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초긴장' 모드…대기업들 긴급 회의 소집, '밤샘' 회의도

尹 비상계엄 선포에 재계 대책 마련 분주
트럼피 2기 출범 맞물려 정국 혼란 가중
비상계엄 탓 대외 신인도 악영향 우려도
"재계 우려, 정부에 전달하는 방안 필요"

윤석열 대통령이 긴급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한 3일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대통령실 앞이 삼엄한 출입 통제 속 비상 근무를 위해 대통령실로 오는 직원들의 차량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류영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긴급 비상계엄 선포에 국내 기업들은 사태를 예의주시하면서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가뜩이나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을 앞두고 글로벌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와중에 혼란스러운 정국 상황마저 더해지면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4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현대차·SK·LG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은 전날 밤부터 긴박하게 전개된 비상계엄 선포 상황을 살펴보며 향후 영향을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긴급회의를 소집해 대책 마련에 나섰다고 전해졌다.

갑작스러운 비상계엄 선포로 환율이 급등하고, 뉴욕 증시에 상장된 한국 기업의 주가가 출렁이는 등 금융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서 재계를 둘러싼 불안과 위기도 고조되는 양상이다. 안 그대로 국내외 경기 침체와 경쟁력 추락으로 혹독한 겨울을 맞고 있는 상황에 비상계엄이 또 다른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는 모양새다.

SK그룹은 이날 오전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주재로 일부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등이 참석하는 주요 경영진 회의를 열고 비상계엄 사태 이후 상황을 점검할 예정이다. LG는 계열사별로 비상대책회의를 소집해 금융 시장 동향을 점검하고, 해외 고객 문의에 대한 대응 등을 논의중이라고 한다.

포스코홀딩스도 관련 부서에서 금융시장 동향 등을 살펴보고 있다. HD현대는 이날 오전 7시30분 긴급 사장단 회의를 소집하고 향후 발생 가능한 경제 상황을 집중 점검하는 한편 각사별 대응 전략을 수립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권오갑 HD현대 회장은 "국내외 상황이 긴박하게 움직일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각사 사장들은 비상경영상황에 준하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며 "특히 환율 등 재무리스크를 집중 점검해 줄 것"을 주문했다. 또 "조선 등 생산 현장에서는 원칙과 규정 준수에 더욱 유념해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신경 써줄 것"도 당부했다.

일부 기업 고위 임원들은 전날 밤 비상계엄 선포 이후 회사로 출근해 생중계 등을 지켜보며 밤새 대책회의를 진행했다고 한다. 한 재계 관계자는 "트럼프 2기 출범과 맞물려 이번 비상계엄이 우리 기업들의 국내외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안팎에서 높은 긴장감이 감지된다"며 "주식시장과 환율 등 경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삼성전자·현대차·LG전자 등 해외 소비자를 상대로 사업을 벌이는 기업들이 비상계엄 사태로 인해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받게 되는 건 아닌지 촉각을 세우고 있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기업들은 사실상 수출로 먹고사는 경우가 많은데 비상계엄 사태로 대외 신인도에 악영향을 미칠까봐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경제단체도 비상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날 오전 임원 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이번 사태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주재로 국회에서 열릴 예정이던 상법 개정안 토론회도 취소됐다. 한국무역협회도 이날 긴급 경영진 회의를 열고 계엄령 선포와 국회의 해제가 한국 경제와 수출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한다.

한 재계 관계자는 "비상계엄 사태가 기업 활동에 악영향을 주지 않도록 관계 부처가 긴밀히 협조해야 한다"며 "필요하다면 주요 기업과 경제단체가 협의해 재계의 우려를 정부에 전달하는 방안도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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