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헌정 사상 최초로 현직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에 보고됐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 관저 이전 과정에 대한 감사에 문제가 있었다며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제출했는데요. 뿐만 아니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부실 수사를 이유로 검사 3명에 대한 탄핵소추안도 제출했습니다.
4조원대의 감액만 이뤄진 내년도 예산안 처리는 우원식 국회의장에 의해 일단 오는 10일까지 제동이 걸렸는데요.
자세한 소식 국회 출입하는 이준규 기자 통해 들어보겠습니다.
이 기자, 일단 탄핵소추안 보고 내용부터 전해주시죠.
[기자]
네. 오늘 오후 2시에 시작된 국회 본회의에서는 인사와 관련한 안건이 우선 보고됐습니다. 정명호 의사국장이 안건을 보고하면서 최재해 감사원장,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조상원 서울중앙지검 4차장 검사, 최재훈 반부패수사2부장 검사 등 4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보고했습니다.
최 원장에 대해서는 관저 이전 감사에 대한 부실을 지적했는데요. 민주당은 본회의 직전 의안과에 제출한 탄핵소추안을 통해 "감사원장으로서 헌법과 법률이 부여한 권한을 남용해 감사원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했고, 국회의 입법 및 감시 기능을 방해함으로써 헌법 질서를 중대하게 침해했다"고 탄핵 사유를 적시했습니다.
이창수 중앙지검장 등 검사 3명에 대해서는 "김건희 여사에 대해 통상의 수사절차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절차상 특혜를 제공했다"며 "김 여사의 중대범죄에 관한 증거를 외면한 채, 불기소 처분해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과 법률을 중대하게 위반했다"고 사유를 밝혔습니다.
[앵커]
사상 초유의 기관장 탄핵소추를 당한 감사원은 반발하고 나섰죠?
[기자]
네. 감사원 최달영 사무총장은 오늘 긴급 브리핑을 열었는데요. "감사 결과의 정치적 유불리를 이유로 감사원 감사를 무조건 정치 감사라고 비난하면 수용하기 어렵다"면서 민주당의 탄핵 추진을 비판했습니다. 특히 "감사원이 전 정부를 표적 감사하고, 현 정부를 봐주기 감사한다는 것이 주요 탄핵 사유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현 정부가 추진하는 일에 대해서도 똑같은 잣대로 엄정히 감사하고 있다. 감사원은 어느 정부를 막론하고 일체의 정치적 고려 없이 공정하게 감사하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최달영 사무총장입니다.
[최달영 감사원 사무총장]
"감사원은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며 어느 정부를 막론하고 견제와 감시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해왔습니다. 앞으로도 감사원은 어떠한 외풍에도 흔들림 없이 헌법적 가치를 지키고 임무를 수행하는 데 매진하겠습니다"
[기자]
박성재 법무장관도 검사 3명에 대한 탄핵 추진에 반발하면서 "만약 이런 탄핵이 계속된다면 정상적인 검사들이 업무를 하지 못하게 막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비판에 나섰습니다. 박 장관은 오늘 본회의 출석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치적 공세라면 검찰 사무의 최고 감독자인, 정치적 책임을 지는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탄핵 소추하든 해임 의결을 하는 게 맞다"고 말했습니다.
박 장관입니다.
[박성재 법무장관]
"사법 시스템의 한 축을 맡고 있는 검찰의 기능을 마비시킴으로써 우리 국민들의 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앵커]
앞으로 일정은 어떻게 됩니까?
[기자]
탄핵소추안은 국회법에 따라 본회의 보고 후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이 이뤄져야 합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이들 4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오는 4일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칠 계획입니다. 국무위원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발의로 본회의에 보고되며, 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할 수 있는데요. 민주당은 독자적으로 170석, 전체 300석의 절반을 넘는 의석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탄핵소추안 단독 처리가 가능합니다.
[앵커]
그렇군요. 당초 오늘 본회의에서는 예산안이 상정되는지도 관심사였는데, 우원식 국회의장의 결단으로 일단 순연이 됐어요?
[기자]
네. 우원식 국회의장은 오늘 예정에 없던 긴급 기자회견을 점심시간인 낮 12시 정각에 열었습니다. 기자회견에 앞서서 여야 원내대표 회동이 잡혔다가, 또 잠시 후에 회동이 무산됐다가 하면서 여야 간 예산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혼란한 양상을 보인 탓에 우 의장이 어떻게 결단할지에 관심이 모였는데요. 결국 오늘은 예산안을 상정하지 않고 정기국회가 끝나는 10일까지 기다리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여야에 합의에 나설 것을 당부했습니다.
우 의장의 말 들어보시죠.
[우원식 국회의장]
다수당은 다수당으로서, 여당은 집권당으로서 그에 걸맞은 책임과 도리를 다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예의입니다. 합의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기대하고 요청합니다.
[앵커]
일단 제동이 걸리긴 했지만, 10일까지 합의가 되느냐가 관건인데요. 전망은 어떻습니까?
[기자]
일단 여야는 서로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우 의장의 기자회견 후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날짜와 관계없이 민주당의 사과와 (감액 예산안) 철회가 우선"이라면서 "그게 아니면 10일이 아니라 20일이라도 어떤 협상에도 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반면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마지막까지 민생예산, 미래 준비 예산, 정책 예산을 관철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면서도, 앞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처리한 대통령실과 검찰 등의 특수활동비와 특정업무경비를 삭감한 예산안에 대해서는 "양보할 의사가 없다"고 강조하며 맞서고 있습니다. 다만 국민의힘이 늦게나마 오늘 해병대 채 상병 순직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에 참여하기로 했고, 여당 내에서도 증액이 필요한 예산이 있는 만큼 물꼬가 트일 수 있다는 기대감도 여야 일각에서는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정치부 이준규 기자였습니다.