떻게 활동을 하시나요?  

◆배우리> 시청각 장애인들이 밖으로 나가려면 활동지원사들이 같이 나와주시거나 가족과 함께 나오는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박혜진> 이번 가이드북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들 담겼습니까?

 ◆배우리> 이번 가이드북은 시청각 장애인 당사자, 지원하고자 하는 비장애인분들이 볼 수 있도록 책 색인이 상단과 우측에 들어가도록 만들어져 있습니다. 이 책의 상단에는 전화번호, 하차 장소가 들어가 있고요.

시청각 당사자분들이 사용할 수 있는 칸이고 그다음에 우측 색인은 비장애인분들이 주로 사용하게 되는 지원 방법의 내용으로 꾸려져 있는데요. 화장실을 이동할 때, 기본적인 의사소통 방법 등의 내용들이 담겨 있습니다.

◇박혜진> 이 가이드북에 대한 장애인들의 평가는 어떤가요?  

◆배우리> 우선 당사자분들은 책이 휴대하기 쉽도록 나와서 좋다 하셨고요. 보통은 전화번호나 하차 장소 등을 수첩에 기재하거나 핸드폰에 따로 저장을 해놓았는데 그럴 필요가 없이 가이드북에 넣었다 뺐다 할 수 있는 형태로 되어 있으니까 사용이 편리하다는 평가가 있었구요. 더 나아가 이 책을 들고 밖에 나가서 사람들을 만나보고 싶다는 얘기를 해주신 분들이 계시고요.

또 이 책은 양방향이니까 지원하는 분들께도 나눠드렸거든요. 그분들은 내 주변에 시청각 장애인이 있을 수도 있다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데 이 책을 받아보면서 있을 수 있구나라고 인지하고 더 나아가 수어도 점자도 배우고 싶다라고 말씀해 주신 분들이 계셨습니다.
시청각장애인과 비장애인 위한 양방향 의사소통 가이드북

◇박혜진> 도내에 시청각 장애인들 숫자가 어느 정도 될까요?  

◆배우리> 저희 복지관에 등록된 시청각 장애인은 200여 명 정도됩니다. 어르신들을 만나보면 시각장애를 갖고 있지만 청력이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장애 등록을 하지 않은 분들까지 추정치로 생각하면 1천여명 예상하고 있습니다.

◇박혜진> 시청각 장애인들이 이용하는 서비스 중 가장 선호하는 서비스는 무엇인가요?  

◆배우리> 저희 프로그램들이 개별 욕구에 맞춰져서 진행을 하다 보니까 만족도는 다 높지만 그중에서도 시청각 장애인 당사자분들은 거의 혼자 집에 있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나들이 가는 프로그램을 되게 좋아하세요.

지난주 토요일에도 동행 2일이라고 시청각 장애인 당사자분들 모시고 1박 2일로 도내 관광지 다니고 호텔 숙박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요. 이 분들은 외부에 나가서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 자체가 사실 혼자서는 힘들기 때문에 이러한 프로그램들을 가장 좋아합니다.
 
◇박혜진> 배우리 부장님은 수어 통역사이기도 하시죠. 제가 알기로는 제주에 수어 통역사가 상당히 부족하다고 알고 있어요. 
 
◆배우리> 제가 수어통역사 활동을 한 지는 17년을 넘어가고 있는데요. 제가 처음 입사했을 때에 비하면 수어통역사의 수가 많이 늘었다라고 보지만 사실 도내에 농인분들에게 제때 수어 통역을 제공하기에는 아직도 많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사실 수어 통역사의 기준을 자격증 소지자로 본다면 20여 명 정도이고, 수어 가능인으로 본다면 50여 명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배우리 제주도농아복지관 총괄사업부장

◇박혜진> 수어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은 많은 편인지?  

◆배우리> 기초반만 해도 한 30여 명인데 지금은 좀 줄었다가 다시 배우는 분들이 점점 늘어나는 중입니다. 원래 기초 과정이 한 반이었다면 두 반으로 늘어나고 있어요.

◇박혜진> 시청각 장애인들을 위해서 제주 사회가 개선됐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는 어떤 부분 좀 제안해 주셔도 좋겠어요.  

◆배우리> 시청각 장애인 분들은 혼자서 집 밖을 나가는 것 자체가 험난한 모험 같은 일인데요. 시청각 장애인 당사자를 이해하는 지원 인력이 사실 1대 1로 연결되어서 집 밖에서도 사회 구성원으로서 원활히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러려면 전문 지원 인력 양성을 해야 되고 이 지원 인력이 언제든 매칭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교육 지원 체계가 사실 잘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을 하고 더 나아가서는 시청각 장애인분들을 전담으로 지원할 수 있는 전문 센터가 설립돼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박혜진> 앞으로 갖고 있는 계획들도 소개해 주세요.  

◆배우리> 저희 제주도농아복지관에서는 시청각 장애인분들을 위한 서비스 그리고 모든 장애 유형의 장애인들을 위한 서비스를 내년에도 열심히 준비할 거고요. 지금도 장애인 웹툰 교육을 하는 분들의 작품 전시회가 용흥리 점 스페이스라는 공간에서 지금 열리고 있고요.

또 미술 프로그램도 하고 있는데 서지은 대표님과 함께하는 문화예술 프로그램의 미술 참여자들이 12월 8일부터 신화월드 메리어트관에서 전시를 엽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내년부터는 대대적으로 시청각 장애인들을 발굴하는 과정을 거치고자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분들의 관심이 더 필요한 때인 것 같습니다.  

◇박혜진>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씀은요.  

◆배우리> 이번에 만들어진 이 가이드북은 시청각 장애 인식 개선의 기본 교육 교재로도 사용할 예정입니다. 많은 도민분들의 관심과 지지 부탁드리고요. 우리 주변에 시청각 장애인이 있고 그 주변을 살펴보는 이웃들이 많아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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