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은 왜 뜬금없는 비상계엄령을 선포했을까?

대통령실 제공

2024년 12월 3일 밤 10시 20분 윤석열 대통령이 뜬금없이 비상계엄을 선포합니다. 대통령실 수석비서관도 여당인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나 친윤계의 원내 수장격인 추경호 원내대표도 비상계엄 선포 사실을 뉴스로 들었다고 했을 정도로 급작스럽게 이뤄졌습니다.  

윤 대통령이 밝힌 계엄선포 사유도 뜬금없기는 마찬가집니다. 한밤중에 일부 방송으로 생중계를 하면서 "국민 여러분. 저는 북한 공산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합니다."라고 한 겁니다.

윤 대통령은 담화의 앞부분에서 야당의 잇따른 탄핵소추와 예산안 삭감문제를 질타하다가 중간부분에 '북한 공산세력의 위협'과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세력'을 거론하면서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습니다. 윤 대통령이 탄핵이나 예산을 이유로 삼지 않고, '북한의 위협'과 '종북 반국가세력'을 언급한 이유는 국회의 공직자에 대한 탄핵소추는 헌법에 규정된 국회의 권한이며, 국가의 예산안 역시 국회가 심의 확정하도록 헌법에 규정됐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실질적인 이유는 뭘까요?

우선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12월 3일과 4일의 주요 일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검찰,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명태균·김영선 구속기소. 연합뉴스

12월 3일은 창원지검이 명태균씨와 김영선 전 의원 등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습니다. 명태균씨가 변호인을 통해 "검찰의 기소 행태는 나를 공천 대가 뒷돈이나 받아먹는 잡범으로 만들어 꼬리 자르기를 하려는 것"이라며 "특검만이 나의 진실을 밝혀줄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특검을 강력히 요청한다"라고 밝힌 겁니다. 명태균씨가 윤 대통령과의 통화를 추가로 폭로하거나 김건희 여사와의 대화를 공개할 가능성이 높아진 겁니다.

12월 4일은 국회에서 민감한 사안들이 의결될 예정입니다.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받는 김건희 여사를 무혐의 불기소 처분한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3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의결될 예정입니다.

검사 3명의 탄핵소추가 의결되면,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과정에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여부를 치열하게 다툴 수밖에 없습니다. 특수통 출신의 전직 고검장은 "헌법재판소의 탄핵소추 과정에서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검찰의 수사와 무혐의가 적절했는지를 다투다보면 결국 김건희 여사 기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단순하게 검사 3명의 탄핵이 문제가 아니라 김건희 여사 관련 검찰의 수사와 무혐의 불기소처분이 헌재 법정에서 심판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검찰이 감췄거나 감추고 싶었던 사실들이 드러라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또, 최재해 감사원장이 탄핵소추로 직무가 정지되면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조은석 감사위원과 김인회 감사위원이 순서대로 원장 대행을 맡게 되는데 한남동 관저이전 공사와 관련된 의혹에 대한 추가 감사가 이뤄지거나 감사위원회 회의록이 공개될 수도 있습니다. 그럴 경우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이 불거지거나 부실감사 사실이 드러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최재해 감사원장은 탄핵소추가 확실시되자 이례적으로 임기가 40일 넘게 남은 조은석 감사위원 후임에 백재명 서울 고검검사의 임명재가를 받았다고 공개했습니다.

여기에 '채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 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가 곧 실시됩니다. 당초 4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할 예정이었지만 국민의힘이 참여 의사를 밝히면서 오는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전망입니다.

채상병 순직 사건 국정조사가 실시되면 '윤석열 대통령의 격노설'과 '대통령실과 국방부의 외압 의혹' 문제가 쟁점으로 부각될 겁니다.

특히 윤 대통령이 세번째 거부권을 행사한 '김건희 특검법'이 친한계의 가세로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점도 윤 대통령을 압박하는 요소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경내로 진입하려는 계엄군과 저지하려는 시민 및 국회 관계자들이 대치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윤 대통령이 위헌적인 비상계엄을 느닷없이 한밤중에 선포한 이유는, 10%대를 오르내리는 국정지지율과 사면초가에 빠진 김건희 여사와 자신 관련 의혹들, 그리고 해결방안이 보이지 않는 의료공백사태를 일거에 해결하겠다는 오판을 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윤 대통령과 가까운 검찰 고위직 출신 법조인은 "윤 대통령 스타일이 치밀하게 준비하고 그렇지 못하다"면서, "김 여사 관련 의혹들이 겹치면서 돌파구를 찾으려 갑작스럽게 결단했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윤 대통령의 뜬금없는 비상계엄 선포는 '개화파의 삼일천하'도 아니고, 세 시간을 넘기지 못한채 무력화 됐습니다. 그 후폭풍은 윤 대통령이 겪어온 온갖 의혹들을 더욱 증폭시키면서 탄핵소추에 더해 내란죄 위반혐의로 현직 대통령이 형사소추를 당할 위기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한인섭 교수는 계엄사령부 포고문에 국회의 정치활동을 금한다고 한 것과 군대가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를 막기 위한 목적으로 국회의 유리창을 깨고 국회로 진입하거나 국회의원들의 진입을 막은 행위는 내란죄에 해당한다고 밝혔습니다.

숙명여대 법대 홍성수 교수도 "계엄 선포 이후 계엄군이 국회에 몰려가서 국회의원들을 못들어가게 하고, 국회에 진입한 것은 헌법과 계엄법의 취지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며, "탄핵이라는 헌법적 절차가 밟게 될 것이 확실시되고, 내란의 경우에 한해 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도 가능하도록 명시되어 있으니 내일 당장 수사에 착수해도 이상할게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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