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정신으로 저항'…45년만 비상계엄, 광주시민 500여 명 투쟁(종합)

광주시민비상시국대회…시민사회·구의원 등 500여 명 모여
시민단체협의회 "윤 대통령 계엄 선포는 헌법 유린…투쟁해야"
4일 오후 2시 시민단체 대표회의, 오후 7시 시국대회 재개

광주 시민사회가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튿날 광주 5.18 민주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김수진 기자

45년 만의 비상계엄 선포 이튿날인 4일 광주에서 시민과 시민단체, 지역 의원 등 주최 측 추산 500여 명이 모여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촉구했다.

이날 오전 8시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 1980년 5월 비상계엄 당시 5·18 민주화운동을 경험했던 광주 시민은 밤새 추스르지 못한 마음으로 시국 대회를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심란한 표정으로 현장에 모인 일부 구의원들은 시민들의 손을 붙잡고 서로의 안부를 묻기도 했다. 시민들은 장갑과 목도리 등을 하고 결의에 찬 표정을 지은 채 추위 속에서 구호를 외칠 준비에 나섰다.

오전 9시부터 시작된 '광주 시민 비상시국대회'에는 강기정 광주시장을 비롯해 광주 지역 5개 구의원, 광주시민단체협의회, 광주진보연대, 민주노총, 광주전남대학민주동우회협의회, 광주전남민주화운동동지회, 여성단체연합, 민족예술인총연합회, 615광주본부, 광주촛불행동 등 10여 개 단체가 참여해 한 목소리로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규탄하고 나섰다.

이날 사회를 맡은 광주시민단체협의회 기우식 사무처장은 "전날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는 헌정을 짓밟은 중범죄와 내란을 획책한 것"이라며 "더 이상 대통령의 자격이 없다고 생각해 체포와 적극적인 수사 및 구속을 촉구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고 말했다.

강기정 광주시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언 이튿날 열린 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수진 기자

이어 강기정 광주시장이 단상에 올라 "5월의 아픔을 경험하고 배웠던 우리는 이 상황을 용납할 수 없다"며 "계엄의 밤은 지나고 심판과 책임의 시간이 다가왔다. 퇴진의 그날까지 함께 싸워나가겠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광주진보연대 유봉식 대표도 이날 "단 몇 시간이지만 헌법이 유린당하고 반란을 주도하는 행위로 대한민국이 흔들렸다"며 "80년 5월의 끔찍한 순간을 광주 시민 모두가 떠올렸을 것이다. 광주 시민 모두가 5·18 항쟁의 정신을 온몸으로 받아들여서 힘차게 투쟁해야 한다"고 외쳤다.

광주 시민사회가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튿날 광주 5.18 민주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김수진 기자

광주 북구청 소속 공무원이자 광주 공무원노조에서 활동하는 백형준씨는 "공무원은 정치적 중립의 의무가 있고 헌법이 부여한 권리에 따라 잘못된 일에 국민과 저항해야 한다"며 "이날 새벽 1시 30분부터 뜬 눈으로 이곳을 향했다"며 투쟁 의지를 불태웠다.

광주 지역 시민단체들은 이날 오후 2시 광주 동구 전일빌딩245에서 대표자 대책 회의를 거친 뒤 저녁 7시에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 다시 모여 광주 시민 비상 행동 총궐기대회를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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