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저건 쓸 수도…" 긴박했던 비상계엄 용산 국방부

12.12 사태의 현장에서 45년만의 비상계엄 선포…주민들도 긴장, 우려
취재진 등 민간인 출입 금지되고 입구에는 바리케이드 설치 긴박감
국방부 기자실엔 퇴거 명령…불응하자 물리력 행사 경고, 분위기 심각

4일 새벽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가결된 가운데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에 경찰들이 배치돼 있다. 연합뉴스

45년 만의 비상계엄 선포가 6시간 만에 해제되며 다행히 큰 불상사 없이 끝났지만 용산 대통령실과 그와 인접한 국방부는 밤새 긴박하게 움직였다.
 
헌정사상 가장 최근인 9번째 비상계엄은 1979년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서거한 10.26 사태 때 선포됐다. 용산은 그 직후 벌어진 신군부의 12.12 유혈사태의 현장이었다. 
 
그런 역사적 맥락이 있는 만큼 지난 3일 심야의 비상계엄 소식은 정부 당국자는 물론 인근 주민들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했다. 
 
연말 모임을 위해 용산 주변 음식점 등에 있던 시민들은 이날 밤 10시 30분 윤석열 대통령의 긴급담화에 처음에는 하나같이 믿기 힘들다는 반응 일색이었다. 
 
그러나 이후 인터넷이나 TV 생중계 등을 통해 국회 의사당에 주둔한 계엄군의 모습을 실제 확인하자 경악과 당혹감 속에 큰 우려를 나타냈다.
 
대통령실과 국방부 경내의 분위기는 외견상 평소와 별로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 밤 11시를 기해 계엄사 포고령 1호가 발령되자 상황은 급변했다. 
 
언론 취재진을 포함한 모든 민간인의 경내 출입이 금지됐고 대통령실과 국방부 청사 입구 앞에는 바리케이드가 설치됐다. 이 일대 교통 자체도 일부 통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분주한 대통령실 출입기자실. 연합뉴스

특히 국방부 출입기자실의 경우, 이미 들어와 있는 기자들에게도 퇴거 명령이 내려졌다. 이에 기자들이 불응 의사와 함께 퇴거 명령의 명시적 근거를 요구하며 군과 마찰도 빚었다.
 
이 과정에서 군 관계자는 "테이저 건(전기충격기)을 쓸 수도 있다"며 물리력 행사를 경고하는 등 다소 심각한 상황도 벌어졌다. 
 
군의 이 같은 조치는 계엄사 포고령 1호의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규정이 기자실 퇴거까지 명령할 근거가 되는지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었다.
 
비슷한 시각 미처 기자실에 들어오지 못한 기자들은 대통령실과 국방부와 도로 하나를 두고 마주한 전쟁기념관 입구 쪽에 모여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다.
 
당국자들이 아무도 책임있는 답변을 하지 못한 채 얼마간 시간이 흐른 뒤 밤 11시 40분쯤 기자들의 출입이 다시 허용됐다. 이 때도 구체적인 경위는 알려지지 않았고, 단지 지침 하달 과정에 혼선이 있었던 것으로만 추정됐다.
 
어찌 됐든 막혔던 기자실이 다시 열리고 기자들이 속속 입장하는 순간,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도 옅은 미소가 하나둘씩 번져나갔다. 뜬금없는 비상계엄 소동의 파열음을 감지한 듯 했다.
 
정국을 강타하고 국격마저 실추시킨 비상계엄은 4일 새벽 국회의 해제 결의안 가결과 그에 따른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불과 몇시간 만에 소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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